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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M제는 무늬만…비전문가에 맡겨진 국가 R&D지원 극복해야”

지난 20일 서울 중구 더플라자호텔에서 열린 한국연구재단(NRF) '비전 NRF 2030' 선포식에서 참석자들이 비전 선포 세리머니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 20일 서울 중구 더플라자호텔에서 열린 한국연구재단(NRF) '비전 NRF 2030' 선포식에서 참석자들이 비전 선포 세리머니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세계 1~2위 수준의 연구개발 투자
 
한국 과학기술은 지난 반세기 동안 국가 경제 성장과 함께 엄청난 발전을 이룩했다. 1966년에 과학기술분야 국가연구소로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가 설립됐다. 1967년에는 과학기술 담당부처로 과기처가 설치되고, 1998년 과기부로 승격되었다. 그 뒤 교과부ㆍ미래부를 걸쳐 현재 과기정통부로 진화해 정부 연구개발 투자에 컨트롤 타워 역할을 하고 있다.  

 
그동안 과학기술분야 국가 출연 연구소도 25개로 늘어났고, 과학기술 특성화대학도 KAIST를 포함하여 4개교로 늘어났다. 한때는 과학기술의 중요성을 고려하여 부처 장관을 부총리로 격상하기도 했다. 과기부 초기, 정부의 연구개발(R&D) 투자 예산은 3조원에 불과했으나 현재는 20조원을 넘어서고 있다. 민간을 포함한 국가 전체의 R&D 투자는 국가별 국내총생산(GDP) 대비 R&D 투자 비율에서 세계 1~2위를 하고 있고, 인구대비 연구자 수에서도 세계 5위권 내로 미국ㆍ일본ㆍ독일보다 앞서고 있다. 2018년 글로벌 혁신지수 (GII 2018)에서도 상위권으로 리더의 위치로 평가받고 있다. 이런 성과는 정부 해당 부처 공무원들을 포함한 과학기술계 모두의 노력의 결과라고 말할 수 있다.  
 노정혜 한국연구재단 이사장이 지난 20일 서울 중구 더플라자호텔에서 열린 한국연구재단(NRF) '비전 NRF 2030' 선포식에서 재단 비전을 발표하고 있다. [연합뉴스]

노정혜 한국연구재단 이사장이 지난 20일 서울 중구 더플라자호텔에서 열린 한국연구재단(NRF) '비전 NRF 2030' 선포식에서 재단 비전을 발표하고 있다. [연합뉴스]

임기도 못 채우는 연구재단 이사장  
 
그럼에도, 기초 및 원천 연구에 대한 정부의 연구개발 지원 규모나 체계적인 지원 시스템이 본격적으로 이뤄지기 시작한 것은 그리 오래되지 않았다. 앞으로 10년 내에 세계적인 연구개발 성과물이나 연구 생산성에 대한 큰 기대를 해보기 위해서는 국가의 꾸준한 연구개발 지원과 투자규모에 맞는 새로운 방식의 과학기술정책을 기반으로 새 틀을 만드는 일이 시급하다. 동네 편의점과 대형 인터넷 쇼핑몰의 사업 관리 방법이 달라야 하는 것과 같은 이치일 것이다.  
 
특히 올해는 한국연구재단이, 전 학문분야를 아우르는 국가 기초연구지원시스템의 효율화 및 선진화를 목적으로 한국과학재단(1977년 설립)과 한국학술진흥재단(1981년)ㆍ국제과학기술협력재단(2004년)이 하나로 통합돼 출범한지 10년이 되는 해이기도 하다. 좋은 취지로 매우 적절한 시기에 시작한 한국연구재단이었으나, 그동안 6명의 이사장이 임명되었고 대부분이 임기를 채우지 못하였다.
 
