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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영욱 인터뷰]'천재' 이승우와 이강인 사이에서 '조연'으로 사는 법

11명이 뛰는 그라운드에서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것은 단 한명의 주연이다. 나머지는 주연을 빛나게 해주는 그림자로 살아간다. 그런 그림자 중에서도 주어진 역할에 최선을 다하며 원팀을 만드는 선수가 있다. 바로 FC 서울 조영욱이다. 그는 소속팀에서도, 대표팀에서도 주연이 아니지만 누구보다 팀을 위해 최선을 다한다. 25일 경기도 구리의 한 카페에서 만난 조영욱에게 조연으로 사는 인생에 대한 진심을 들을 수 있었다. 사진=양광삼 기자

11명이 뛰는 그라운드에서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것은 단 한명의 주연이다. 나머지는 주연을 빛나게 해주는 그림자로 살아간다. 그런 그림자 중에서도 주어진 역할에 최선을 다하며 원팀을 만드는 선수가 있다. 바로 FC 서울 조영욱이다. 그는 소속팀에서도, 대표팀에서도 주연이 아니지만 누구보다 팀을 위해 최선을 다한다. 25일 경기도 구리의 한 카페에서 만난 조영욱에게 조연으로 사는 인생에 대한 진심을 들을 수 있었다. 사진=양광삼 기자





세상 어떤 분야에도 특출한 '천재'가 있다. 그리고 세상은 천재를 중심으로 돌아간다.

축구도 그렇다. 그라운드에서 11명이 뛰지만 스포트라이트는 언제나 천재로 쏠린다. 팀이 잘되면 영광은 천재의 성과로 집중된다. 예를 들자면 리오넬 메시(바르셀로나)가 그렇고 크리스티아누 호날두(유벤투스)가 이런 현상의 중심에 섰다. 이들 천재들이 내는 환한 빛에 나머지 선수들은 그림자가 된다.

세상의 이치가 그렇다. 천재는 극소수. 나머지 대부분의 선수들이 그림자로 살아야만 한다.

그림자라고 해도 사는 방법은 다르다. 주연을 빛나게 해 주는 역할에 최선을 다하며 원 팀을 만드는 선수가 있다. 스포트라이트를 받지 못해도 팀이 잘되면 만족한다. 천재가 팀 승리에 큰 역할을 해 준다면 기꺼이 그림자 역할을 자청한다.

반면 천재를 시기하고 질시하는 그림자도 있다. 한 명이 독식하는 스포트라이트를 견디지 못한다. 이런 그림자가 있는 팀은 무너질 수밖에 없다.

전자로 행복하게 사는 이가 있다. FC 서울 공격수 조영욱. 그는 그림자다.

소속팀에서나 대표팀에서나 주연으로 살아 본 적이 없다. 그렇지만 그는 그 누구보다 행복한 축구선수의 삶을 살고 있다. 조연이라도 자긍심이 대단하다. 주연이 아니더라도 팀 승리에 반드시 필요한 선수다.

그는 국제축구연맹(FIFA) U-20 월드컵에 두 번 출전했다. U-20 월드컵 11경기 출전으로 한국 최다 출전 신기록을 세웠다. 2017년 한국 대회에서 16강에 올라섰고, 2019년 폴란드 대회에서는 준우승 쾌거를 일궈 냈다.

공교롭게도 두 대회에는 한국 축구 '역대급 재능'이라 불리는 천재들이 있었다. 2017년 이승우(헬라스 베로나) 2019년 이강인(발렌시아)이다.

천재라 불린 두 선수. 모든 스포트라이트는 이승우와 이강인에게 쏠렸다. 조영욱은 조연이었다. 그리고 주연들과 행복하게 동행했다. 한쪽이 틀어지면 동행은 깨진다. 조영욱은 천재들과 발맞춰 함께 걸었고, 최고의 결실을 맺었다. '행복한 조연'이다.

지난 25일 경기도 구리의 한 카페에서 만난 조영욱. 그에게 조연으로 사는 인생에 대한 진심을 들을 수 있었다.

 
사진=대한축구협회 제공

사진=대한축구협회 제공


- U-20 월드컵 최다 출전 기록을 세웠다.

"대단한 기록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그런데 많은 분들이 인정을 해 주니 감사할 따름이다. 기록은 깨지라고 있는 것이다. U-20 월드컵 성적이 좋아야 깰 수 있다. 후배들이 내 기록을 빨리 깼으면 좋겠다."
 
- 2년 전에는 골을 넣지 못해 비판도 받았다.

