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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코노미스트] 라거는 ‘테라’, 에일은 수제 맥주로 인기몰이

종량세로 주세 개편도 호재 될 전망…올 들어 맥주 수입액 다소 둔화
 

국산 맥주 대반격 나서나

맥주는 국내 주류시장의 45.6%(2017년 기준)를 차지한, 소비자들이 가장 선호하는 주류다. 이런 주류시장에서 대세는 수입 맥주였다. 2013년 점유율 4.4%에 그친 수입 맥주는 다양한 맛과 파격적인 가격을 무기로 국내 시장을 잠식했다. 지난해 점유율이 18%로 높아졌다. 기존의 맥주 과세 체계도 국산 맥주보다는 수입 맥주에 좀 더 유리하게 작용했다. 한쪽으로 마냥 기울 것 같던 국내 맥주시장 분위기는 조금씩 달라지고 있다. 하이트진로의 ‘테라’와 다양한 수제 맥주가 수입 맥주의 대항마로 떠올랐다. 종량세로 바뀌는 맥주 과세 체계도 국산 맥주에 호재가 될 전망이다. 수제 맥주의 세계와 글로벌 맥주시장의 동향도 자세히 짚었다. 
 
지난 수년간 수입 맥주의 맹렬한 공세에 좀체 기를 못 펴던 국산 맥주가 올 들어 눈에 띄게 기력을 회복하고 있다. 6월 19일 관세청에 따르면 지난 1분기 맥주 수입액은 7279만 달러(약 856억원)로 전년 동기 대비 1%가량 감소했다. 2분기도 6월 현재까지 수입이 둔화한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지난해에는 3억968만 달러어치가 수입돼 2017년(2억6309만 달러) 대비 17%, 2017년엔 2016년(1억8156만 달러) 대비 44% 수입액이 각각 증가했던 것과 대조적이다. 이들 지표는 수입 맥주와 시장점유율을 고스란히 나눠 갖는 국산 맥주가 올해 들어 그만큼 내수시장에서 선전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수입 맥주는 국내에서 급성장하면서 국산 맥주 일변도로 형성됐던 시장 분위기를 바꿨다. 한국조세재정연구원 따르면 2013년만 해도 수입 맥주의 시장점유율은 4.4%에 불과했다. 나머지 95.6%는 ‘카스(오비맥주)’ ‘하이트’ ‘맥스(이상 하이트 진로)’ 같은 국산 맥주 차지였다. 이듬해 롯데주류가 ‘클라우드’로 맥주 시장에 가세하면서 국산 맥주의 장악력이 한층 강화될 것으로 예상됐지만 결과는 반대였다. 지난해 국산 맥주 점유율은 82%였던 반면 수입 맥주 점유율은 18%로 증가한 것으로 추산됐다.
 
테라 인기에 하이트진로 주가 고공행진
올 들어 시장 흐름에 변화가 생겼다. 국산 맥주의 반등을 주도하고 있는 선봉장은 하이트진로가 지난 3월 21일 내놓은 신제품 ‘테라’다. 주류 업계에 따르면 테라는 출시된 지 한 달여 만인 4월 말 누적 105만 상자(3193만병, 병당 330㎖ 기준)가 팔리면서 국산 맥주 브랜드 중 최단 시간 100만 상자 판매 돌파 기록을 세웠다. 5월엔 누적 판매량이 200만 상자를 넘어섰다. 전례로 봐도 폭발적인 반응이다. 이 회사의 스테디셀러 하이트나 맥스조차 과거 출시 직후 첫 달 판매량은 30만 상자 수준에 그쳤다. 테라의 흥행 덕에 하이트진로 주가는 연일 올라 4월 18일 1만7350원에서 6월 19일 2만1000원대로 껑충 뛰었다.
 
테라의 흥행 비결은 ‘원재료 차별화’ ‘선택과 집중’이라는 두 가지 키워드로 요약할 수 있다. 이영목 하이트진로 상무는 “호주에서도 보리 생육에 최적화한 일조량과 강수량, 비옥한 토지, 풍부한 수자원을 갖춘 곳으로 유명한 청정 지역인 ‘골든트라이앵글’에서 생산된 맥아를 100% 사용해 (테라를) 양조하고 있다”며 “원재료부터 차별화해 지금까지의 국산 맥주와는 다른 맛과 향을 내려 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도 기존 노하우를 살려 가장 잘 만들 수 있는 분야이자, 한국인의 식습관에 맞는 분야인 라거(lager)에 집중하고 그 강점을 극대화하는 전략을 취한 것이 주효했다는 분석이다.
 
