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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상연의 시시각각] 교육부 폐지가 여론이다

최상연 논설위원

최상연 논설위원

2011년 가을 미국은 선(先)발명주의에서 선출원주의로 특허법을 바꿨다. 오바마 대통령이 우리로 치면 과학고인 토머스제퍼슨 고교에서 개정안에 서명했는데 워싱턴 특파원으로 일하던 당시 취재를 나갔던 기억이 있다. 학생들에게 “여러분의 머리가 특허를 생산하는 두뇌공장”이라고 치켜세우더니 “한국 학생들은 게임과 TV 대신 수학, 과학, 외국어 공부를 한다. 한국 교육을 본받아야 한다”고 호소하던 연설이 인상적이었다. 재임 중 그는 여러 명문고를 찾아 다니며 같은 얘기를 반복했다.
 

사학개혁 관건은 자율성과 경쟁력
결과까지 평등한 교육사회주의론
새시대형 창의인재 키우기 어렵다

하지만 오바마가 부러워한 한국의 교육열은 지금 우리에게 ‘교육 적폐’다. 상산고·해운대고를 보면 그렇다. 적폐로 몰아대는 이유가 황당한데 ‘앞서가기 때문’이다. 생각해 보자. 고교 서열화란 근본적으로 대학 서열화 탓이다. 손을 대자면 상산고와 같은 고교 입시가 아니라 대학 입시가 먼저다. 자사고가 없어지면 망가진 일반고가 되살아난다고 믿는 사람도 없다. 그런데도 자사고, 마이스터고가 공교육을 망친 주범이란다. 다른 학생에게 열등감을 준다는 것이다.
 
한강의 기적으로 불리는 대한민국의 놀라운 성장은 천연자원보다 인적 자원에 집중한 결과다. 이젠 4차 산업혁명 시대에 걸맞은 창의 인재 육성이 시대적 과제다. 자율성을 확대하고 교육 경쟁력을 키우는 게 핵심이고 관건이다. 일본을 비롯한 선진국들은 일반고의 특목고 전환을 쉽게 하는 쪽으로 교육 체계를 개혁하는 데 매달린다. 우린 거꾸로다. 학생들의 학력을 끌어올리는 문제는 관심 밖이고 온통 시기와 질투에 불지르는 포퓰리즘 일색이다.
 
교육부 장관이 브레이크를 거는 일은 아마도 없을 것 같다. 이건 그냥 네 편, 내 편 가르는 정치이기 때문이다. 정답은 반대편으로 뛴 이 정권의 핵심 인사들이 정확하게 알려준다. ‘외고 출신은 대학에서 어학 전공을 해야 한다’던 청와대 민정수석은 딸을 외고 졸업시킨 뒤 이공계 대학, 의전에 보냈다. 특목고·자사고 폐지를 추진해 온 서울시교육감의 두 아들은 모두 외고를 다녔다. 특목고 폐지 정책을 입안하고 장관 하던 분의 딸은 국제중에 입학했다. ‘내 자식은 예외’인 사례는 차고 넘친다.
 
놀부 심보다. 당연히 설득도 어렵다. 우린 GNP 대비 교육비 투자율이 일본이나 독일보다 높다. 대학 진학률은 세계 2위다. 그런데도 교육 시스템의 질적 수준은 75위다. 심지어 중국보다도 한참이나 뒤처진다. 각 분야에서 당당하고 경쟁력 있는 인재로 키우자면 교육 패러다임 자체를 근본적으로 바꿔야 한다. 사회적 합의와 국민적 동의가 가장 중요하다. 하지만 이런 일을 하자는 국가교육회의는 거의 모두 좌파 교육운동을 했거나 코드 일색이다. 초록은 동색이다. 결론은 안 봤지만 모두가 안다.
 
세금 지원 안 받고, 좋은 시설에 우수한 교원으로 질 좋은 교육 프로그램을 운영한 게 자사고다. 그런데 우수한 학생을 선발해 더욱 우수한 인재로 육성 시켜서 폐지한다니 한마디로 코미디다. 그래서 평준화가 됐다고 치자. 그 다음엔 뭔가. 그냥 방치하는 것 아닌가. 자사고만도 아니다. 대입 제도 개편 등의 주요 교육 정책이 죄다 표류 중이다. 교과서는 입맛대로 바꾸고 규제는 날마다 늘려 현장에선 ‘차라리 교육부를 폐지해 달라’고 호소한다. 그래도 차관보 부활이다 뭐다 해서 자기들 일자리는 열심히 늘리는 교육부다.
 
자사고를 놓고 ‘학교 간 서열을 만들어 여러 가지 불만을 낳았다. 이를 해소해야 한다는 게 국민 의견’이라고 전임과 지금 교육부 장관은 말한다. 국민 의견이 정말 그런지도 의문이지만 설사 그렇다 쳐도 자신들에게 유리한 여론조사만 편파적으로 골라내 교육 정치에 올인할 게 아니다. ‘여론은 존중돼야 한다. 그러나 여론 속에 미래 비전이나 전략까지 있는 건 아니다’고 노무현 전 대통령은 자주 언급했다. 하물며 이 정부 교육정책 지지도는 줄곧 30% 선이다. 그게 국민 의견이다.
 
최상연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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