"2017년 대회 당시 정말 열심히 했다. 그렇지만 아쉬움이 있었다. 내 포지션이 최전방 스트라이커다. 마무리 역할인데 그걸 보여 주지 못하니 당연히 비판하는 이들이 있었다. 비판받는게 맞다고 생각한다. 진짜 이번에도 골을 넣지 못하면 축구를 그만둬야 되나 생각도 들었다. 골도 넣고 팀 성적도 좋았다. 나의 U-20 월드컵은 해피엔딩으로 끝났다. 특히 세네갈과 8강전은 올해 최고의 경기라고 생각한다.(웃음)"
 
- FIFA 대회 결승 무대를 밟을 때 느낌은.

"결승 이틀 전부터 빨리 뛰고 싶었다. 물론 떨렸다. 결승은 처음이다. 안 떨리면 사람도 아니다. 많은 기대를 받는 경기, 모든 분들이 지켜보는 경기였다. 많이 떨렸다. 경기 전 라커 룸에서 (이)강인이가 먼저 떨린다고 하더라. 나도 동료들에게 떨리냐고 물어봤는데 모두가 떨린다고 했다. 결승에 나서 7분 정도 정신없이 뛰어다니다 보니 떨림이 없어졌다. 한국 축구 역사에서 결승에 출전한 14명만이 느낄 수 있었던 떨림이었다."

 
사진=대한축구협회·연합뉴스 제공

사진=대한축구협회·연합뉴스 제공


- 2017년에는 이승우, 2019년에는 이강인. 천재들과 함께 뛰었다.

"엄청난 재능을 가진 선수들이다. 그런 선수들과 함께 뛸 수 있다는 것이 개인적으로 좋았다. 팀원으로도 좋았다. 믿음을 주는 선수들이다. 천재들은 그들만의 부담감이 있었을 것이다. 이 부담감을 이기기 위해 노력했을 것이다. 두 선수는 너무 다르다. 축구 스타일도 성격도 다르다."
 
- 모든 스포트라이트가 천재에게 몰렸다.

"물론 아쉬운 점은 있다. 나도 분명 좋은 모습을 보여 줄 때가 있었는데 스포트라이트는 천재들로 향했다. 하지만 부러워하지는 않았다. 팀 승리를 위해 다른 선수들의 역할도 중요하다. 내 역할에 만족했고, 내 능력을 인정해 준 이들도 많았다. 스포트라이트를 받지 못했지만 나의 활약을 알아 주는 이들이 분명 있다. 역대급 재능이라 평가받는 선수들이지만 팀에서는 팀원이다. 선수들도 팀원의 하나로 대했다. 우러러보거나, 어려워하지 않았다. 시기하면 팀이 무너진다. 두 선수도 그런 대우를 원하지 않았다."
 
 


- 조연의 역할을 했다.

"주연이 되고 싶은 생각은 없었다. 조연이라고 해서 기분이 나쁘지도 않았다. 조연이라고 해서 부담감이 없는 것도 아니다. 내 임무를 수행하기 위해 최선을 다했다. 내 역할을 정확히 무엇인지 알고 있었다. 내 역할에 충실하려고 노력했다. 천재도 필요하지만 축구는 혼자 하는 것이 아니다. 천재가 할 일이 있고, 다른 이들이 할 일이 있다. 모든 팀원들이 함께해야 힘을 낼 수 있다. 그래서 우리는 준우승을 했다."
 
- FC 서울에는 또 다른 천재 박주영 선배도 있다.

"(박)주영이 형에게 다음 주에 밥 사기로 했다.(웃음) 너무 많이 챙겨 주는 선배다. 조언도 많이 해 준다. 쉽게 말해서 주영이 형은 넘지 못할 산이다. 넘어야겠다고 마음을 먹는 순간 거만한 사람이 되는 것 같다. 주영이 형은 주영이 형일 뿐이다. 그 자체로 존경의 대상이다. 함께 경기를 뛰면 너무 편하다. 컨트롤을 잘해 준다. 정신적으로도 큰 도움을 준다. 그라운드 안에서는 감독이다."
 
- U-20 월드컵에서 가장 아쉬웠던 점은.

"정말 많은 응원을 받았다. 교민분들이 많이 와 줬고, 한국에서도 새벽인데 거리 응원까지 해 줬다. 우리팀이 우승하지 못한 아쉬움보다는 국민들의 기대에 보답하지 못한 것에 죄송함을 느낀다. 더 큰 역사를 쓸 수 있는 기회를 놓쳤다. 늦은 시간까지 응원해 준 국민들에게 큰 행복을 주지 못한 아쉬움이 가장 컸다."
 