맥주는 크게 라거와 에일(ale)로 나눌 수 있다. 맥주 전문가인 황지혜 비플랫 대표는 “라거는 10℃ 안팎, 에일은 20℃ 안팎의 온도에서 각각 발효하는 효모를 달리 써서 양조한다”며 “다양한 향이 강조되며 알코올 도수도 높은 편인 에일과 달리, 라거는 향이 적되 부드러운 목 넘김과 청량감이 특징인 맥주”라고 말했다. 통상 소비자가 선호하는 음식의 맛과 향이 강한 편인 국내에선 에일보다 라거가 곁들이기 더 좋은 맥주라는 분석이 나오는 이유다. 이 때문에 지금껏 국산 맥주 역시 에일보다는 라거 위주로 출시됐다. 하이트나 맥스 외에도 카스와 클라우드까지 모두 라거다. 테라는 이처럼 시장성이 검증된 라거의 정체성을 유지하되 ‘100% 리얼 탄산 공법’으로 청량감 강화를 꾀했다. 발효 과정에서 자연 발생하는 탄산만을 별도 저장하는 기술과 장비를 새로 도입해 만들어 제품 내 탄산이 오래 유지된다.
 
국산 맥주가 테라만으로 분위기 반전에 성공하고 있는 것은 아니다. 국내 대기업 맥주나 수입 맥주 사이 틈새시장을 노리는 중소 규모 양조장의 선전도 눈에 띈다. 이들은 특색 있는 라거나 인디아페일에일(IPA) 등의 에일을 직접 만들어 수제 맥주 마니아를 끌어 모으고 있다. 유기농 감귤 껍질을 사용해 만든 ‘제주 위트 에일’로 유명한 제주맥주가 대표적이다. 이 회사는 2017년 8월 공식 출범 후 1년 만에 월매출이 1400%나 증가했다. 올 1분기 매출도 전년 동기 대비 배로 늘어 성장세를 유지했다. 굿맨브루어리의 ‘서울 라거’ ‘굿맨 IPA’, 버드나무브루어리의 ‘하슬라 IPA’, 플레이그라운드브루어리의 ‘더 젠틀맨 라거’ 등도 입소문이 났다.
 
중소 규모 양조장도 선전
이들은 주요 소비층인 젊은 세대를 겨냥한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활용 마케팅에 힘쓰면서 탄력을 받았다. 소비자가 사진을 찍어 SNS에 올리면 눈에 확 들어올 만큼 맥주병과 캔의 디자인에도 공을 들였다. 유명 SNS 플랫폼 인스타그램에서 제주 위트 에일로 검색하면 3만여 게시물이 등장한다. 다른 국산 맥주들도 SNS에서 만만찮은 인기를 모으고 있다. 이런 분위기 속에 2014년 50여 곳에 불과했던 국산 수제 맥주 양조장은 지난해 100여 곳으로 늘면서 국산 맥주 반등에 힘을 보태고 있다. 여기에 유통 업계도 동참하면서 시너지 효과가 나고 있다.
 
예컨대 GS리테일이 운영하는 편의점 GS25는 지난해부터 ‘광화문’과 ‘제주 백록담 에일’ 같은 자체 브랜드(PB) 수제 맥주를 국내 양조장과 협업해 만들어 팔면서 소비자 호응을 얻고 있다. 임현창 GS리테일 주류담당 상품기획자(MD)는 “4~5월 전국 GS25 수제 맥주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172%가량 신장됐다”며 “두 PB 상품 매출이 전체 수제 맥주 매출의 85%를 차지할 만큼 인기”라고 전했다. 광화문은 최근 초도 물량인 3만8400캔이 해외에서 약 2주 만에 ‘완판’됐다. 농촌진흥청은 지난해 국내 수제 맥주 시장 규모가 633억원으로, 지난 3년 사이 41% 성장한 것으로 집계했다.
 
결국 맛과 향에서 수입 맥주에 뒤지지 않는 국산 맥주가 속속 등장하면서 시장 분위기도 그만큼 달라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과거 국산 맥주가 갖추지 못했던 에일 분야에서 수입 맥주에 대적할 만한 국산품이 나오고 있는 데다, 기존에 강했던 라거 분야에서도 테라 사례에서 보듯 품질 경쟁력이 크게 강화됐다는 얘기다. 이는 자연스레 국산 맥주의 다양화로 이어졌다. 지금껏 수입 맥주는 다양성 면에서 국산 맥주에 크게 앞선 것으로 평가됐다. 일본의 ‘아사히’ ‘삿포로’ ‘기린’, 중국의 ‘칭타오’, 미국의 ‘버드와이저’ ‘밀러’처럼 국내 소비자 입맛에 익숙한 라거 외에도 벨기에의 ‘호가든’ ‘듀벨’ ‘레페’, 독일의 ‘파울라너’, 오스트리아의 ‘에델바이스’ 등의 에일까지 다양하게 유입되고 있어서다. 최근의 국산 맥주 다양화는 이들과의 간극을 어느 정도 줄여주는 행보라는 점에서 긍정적으로 해석된다.
 