염재호 고려대 행정학과 교수(전 총장)가 지난 20일 서울 중구 더플라자호텔에서 열린 한국연구재단 통합 출범 10주년 기념 정책포럼에서 기조 강연하고 있다. [연합뉴스]

염재호 고려대 행정학과 교수(전 총장)가 지난 20일 서울 중구 더플라자호텔에서 열린 한국연구재단 통합 출범 10주년 기념 정책포럼에서 기조 강연하고 있다. [연합뉴스]

취지 못살리고 있는 무늬만 PM제 
 
국가연구사업의 전 과정을 분야별 최고의 전문가가 책임 있게 지원, 관리하겠다고 도입한 ‘프로그램 매니저’(PM) 제도는 무늬만 PM제도 일뿐, 초기 목적에 부합하는 실질적인 PM제도를 아직도 시행하지 못하고 있다. 정부 R&D 지원을 총괄하는 과기정통부나 전체 정부 R&D 예산의 약 30%를 집행하는 한국연구재단에 상근하는 학문 분야 전문가가 거의 없다. 과학기술 정책 수립이나 예산 집행이 비 전문가 또는 비상근 전문가에 의해 이뤄지고 있다는 것은 매우 안타까운 일이다. 예를 들어, 연구소의 주업무가 해당 분야에서 세계 최고의 연구 성과를 이루는 것이라면, 그 주업무를 하고 있는 연구원들이 해당 분야 비 전문가이거나 또는 비상근 전문가일 경우 세계 최고의 결과를 기대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지난 10년간 한국연구재단의 예산은 2배 이상 증가했고 지원 과제 수도 2배 가까이 늘었으나 상근 직원의 수는 큰 변화가 없었다.  세계에서 가장 선진 연구지원기관으로 알려진 미국립과학재단 (NSF)의 운영비는 전체 예산의 약 4~5% 정도이며, 매우 적은 비용으로 대부분의 예산을 연구지원을 위해 사용한다고 자랑스럽게 홍보하고 있다. 반면 한국연구재단의 운영비는 지난 10년 동안 전체 예산의 1% 내외였다 (2019년 0.85%).  
 
연구자가 준수해야 할 법규 산더미…연구 몰입 불가능
 
이에 과학기술 선진국으로 도약하기 위한 새로운 틀의 첫 단추로 아래 세가지를 제안해 본다. 첫째, 한국연구재단의 기초ㆍ원천 연구지원 관련 조직구조를 학문 대분야별 본부조직으로 개편하고, 분야별 상근 전문가를 대거 영입해 재단 설립 시 목표했던 ‘국가연구사업의 전 과정을 분야별 최고의 전문가가 책임 있게 지원ㆍ관리’하는 기능을 실현해야한다. 둘째, 추가 상근 전문가 영입에 따른 인건비 등 전체 재단의 운영비 적정화도 이뤄져야 한다. 셋째, 경력 위주의 기초 연구지원사업들을 학문 분야 중심의 연구지원 사업으로 개편이 필요하다. 재단뿐만 아니라, 과기정통부 역시 관련 조직을 분야별 조직으로 개편할 필요가 있다. 또한 기획 및 정책 수립에 분야별 상근 전문가들을 영입해야 한다. 현재는 기초연구진흥과에서 거의 전분야의 기초연구 지원 정책을 분야별보다는 개인연구지원과 집단연구지원으로 구분해 일반 공무원들에 의해 진행하고 있다.  
 
과학기술정책연구원 원장과 공공기술연구회 이사장을 역임한 최영락 박사는 지난해 12월 과학기술정책 창간호 기고문에 아래와 같은 내용을 기술하였다.
 “국가연구개발사업의 관리에서 관료들의 통제 위주의 미시 관리 및 평가 권한을 축소하고, 민간 전문가들에게 연구과제의 선정.관리.평가 기능을 완전하게 이양해야 한다. 따라서 연구행정을 관리 중심에서 연구 중심으로 전환하여 연구 행정의 자율성ㆍ간소화ㆍ효율화ㆍ투명성 등이 이뤄져야 한다. 연구자가 준수해야 할 법규가 현재 19개 부처에서 약 379개이며, 법 97개, 시행령 97개, 시행규칙 74개, 지침이 111개인 상황에서 연구에 몰입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한국연구재단 10주년을 맞이한 올해가 연구지원 시스템의 선진화를 만들어가는 원년이 되기를 기대해본다.    
여준구

여준구

 
여준구 KIST 로봇미디어연구소장  
 
여준구
1958년생.

서울대 기계설계학과 학사-미국 오리건주립대 기계공학 석ㆍ박사
하와이대 기계공학과 교수
한국항공대학교 5,6대 총장
한국로봇학회 부회장
현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로봇.미디어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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