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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 6시간씩 버스 이동···헝가리 참사 여행, 덤핑상품이었나

[팩트체크] 헝가리 참사 패키지여행은 싸구려 덤핑상품이었나? 
 
오는 29일이면 헝가리에서 해외여행 최악의 사고가 일어난 지 한 달이 된다. 사진은 추모 불빛 밝힌 부다페스트 다뉴브강. [연합뉴스]

오는 29일이면 헝가리에서 해외여행 최악의 사고가 일어난 지 한 달이 된다. 사진은 추모 불빛 밝힌 부다페스트 다뉴브강. [연합뉴스]

이틀 뒤면 헝가리 유람선 침몰사고가 일어난 지 한 달이 된다. 사고 경위는 대체로 드러났으나 논란은 여전하다. 무엇보다 사고를 일으킨 크루즈 선장과 사고 대처가 허술했던 헝가리 당국에 끝까지 책임을 물어야 한다. 국내에서는 ‘참좋은여행’의 패키지여행이 덤핑상품이었다는 비난 여론이 그치지 않는다. 
 
참사를 빚은 여행상품은 정말 덤핑이었을까. 싸구려 패키지였다면 유람선 사고에 영향을 미쳤을까. 중앙일보는 참좋은여행의 ‘발칸·동유럽 6개국 7박9일(5월 25일∼6월 2일)’ 패키지상품의 세부 여정과 경비, 그리고 수익 현황을 분석했다. 극기훈련 못지않은 빡빡한 일정에서 당황했고, 이 혹독한 여정이 국내 패키지상품의 전형이라는 진실 앞에서 씁쓸했다. 7박9일 여정을 Q&A 형식으로 재구성했다. 
유람선 사고가 난 패키지상품의 유럽 현지 여정. 7일 동안 무려 3150㎞나 이동해야 하는 강행군이었다. 지도에서 빨간 선이 여행팀이 이동한 경로다. [그래픽=전시내]

유람선 사고가 난 패키지상품의 유럽 현지 여정. 7일 동안 무려 3150㎞나 이동해야 하는 강행군이었다. 지도에서 빨간 선이 여행팀이 이동한 경로다. [그래픽=전시내]

 
어떤 여행상품이었나. 
5월 25일 출발해 6월 2일 입국하는 7박9일 상품이었다. 일정 동안 모두 6개 나라를 방문한다. 독일∼슬로베니아∼크로아티아∼헝가리∼오스트리아∼체코∼독일 여정이다. 9일 상품이라지만, 마지막 이틀은 별다른 여정이 없다. 6월 1일 오후 12시 20분 독일 뮌헨공항을 출발해 6월 2일 오전 5시 40분 인천공항 도착 예정이었다. 7일간 유럽 6개국을 도는 셈이었다. 
 
어떻게 그 일정이 가능한가.
첫날 일정을 보자. 뮌헨공항에 오후 2시 20분 도착한다. 공항에서 나오면 오후 4시쯤이었을 테다. 뒤이어 뮌헨 시내 관광이 잡혀 있다. 마리엔 광장, 푸라우엔 교회 등을 구경한 뒤 버스를 타고 슬로베니아로 넘어간다. 뮌헨까지 비행시간만 11시간 10분이었는데, 휴식 없이 버스로 5시간을 더 이동한다. 슬로베니아의 호텔에 도착하면 일러야 오후 10시였을 테다. 
 
나머지 일정도 빡빡했겠다.
강행군이었다. 독일에서 출발해 7일 안에 5개국을 방문한 뒤 독일로 돌아와야 했다. ‘구글 맵’에서 유럽 현지 이동 거리를 쟀더니 3150㎞가 나왔다. 일정표에 나온 전체 버스 탑승시간은 40시간 30분이었다. 여행팀은 5일째인 5월 29일 헝가리 부다페스트에 들어갔다. 그때까지 이동 거리는 2104㎞, 버스 탑승시간은 26시간 30분이었다. 여행팀은 하루 평균 대여섯 시간을 버스 안에서 보냈다. 
 
헝가리에서 일정은 어땠나.
5월 29일 크로아티아 자그레브 호텔에서 아침을 먹은 뒤 약 3시간 30분 버스를 타고 부다페스트에 들어갔다. 부다페스트 시내 관광 중에는 예정된 쇼핑(40분)도 소화했다. 와인을 추천한다고 일정표에 나와 있다. 이날은 특식이 나오는 날이었다. 예정대로라면 여행팀은 저녁에 헝가리식 전통 수프를 맛봤다. 이윽고 여행팀은 야경 투어를 하러 다뉴브강으로 갔다. 원래 예약시간은 오후 8시였는데, 오후 9시쯤 유람선을 탔다. 일정표에 따르면 이튿날 오전 여행팀은 버스로 3시간 30분을 달려 오스트리아 빈으로 이동할 계획이었다.
 
