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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륜은 인간 본성…절반은 ‘외도 유전자’ 타고난다”

바람난 유전자

바람난 유전자

바람난 유전자
나카노 노부코 지음

일본 뇌과학자 최신 연구 섭렵
불륜 현상의 과학적 근거 따져
성병 피하려다 일부일처제 정착
불륜 위험군 배우자에게 불만 커

이영미 옮김
부키
 
언제부턴가 우리 사회에 내로남불(내가 하면 로맨스, 남이 하면 불륜) 현상이 대세가 됐다. 정치권에선 더욱 심하다. 내로남불이란 말에서 알 수 있듯이 상대방 입장에서 보면 로맨스와 불륜은 큰 차이가 없을 수도 있다. 그런데도 불륜에 대해선 가시눈을 부릅뜨고 달려든다. 로맨스는 아름답고 불륜이 나쁘다는 건 세상이 다 안다. 그러면서도 불륜은 그칠 줄을 모른다. 왜 그럴까.
 
일본의 뇌과학자인 나카노 노부코(中野信子)는 『바람난 유전자』에서 “인류의 절반은 불륜 유전자를 타고난다”며 “인류가 존재하는 한 불륜은 사라지지 않을 것”이라고 단정한다. 우리는 흔히 일부일처제의 미덕을 헌신짝처럼 차 버리고 특정한 배우자가 아닌 다른 연인을 찾아가는 행위를 ‘바람피운다’고 정의하며 불륜의 주홍글씨를 뼛속 깊이 새겨 준다. 하지만 이런 행위는 동물로서의 인류의 본질을 잘 이해하지 못하는 데서 나오는 것이라고 나카노는 주장한다. 그는 이 책에서 불륜, 그리고 불륜에 대한 비난이 둘 다 그치지 않는 배경을 최신 과학의 힘을 빌려 탐구했다.
 
캐나다 워털루대학 크리스 바우흐 교수 연구팀은 논문에서 “인류의 선조는 수렵채집 생활을 할 무렵에는 일부다처제였지만 농경을 시작하며 집단으로 정착한 이후 성병의 대유행으로 큰 타격을 입었다”며 “그로 인해 같은 상대와 평생 백년해로하는 편이 공중위생적 관점에서 볼 때 집단 유지에 유리해서 일부일처제가 정착하게 됐다”고 추론했다. 즉, 인류의 뇌 구조는 애초부터 (지금 기준으로) 불륜의 씨앗을 잉태하고 있었으며 일부일처제는 인류 진화의 큰 흐름에서 극히 최근의 결과라는 것이다. ‘불륜은 악’이라는 윤리관은 인간 사회에 나중에 생겨난 ‘부록’ 같은 개념이다.
 
유전자와 뇌 속 물질을 연구한 최근의 과학적 결과는 불륜에 관한 인류의 비밀을 하나씩 세상에 드러내 놓고 있다. 뇌에서 생성되는 호르몬인 아르기닌 바소프레신 수용체(AVPR)1A 유전자 염기 배열에 따라 ‘불륜형’과 ‘정숙형’으로 나누어질 수 있다는 학설이 제기됐다. 두 부류는 대략 반반 정도를 차지한다. 2명 중 1명은 불륜 유전자를 타고난다는 것이다.
 
불륜은 사회적·윤리적 단죄의 대상이다. 뇌과학의 시각은 다르다. 인류의 절반이 불륜 유전자를 타고났다고 본다. [중앙포토]

불륜은 사회적·윤리적 단죄의 대상이다. 뇌과학의 시각은 다르다. 인류의 절반이 불륜 유전자를 타고났다고 본다. [중앙포토]

불륜형 유전자 소지자는 대체로 파트너에 대한 불만이 크고 타자에 대한 친절 빈도도 낮았다. 하지만 이기적 유전자를 가진 이런 사람들이 많은 파트너와 관계를 가져 오히려 번식에 더 유리할 수도 있었다는 추론도 있다.
 
행복 호르몬이라 불리는 옥시토신 수용체 유전자의 염기 배열도 배우자에 대한 애정 정도 등 성 행동에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사랑이나 연애할 때 대량 분비되는 도파민 수용체 유전자인 DRD4는 성관계와 외도 성향을 결정하는 데 작용했다.
 
‘못되면 조상 탓’이란 말이 있다. 그렇다고 불륜을 모두 조상 탓으로 돌릴 순 없는 법이다. 다만 본인의 의지나 노력 못지않게 유전자나 뇌 구조로 결정되는 부분도 크다는 사실만큼은 이해를 하고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후천적인 애착 유형(안정형, 회피형, 불안형)도 불륜 스위치를 껐다 켰다 하는 데 관련이 있다고 한다. 어릴 때 부모가 감싸주지 않았던 불안형의 경우 불륜에 가장 취약했다.
 
이런 여러 가지 선천적·후천적 요인이 불륜을 야기하는 동력이 되기는 하지만 우리 사회는 여전히 불륜에 대해서는 가차 없는 응징에 나선다. 이는 불륜 커플을 공동체의 협력 구도와 질서 유지를 방해하는 ‘무임승차자’로 간주하기 때문이다. 일종의 질투의 힘이 작용하는 것이다. 행복 호르몬 옥시토신은 경합하는 존재에 대한 질투 감정도 높인다. 자기가 소속되지 않은 불륜 커플 같은 무임승차자 외집단을 나쁘다고 판단하게 되는 효과가 있다.
 
불륜 유전자를 타고났다고 그 자체를 죄악시할 일은 아니다. 알코올 분해 효소 유전자의 좋고 나쁨이 나의 잘못이 아닌 것처럼. 이 책을 읽고 자신의 유전자가 혹시나 불륜형이 아닐까 알아보기 위해 병원 문을 노크하는 독자가 늘어나지나 않을까.
 
한경환 기자 han.kyunghw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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