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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트남 영웅 박항서 “연봉에 연연하지 않겠다”

베트남 축구 대표팀을 이끌며 한국-베트남 우호 증진에 기여한 박항서 감독. [김경록 기자]

베트남 축구 대표팀을 이끌며 한국-베트남 우호 증진에 기여한 박항서 감독. [김경록 기자]

 
“축구 감독으로서 할 일을 했을 뿐인데. ‘민간 외교관’ ‘애국자’ 등등 과분한 수식어를 붙여주시고, 이렇게 상까지 주시니 감사하네요. 지난해 말 베트남 총리를 뵐 때 ‘한국과 베트남을 더 가깝게 만들어줘 고맙다’는 칭찬을 받고 보람과 책임감을 함께 느꼈습니다. 허허허.”
 
박항서(60) 베트남 축구대표팀 감독은 특유의 사람 좋은 웃음으로 인터뷰를 시작했다. 27일 서울 소공동 프라자호텔에서 만난 그는 “11월 필리핀 마닐라에서 개막하는 동남아시안(SEA)게임과 내년 도쿄올림픽 예선을 준비하느라 눈코 뜰 새 없이 바쁘지만, 귀한 상을 주신다는 소식에 흔쾌히 시간을 내 한국으로 건너왔다”고 말했다.
 
박 감독은 이날 같은 장소에서 열린 영산외교인상 시상식에서 2018년도 수상자로 단상에 올랐다. 사단법인 서울국제포럼(이사장 이홍구)이 2008년 제정해 매년 수여하는 영산외교인상은 국제무대에서 한국의 위상을 높이는 데 공헌한 이들의 업적을 널리 알리고 칭찬하는 상이다. 올해 수상자는 민간 부문 박 감독, 정부 관계자 부문 신각수(65) 전 주일대사다. 신 전 대사는 한·일 관계 개선에 노력한 공로로 수상했다.
 
박항서 감독은 베트남 축구의 역사를 새로 쓴 인물로 베트남 국민들의 존경을 받고 있다. 김경록 기자

박항서 감독은 베트남 축구의 역사를 새로 쓴 인물로 베트남 국민들의 존경을 받고 있다. 김경록 기자

 
박 감독은 지난해 베트남 국가대표팀과 23세 이하(U-23) 대표팀을 이끌고 각종 국제대회에서 눈부신 성적을 냈다. 1월 중국에서 열린 아시아축구연맹(AFC) U-23 챔피언십 ‘깜짝’ 준우승이 출발점이었다. 지난해 8월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남자축구에선 4강에 올랐고, 12월 열린 아세안축구연맹(AFF) 스즈키컵에서 우승했다. 올해는 아시안컵 8강과 킹스컵 준우승을 추가했다.
 
박 감독은 “2018년 한 해는 꿈만 같다. 과분한 관심과 사랑을 받아 행복했다”며 “혼자 만든 업적이 아니다. 이영진(56) 수석코치와 여러 스태프, 선수들이 ‘원 팀(one team)’으로 뭉쳤기에 가능했다. 얼마 전 아끼는 후배 정정용(50) 감독의 20세 이하(U-20) 대표팀이 ‘원 팀’이 돼 U-20 월드컵에서 준우승하는 걸 지켜보며 또 한 번 행복했다”고 말했다.
 
베트남 축구 역사를 다시 쓰고도, 변함없는 모습의 박 감독에게 베트남 국민은 진심 어린 지지와 존경을 표시하고 있다. 다친 선수에게 자신의 비행기 비즈니스석을 양보하고, 일손이 부족한 의무실에서 직접 선수 마사지를 한 박 감독의 ‘파파 리더십’은 베트남에서 영화, 책, TV 프로그램 등으로 제작됐다.
 
삼성전자는 베트남에서 '갤럭시 S10 박항서 에디션'을 한정판매로 출시했다. '박항서폰'을 들고 포즈를 취한 박항서 감독. [연합뉴스]

삼성전자는 베트남에서 '갤럭시 S10 박항서 에디션'을 한정판매로 출시했다. '박항서폰'을 들고 포즈를 취한 박항서 감독. [연합뉴스]

 
현지 광고 촬영 제의도 줄을 잇는다. 가전, 식품, 제약, 금융회사 등 다양한 업체의 광고를 찍었다. 현지에선 박 감독 이름을 딴 최신형 핸드폰이 한정판으로 발매되기도 했다. 그는 이른바 ‘박항서 마케팅’ 관련 제안이 오면 ‘베트남 시장 개척에 나선 한국 기업부터 돕는다’는 원칙에 따라 결정한다. 박 감독은 “모든 상황이 그저 고맙지만, 여기에 도취해 판단력을 잃으면 안 된다”며 “인기란 건 한순간 연기처럼 사라진다는 사실을 잊지 않고 있다”고 전했다.
 
서울국제포럼 이사장 겸 중앙일보 고문인 이홍구 전 국무총리는 “2002년 한·일 월드컵 당시 코치로 4강 신화를 이끌며 온 국민에게 기쁨과 감동을 전한 박항서 감독이 이제는 베트남에서 새로운 역사를 만들고 있다”며 “한때 서로에게 총칼을 겨눴던 한국과 베트남이 근래 들어 서로를 ‘친근한 이웃’이라 여기는 배경에 박 감독이 있다”고 치하했다.
 
박 감독은 최근 재계약을 놓고 고민 중이다. 내년 1월이 계약 만료이기 때문에 요즘 베트남축구협회와 협상 중이다. 그런데 일부 현지 매체가 근거 없는 추측성 보도를 내놓고 있다. ‘월 2만 달러(2300만원)인 연봉을 10배나 인상 요구했다’ ‘라이벌 태국축구협회와 몰래 협상 중이다’ 등 자극적인 보도가 연일 헤드라인을 장식하고 있다. 박 감독은 “도를 넘는 금액을 요구하거나 신의를 저버리는 행위를 한 적이 없다”며 “연봉에 연연하지 않겠다. 축구 경기에서처럼, 재계약에서도 합리적인 범위를 지킨다. 그게 박항서 스타일”이라고 강조했다.
 
송지훈 기자 milkym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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