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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호의 시시각각] 회전문 인사의 치명적 함정

김동호 논설위원

김동호 논설위원

청와대 정책실장 얼굴이 바뀌면 정책에도 변화가 있는 걸까. 그렇게 생각하면 번지수를 잘못 짚을 가능성이 크다. 김상조 신임 실장의 등용이 경제 부진에 따른 사실상 문책 인사라는 해석도 어색하다. “재벌 혼내주느라 (회의에) 늦었다” “재벌은 사회적 병리”(강연자료)라고 했던 김 실장의 기업관으로 봐선 갑자기 경제에 활력을 불어넣을 정책을 펼 것 같지 않다. 그는 실장에 임명되는 날 “정책 방향성에 대한 확신을 갖고 정책 기조의 일관성을 유지하겠다”고 했고, 취임 이후엔 정책의 유연성을 거론하면서도 ‘정책의 일관성’에 방점을 찍었다.
 
경제 컨트롤타워 논란에 대해서도 홍남기 경제부총리를 치켜세우면서 “나는 병참기지 참모”라고 했지만, 립서비스에 그칠 공산이 크다. 전임 장하성·김수현 실장 때도 “경제부총리가 컨트롤타워”라고 했지만, 김동연·홍남기 경제 부총리는 청와대의 정책 노선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더구나 김 실장은 재벌 개혁의 전도사로 평생을 살아왔다. 신념으로 뿌리내렸을 그의 생각이 하루아침에 바뀌는 게 쉬울까. 청와대의 3대 정책 기조는 여전히 요지부동이다. 소득주도 성장과 공정경제는 기업 심리를 위축시켜도 여전히 금과옥조로 여겨지고, 혁신성장은 2년 넘도록 성과 없이 구호만 무성한 게 현실이다.
 
결국 우리는 또 한 번의 회전문 인사를 보게 되는 걸까. 민주사회에서 다수 국민의 선택을 받은 집권세력은 정책 실현을 위해 뜻을 함께하는 사람을 중용할 수 있다. 문제는 생각이 비슷한 사람들끼리 모여들면 의사결정의 질이 나빠져 잘못된 길로 빠져들기 쉽다는 점이다. 개인조차 이게 아니다 싶으면 언제든 방향을 틀지만, 집단에서는 집단의 논리가 작용하기 때문이다.
 
특히 회전문 인사는 집단의 폐쇄적 의사결정을 강화한다. 한두 명이 이건 아니다 싶어도 용기 있게 ‘NO’라는 말이 나오기 쉽지 않다. 우리 편이라는 동질감 때문에 다양한 의견을 담는 집단지성보다 획일적 집단사고가 지배하기 쉬워서다. 이들 사이에는 맹목적 동조현상까지 나타나 다양한 목소리와 자유토론은 억압된다. 그럴수록 외부 의견에는 귀를 닫고 신념에 경도되는 확증편향이 강화될 가능성이 크다.
 
미국 프린스턴대 사회심리학 교수였던 지바 쿤다(Ziva Kunda)는 ‘동기화된 추론(motivated reasoning)’을 통해 확증편향을 과학적으로 풀어냈다. 쿤다에 따르면 인간은 이미 형성된 가치관과 신념, 이념적 지향에 따라 ‘결론에 꿰맞춰 생각하는 경향’을 보인다. 객관적 사실 앞에서조차 자기주장만 하는 사람도 동기화된 추론의 틀로 보면 왜 그러는지 이해할 만하다. 이 이론은 합리적이어야 할 인간의 의사결정이 왜 때로는 터무니없는 방향으로 흐르는지, 그 비밀을 푸는 데 획기적인 틀을 제공한 셈이다. 이 논문이 학자들에게 6400번 넘게 인용될 만큼 인기를 끄는 이유다.
 
진념 전 경제부총리가 최근 “정부와 정치인 등이 ‘너는 개혁 대상이고 나는 개혁의 칼자루만 쥐겠다’는 식으로 나오면 우리 경제는 돌파구를 찾기 어려울 것”이라고 지적한 것도 ‘내 말만 옳다고 하면 오류에 빠질 수 있다’는 충고다. 청와대는 충고를 받아들여야 한다. 하지만 정책실장 얼굴이 세 번이나 바뀌면서도 정책 방향 전환 얘기는 나오지 않고 있다.
 
왜 그럴까. 쿤다가 제시한 함의가 무릎을 치게 한다. “동기화된 추론에 빠지면 자신의 착각을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자기만족은 높아진다.” 문재인 정부의 경제정책이 불안감을 자아내고 있지만  “국민에게 성과를 잘 설명하라”면서 노선을 고수하는 것도 같은 이치다. 부작용엔 귀를 막고 듣기 좋은 수치로만 기존 정책을 합리화하기 때문이다. 동질적 사고를 하는 회전문 인사의 치명적 함정이다.
 
김동호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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