종가세 체제에서 국산 맥주 과세표준 불리
하이트진로의 신제품 ‘테라’는 국산 맥주 사상 최단시간 100만 상자 판매 돌파 기록을 냈다. / 사진:하이트진로

하이트진로의 신제품 ‘테라’는 국산 맥주 사상 최단시간 100만 상자 판매 돌파 기록을 냈다. / 사진:하이트진로

주류 업계는 국산 맥주의 반등, 수입 맥주의 성장 둔화 현상이 이어질 가능성에 주목한다. 국산 맥주가 수입 맥주 대비 뒤처진 것으로 여겨졌던 품질 경쟁력을 회복하고 있는 데다, 정부가 최근 맥주 과세 체계를 종량세(양·도수에 비례한 과세) 방식으로 전환하기로 한 것도 호재로 분석돼서다.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6월 초 당정 협의회에서 “내년도 정부 세법개정안에 맥주와 탁주에 대한 종량세 전환 내용을 담아 국회에 제출하고, 내년부터 시행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현재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6개 회원국 중 모든 주류에 종가세를 부과하는 나라는 한국과 멕시코, 칠레 등 3곳뿐이다. 종량세이되 맥주에 대해서는 종가세 방식으로 세금을 매기는 호주와 터키를 포함해도 5곳이다. 일본 역시 과거 종가세 방식에서 종량세 방식으로 과세 체계를 개편한 바 있다.
 
기존 종가세 체계에서는 국산 맥주의 경우 생산비에 유통비·판매관리비·마케팅비 등까지 포함해 세금을 내야 한 반면, 수입 맥주는 수입 신고가에만 세금이 매겨져 국산 맥주 역차별 논란이 끊이지 않았다. 실제 조세재정연구원에 따르면 현행법상 리터당 국산 맥주의 과세표준은 1189.24원, 제세금 총합은 1343.00원으로 같은 양의 수입 맥주 과세표준(1061.84원)이나 제세금 합계(1199.44원)보다 높다. 업계 한 관계자는 “현행법상 수입 맥주가 가격 경쟁력 확보에 더 유리한 면이 있었다”며 “종량세 전환으로 (국산 맥주가) 세금 부담을 덜게 돼 진정한 품질 경쟁이 가능해질 거란 기대감이 있다”고 전했다. 종량세 전환 후 중소 규모 맥주 업체들의 납부세액은 현행 리터당 513.70원에서 442.39원으로 13.9% 감소할 것으로 추산된다. 국내 기업이 그만큼의 여력을 투자 활성화와 고용 창출에 돌리면서 신제품 강화라는 선순환 구조가 만들어질 개연성이 커진다.
 
종량세로의 전환으로 소비자들이 국산 맥주를 더 찾을 것이라는 연구 결과도 나오고 있다. 한국광고진흥공사는 최근 전국의 만 20~49세 남녀 50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진행했다(95% 신뢰 수준, 표본오차 4.4%). 조사에서 종량세 전환으로 국산 맥주 가격이 낮아지면 국산·수입 맥주 중 어느 것을 구입하겠느냐는 질문에 응답자의 60%가 국산 맥주를 택했다. 40대는 71.4%가 국산 맥주를 더 구입하겠다고 답했다. 응답자의 56.4%는 종량세 전환으로 수입 맥주 가격이 오르면 지금보다 덜 구매하겠다고 밝혔다. 조사 결과대로라면 국산 맥주는 품질 경쟁력으로 어렵사리 이룬 반등세에 가격 경쟁력이라는 ‘날개’를 달 수 있다.
 
수입 맥주 ‘4캔 1만원’ 유지될 듯
다만 아직 낙관만 하기는 이르다. 국산 맥주의 품질에 아쉬움을 나타내는 소비자가 여전히 적지 않으며, 종량세로의 전환에 따른 반사이익이 기대보다 크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도 많아서다. 특히 수입 맥주의 급성장을 주도한 것으로 평가되는 편의점과 대형마트 등의 ‘4캔에 1만원’ 마케팅은 종량세 전환 이후에도 유지될 전망이다. 김병규 기획재정부 세제실장은 “맥주는 치열한 시장 경쟁 속에 이미 4캔에 1만원 이하로 가격이 내려가기도 했다”며 “종량세로 전환돼도 4캔 1만원은 충분히 유지될 것”으로 내다봤다. 홍범교 조세재정연구원 연구기획실장도 “개별 브랜드 간 경쟁, 대형마트와 편의점 간 경쟁이 4캔 1만원에 판매 중인 맥주별 가격 변동 요인을 상쇄하면서 지금의 4캔 1만원은 유지될 전망”이라고 덧붙였다. 지금과 같은 기세를 이어가려면 맛과 가격에서 국산 맥주의 반격이 일회성에 그치지 않아야 한다는 얘기다.
 
 
이창균 기자 smile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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