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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인들 자발적으로 검열 용인”

위험한 시간 여행

위험한 시간 여행

위험한 시간 여행
조이스 캐롤 오츠 지음
고상숙 옮김
북레시피
 
남들과 다른 독립적인 사고는 금물이다. 학교 수업 시간에 궁금한 게 있어도 가급적 질문하지 않는 게 좋다. 특히 역사나 체제에 대한 민감한 질문인 경우에는 더욱 그렇다. 자칫 선동가로 몰려 ‘죄질’에 따라 ‘요주의 인물’ 또는 ‘반동적 인물’로 낙인 찍히거나 추방이나 공개처형, 최악의 경우 주변 사람들의 기억에서조차 완벽하게 잊혀지는 ‘삭제’ 처분까지 받게 된다.
 
미국의 대표적인 여성 소설가 조이스 캐롤 오츠의 장편 『위험한 시간 여행』이 그리는 으스스한 미래상이다. 1938년생. 올해 여든한 살이니까 어쩌면 소설 이력을 접어야 하는 나이에 그는 거꾸로 간다. 여전히 다작인 데다 논쟁적인 이슈들을 거침없이 소설로 다뤄 ‘미국 문학의 원더우먼’으로 통한다.  
 
지난해, 그러니까 여든에 미국에서 출간한  『위험한 …』에서는 개인에 대한 국가의 통제가 일상화된 현대사회의 전체주의적 단면을 예리하게 부각했다. 이 분야의 정전(正典)일 조지 오웰의 『1984』 가 남긴 인상이 워낙 강렬하기 때문에 새삼스러울 게 없는 메시지지만 결국 어떤 형식에 담아내느냐가 관건일 터. 오츠는 인간 신체를 분자 단위로 분해해 과거로 원격 추방시킨다는 SF 장치를 동원해 2039년쯤으로 여겨지는 미래 미국사회, 그와 대비되는 1959년 과거의 미국 사회 모두를 문제 삼는다.  
 
미국의 여성 작가 조이스 캐롤 오츠. 지난해 SF 디스토피아 소설 『위험한 시간 여행』을 냈다. [사진 북레시피]

미국의 여성 작가 조이스 캐롤 오츠. 지난해 SF 디스토피아 소설 『위험한 시간 여행』을 냈다. [사진 북레시피]

핵심은 인간은 과연 동물과, 혹은 한낱 기계장치와 얼마냐 다르냐는 것. 1959년, 또 2039년의 전체주의 경영자들은 당연히 조건과 환경을 바꿈으로써 얼마든지 인간 행동을 조종할 수 있다는 행동주의 심리학의 신봉자들이다. 과학을 동원해 원하는 대로 인구를 통제할 수 있다는 기술 전체주의적 신념인데, 이런 소설 속 디스토피아가 과연 우리가 사는 소설 밖 세상과는 얼마나 다른가. 주민을 정치의 목적이 아니라 통제·통치의 대상으로 여길 뿐인 듯한 우리 현실과 거기서 거기인 것은 아닌가.  
 
오츠는 이런 문제의식을 연애 소설 외피 안에 담는다. 자신의 재주를 경솔하게 드러내다 1959년으로 추방된 열일곱 소녀 아드리안 스트롤과 일찌감치 추방돼 대학 조교로 활동 중이던 이라 울프만. 미래 미국의 모습을 알 리 없는 과거인들로 둘러싸여 있다는 점에서, 절해고도와 다름없는 고립된 환경에서 만난 두 사람은 그런 자신들의 운명 때문에 더욱 서로에게 끌리고 함께 반역을 꿈꾼다.
 
e 메일 질문들에 오츠는 읽기에 따라 가시 돋친 듯한 답변을 보내왔다. 우선 소설 속 기술 전체주의에 대해. “현대인들이 감옥 같은 하이테크 문화 안에 감금되는 현상에 갈수록 순응적이 되는 것 같은데, 이는 조지 오웰도 예상하지 못했던 상황”이라고 했다. 안면이나 음성 인식, 각종 개인 식별 장치에 자발적으로 자신들을 내맡겨 결국 국가의 개인 통제를 돕는 꼴이 되고 있다는 진단이다.  
 
소설은 인민재판 같은 즉석 투표 장면을 그린다. 아드리안의 추방을 확정하는 대목에서다. 민주주의의 파괴다. 오츠는 그에 대해 “미국에서는 이론적으로 자유 투표가 보장되지만 실제로 기득권층이 얼마든지 투표 과정을 억압한다. 이는 미국뿐 아니라 세계 어느 곳도 마찬가지 아닌가”라고 언급했다. 소설은 이런 현실 개선에 어떤 역할을 할 수 있나. 진부한 질문. 대가도 답이 궁한 듯했다. “예술은 사람들을 한데 끌어모아야 한다. 그러려면 사람들이 먼저 작품을 읽어야 하는데, 대부분의 미국인이 심각한 소설 읽기를 싫어한다.” 이건 또 다른 디스토피아의 징후 아닌가.
 
신준봉 전문기자/중앙컬처&라이프스타일랩 infor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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