조연의 역할을 자청한 조영욱. 그렇지만 언제까지나 조연에 머무를 생각은 없다. 더 발전하고 성장한 '주연' 조영욱을 준비하고 있다. 쉽지 않은 길이 열렸다. 냉정한 현실이 가로막고 있다. 조영욱은 헤쳐 나갈 자신감에 차 있다. 
 
- 최용수 감독이 '특별한 장점은 없지만 단점도 없다'고 평가했다.

"칭찬으로 들리기도 하고 보완할 점이 있다는 이야기로 들리기도 한다. 단점도 없지만 뚜렷한 장점도 있는 선수가 되고 싶다. 앞으로 최 감독님에게도 장점을 보여 주고 싶다. 나의 장점인 저돌적인 모습을 보여 주고 싶다. 또 세네갈전 골처럼 침투에 의한 시원한 골을 넣을 수 있는 선수가 되고 싶다."
 
 
U-20 월드컵 준우승을 경험한 조영욱은 이어 2020 도쿄올림픽 출전을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사진=대한축구협회

U-20 월드컵 준우승을 경험한 조영욱은 이어 2020 도쿄올림픽 출전을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사진=대한축구협회


- 2020 도쿄올림픽을 기대하나.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을 가지 못했다. 금메달을 땄다. 부러웠다. 하지만 아쉽지는 않았다. 아시안게임 공격진을 보면 분명 내가 들어갈 자리는 없었다. 공격진이 너무 좋아 오히려 마음이 편했다. 다음 기회를 노리고 있다. 도쿄올림픽을 기대한다. U-20 월드컵 준우승을 경험했다. 큰 대회에서 어떤 마음가짐으로 임해야 좋은 성적이 나는지 안다. 더 열심히 노력할 것이다."
 
- A대표팀과 해외 진출에 대한 생각은.

"A대표팀은 빨리 가면 좋겠지만 냉정하게 지금은 아니다. 내가 더 좋은 모습을 보이고, 발전했을 때 가고 싶다. 욕심만 갖고 되는 것이 아니다. 좋은 모습을 보이며 인정을 받은 뒤 한 단계씩 올라가고 싶다. 막연히 빨리 가고 싶은 생각은 없다. 해외 진출도 마찬가지다. 축구선수라면 당연히 유럽에 가고 싶다. 하지만 좋은 기량을 증명해야 갈 수 있다. 목표를 가지고 노력하다 보면 언젠가 그런 기회가 오지 않을까 생각한다."
 
- FC 서울 주전 경쟁이 만만치 않다.

"너무 좋은 공격수들이 많다. 페시치, 주영이 형 등에게 배울 점이 많다. 같이 운동하고 시합 뛰는 것이 영광이다. 주전으로 뛰면 좋겠지만 내 역할에 충실하려고 한다. 전반이든, 후반이든 기회가 주어진다면 나의 경쟁력을 보여 주고 싶다. U-20 월드컵을 준비했던 것처럼 간절하게 하면 결실이 따라올 것이라 믿는다."
 
 


- U-20 월드컵 준우승 영광이 어린 선수들에게 독이 될 수도 있다는 우려도 있다.

"자만하고 도취될 수 있다. 그런 사례를 많이 봤다. 어린 나이다 보니 주변에 걱정하는 분들도 있다. 하지만 이번 U-20 월드컵 멤버들은 다를 것이다. 영광에 젖어 있지 않다. 모두들 준우승 영광을 잘 잊고 있다. 소속팀에서 우리들의 위치가 어떤지 정확히 알고 있다. 워낙 정신이 바른 선수들이다. 스스로 채찍질할 것이다. 소속팀에 잘 적응해 살아남아야 한다. 성장하는 과정이라고 생각한다. 힘든 시기가 분명 찾아오겠지만 성숙하고 발전한다면 다시 이런 영광이 찾아올 것이라 믿는다."
 
- 조영욱에 대한 기대감이 크다.

"U-20 대표팀이 한국 축구 역사에 큰 기여를 한 것 같다. 폴란드에서는 잘 몰랐는데 한국에 와 보니 우리가 큰일을 한 것 같다. 자신감이 생겼다. U-20 월드컵에서 간절함이 자신감으로 바뀌니 얼마나 무서운 힘을 내는지 배웠다. 잠시 흔들릴 수 있겠지만 충분히 이겨 낼 수 있는 자신감이 있다. 두려움은 없다. 운동장에서 한발 더 뛰면서 보여 줄 것이다. 큰 기대를 받고 있는 것에 보답하겠다."
 
구리=최용재 기자 choi.yongjae@join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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