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골재업체인 수양광업㈜ 소속 화물선인 태천1호(688t급)가 2010년 2월 북한 장전항에서 싣고 온 모래 1390여㎥를 울산항 부두에 하역하고 있다. [중앙포토]](https://pds.joins.com/news/component/htmlphoto_mmdata/201906/28/b8710f19-c2d6-45fb-89c1-3a4d059e67e4.jpg)
국내 골재업체인 수양광업㈜ 소속 화물선인 태천1호(688t급)가 2010년 2월 북한 장전항에서 싣고 온 모래 1390여㎥를 울산항 부두에 하역하고 있다. [중앙포토]
대남·대미 비방 불구 북측 인사는
“7월 중순 풀릴 것” 분위기 타진
5·24 제재에 빠진 바닷모래 반입
자재난 시달려온 건설업계도 반색
이런 국면에서 베이징의 북한 경협 담당자들이 남북관계와 관련해 긍정적 메시지를 보내오기 시작했다는 대목은 눈길을 끈다. 최근 북측 민족경제협력연합회 관계자를 접촉한 대북 사업가는 “구체적인 배경 설명은 없었지만 ‘곧 좋은 소식이 갈 것’이란 말을 들었다”고 전했다. 남북 당국 관계가 소강상태를 맞은 상황이라 답답한 속내를 토로하자 “7월 중순께는 풀린다. 교역사업부터 시작할 수 있을 것”이란 입장을 북측이 전달해왔다는 것이다. 이전과 상당히 달라진 분위기다. 북측은 그동안 문재인 정부가 미국의 대북제재 눈치를 보며 경협이나 남북 교류협력 사업에 미온적이라며 불만을 표명해왔다. 북측 경협 담당자들도 미국과의 협상에 진척이 없는 점과 함께 김정은 위원장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정상회담(4월 24~26일), 김정은·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정상회담(6월 20~21일) 일정 등을 거론하며 미적대는 모습을 보였다.
북측이 꺼내 든 카드는 모래 반출 건이다. 남북한은 노무현 정부 때 북한산 모래의 국내 반입 사업에 합의했다. 이에 따라 10여개 국내 업체가 2004년부터 북측 지역 바다와 강에서 채취한 5600여t을 들여왔다. 하지만 2010년 3월 북한의 천안함 폭침 도발 대응 차원에서 5·24 대북제재가 시행되면서 중단됐다. 당시 개성공단과 금강산 지역을 제외한 우리 국민의 방북을 불허하고, 남북 교역 중단과 대북 신규 투자 금지가 결정됐다. 또 북한 선박의 남측 해역 운항을 금지하고 대북 인도적 지원 사업의 경우에도 사전에 정부 당국과 협의하도록 했다.
그런데 이미 대금을 북측에 지급했거나 임가공을 위해 원자재를 보낸 경우가 문제였다. 예외 없는 적용을 했다가는 우리 기업이 공연히 북측에 돈만 떼이는 결과가 될 수 있다는 점에서다. 결국 이듬해 이런 경우에는 예외로 한다는 결정이 이뤄졌다. 모래의 경우도 반입을 앞두고 북측에 돈을 건넸지만 물건을 받지 못한 업체가 생겼다. 북한이 이번에 남측으로 반출을 허용해준 모래가 바로 여기에 해당한다.
사실 모래 반출의 경우 이미 지난해 말부터 북측으로부터 언질이 있었다고 한다. 정양근 민간남북경제교류협의회장은 기자와의 통화에서 “지난해 12월 북측 광명성총회사가 우리측 S업체로부터 대금을 받고도 내주지 못한 바닷모래를 반출해가도 된다는 통지를 해온 사실이 있다”고 밝혔다. 정 회장이 공개한 확인서에는 “바닷모래 거래과정에서 발생한 미지불금 500만 달러를 모래 250만㎥로 상쇄한다는 것을 확인한다”고 명시돼 있다.

북한 민경련이 미지불금을 모래로 상쇄하겠다고 우리 측 업체에 보내 온 확인서.

북한 민경련이 미지불금을 모래로 상쇄 하겠다고 우리 측 업체에 보내 온 확인서.
국내 건설업계도 기대감을 감추지 않고 있다. 우리의 경우 환경 생태계 보존 등의 이유로 해양수산부 등이 반대입장을 표명하면서 2016년부터 바닷모래 채취가 급감했다. 국토부는 올해 골재 수급계획에서 전체 골재 1억8728만㎥ 가운데 8.1%인 2160만㎥를 바닷모래로 충당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하지만 환경단체와 지역 어민의 반발 등으로 바닷모래 채취는 사실상 중단상태다. 이에 따라 골재 가격이 40% 넘게 뛰기도 했다. 한 건설업체 대표는 “국내 건설업체들이 모래 부족 사태로 어려움을 겪어왔는데 북한산 모래의 반입문제가 성사되면 갈증을 해소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 대북제재의 완화나 해제 국면에서는 북한산 모래의 안정적 공급이 가능해질 수도 있다. 남북한은 지난해 9·19 군사합의에 ‘한강 하구 지역의 공동 이용’을 담았고 이를 위한 공동 조사를 실시한 바 있다.
문제는 향후 남북관계와 한반도 정세의 향방이다. 북한은 트럼프 행정부의 대북입장에 불만을 드러내며 “실력행사의 방아쇠를 주저 없이 당길 것”(26일 외무성 담화)이라고 위협하는 등 대미 비난의 수위를 높이고 있다. 대남 비방 목소리도 한껏 키운 상태다. 하지만 북한이 한·미를 상대로 협상 테이블에 나서기 직전엔 잇단 성명전을 통해 기선잡기에 주력했다는 점에서 김정은 위원장이 대화와 교류 재개를 앞두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2월 말 하노이 회담 결렬 이후 4개월간의 장고 끝에 한여름 담판 채비에 나섰다는 것이다. 북한의 대남 경협 채널이 잇달아 보내오는 메시지가 남북관계 복원의 예고탄일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대북제재의 예외 항목으로 남아있던 모래반입이 경협 재개의 지렛대가 될 수 있을지 주목된다.
이영종 통일북한전문기자 겸 통일문화연구소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