왜 그 유람선을 탔나.
여행상품이 싸서 낡고 작은 유람선을 탔다는 비난이 있었는데 사실과 다르다. 여행사에는 유람선 선택 권한이 없다. 여행사가 탑승 인원과 시간을 통보하면 유람선 회사가 조건에 맞는 배를 지정한다. 현지 여행사는 유람선 회사에 30명분 요금 450유로를 지급했고, 유람선 회사는 최대 정원 60명의 하블레아니호를 배정했다. 다뉴브강 유람선 중에는 하블레아니호보다 작은 배도 많다. 사고를 일으킨 배는 부다페스트 유람선이 아니다. 다뉴브강을 따라 여러 나라를 여행하는 크루즈다. 크루즈가 부다페스트 야경 투어를 하면서 뱃길이 혼잡해졌다. 헝가리 당국의 대처가 아쉬운 대목이다. 유람선 요금은 동일하다. 개인 요금 1인 40유로(가이드비 포함), 단체 요금은 1인 15유로. 이날 하블레아니호 탑승 인원은 모두 35명(한국인 33명, 헝가리인 2명)이었다. 
5월 29일 침몰한 유람선 하블레아니호가 6월 11일 강 위로 올라왔다. 바지선에 실려 이동하는 허블레아니호. [AP=연합뉴스]

5월 29일 침몰한 유람선 하블레아니호가 6월 11일 강 위로 올라왔다. 바지선에 실려 이동하는 허블레아니호. [AP=연합뉴스]

 
날씨가 나빴는데 유람선을 타야 했나.
사고 직후 악천후에 무리한 여행을 했다고 지적하는 목소리가 높았다. 그러나 사고 영상을 보면 유람선 수십 척이 운항하는 장면이 나온다. 헝가리 당국이 유람선 운항을 금지하지 않은 상황에서 현지 여행사가 투어 취소를 결정할 수는 없었다. 이번 여행팀의 야경 투어는 상품에 포함된 일정이었다. 선택 관광이 아니었다. 여행사가 상품 일정을 취소하면 그 가격에 상당하는 대체 일정을 제공해야 한다. 보통은 특식을 넣어준다. 고객의 항의도 예상할 수 있다. ‘남들은 다 타는데 왜 우리만 안 타느냐?’ 실제로 여느 패키지상품의 고객 항의는 ‘예정된 일정대로 진행되지 않았다’가 제일 많다. 
 
저가 패키지여행이 유람선 사고와 관계없다는 뜻인가.
빡빡한 일정이 문제라면 문제였다. 헝가리에 이틀을 머무는 일정이었다면 참사를 피했었을지 모른다. 저가 상품은 맞다. 그러나 덤핑은 아니다. 
 
저가 상품은 맞는데, 덤핑은 아니다?  
여행업계에서 덤핑은 보통 다음의 경우에 쓰인다. 겉으로는 여행상품이 적자가 날 때. 속으로는 쇼핑이나 선택 관광으로 적자를 메운다. 이 기준을 적용하면 해당 상품은 덤핑이 아니다. 참좋은여행은 1인 200만원꼴인 상품을 30명에 판매해 약 5685만원의 매출을 올렸다. 총수익은 약 829만원으로, 1인 평균 수익은 약 26만원이었다. 
슬로베니아 블레드 호수는 동유럽의 대표적인 명승이다. 절벽 위에 우뚝 솟은 블레드 성이 보인다. 이번 여행팀은 동유럽 여행의 필수 여정인 블레드 성을 보기 위해 1인 70유로를 추가로 내야 했다. [중앙포토]

슬로베니아 블레드 호수는 동유럽의 대표적인 명승이다. 절벽 위에 우뚝 솟은 블레드 성이 보인다. 이번 여행팀은 동유럽 여행의 필수 여정인 블레드 성을 보기 위해 1인 70유로를 추가로 내야 했다. [중앙포토]

 
상품 가격이 너무 싸다.
유사한 여정의 패키지상품 중에는 150만원대 상품도 있다. 해당 상품은 예약 시점에 따라 네 종류 요금이 적용됐다(186만원, 191만원, 206만원, 219만원). 그러나 여행자는 상품가격에서 최대 45만원을 추가로 지불해야 했다. 가이드·기사 경비로 현지에서 90유로(약 12만원)를 냈고, 선택 관광 4회 비용을 다 합하면 250유로(약 33만원)였다. 여기에 4회로 예정된 쇼핑이 추가된다. 선택 관광은 필수가 아니다. 그러나 여행사 대부분이 상품가격을 낮추려고 필수 여정을 선택 관광으로 돌린다. 참좋은여행도 마찬가지였다. 슬로베니아 블레드섬 관광(70유로)과 크로아티아 두브로브니크 성벽 투어(100유로)는 동유럽 여행의 필수 여정인데, 선택 관광으로 구분돼 상품 가격에서 빠졌다. 참좋은여행은 여행 상품이 싸게 보이게끔 꼼수를 부렸다. 참좋은여행만 이런 식으로 영업하는 것은 아니다.
 
여행사는 어디서 이익을 냈나.
1인 200만원 상당의 여행상품에 항공료가 약 90만원(유류할증료 포함) 들어갔다. 여행사 수익 20여만원을 빼면 70여만원으로 1주일간 유럽 6개국을 여행했다는 뜻이다. 싸구려 음식과 숙소를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 온라인 예약사이트를 통해 일정표에 나온 호텔을 일일이 확인했다. 7개 호텔 중에서 3성 호텔이 5곳이었고, 4성 호텔이 2곳이었다. 3성급 호텔은 7만원짜리도 있었다(2인 1실 기준). 여행사 단체는 이 요금에서 더 할인받았을 것이다. 여행사는 일정표에서 ‘일급’이라고 호텔 등급을 표시했다. ‘3성’보다는 ‘일급’이 고급스러워 보인다. 현지 여행사에는 옵션과 쇼핑에서 생기는 수익이 돌아갔을 터이다. 
 
싼 게 비지떡이란 말인가.
우리 여행문화의 민낯이 이번 사고로 낱낱이 드러났다. 여행사는 싸구려 상품을 기획하고 그 상품을 더 싸게 보이게끔 꼼수를 썼다. 이유는 하나. 고객이 싼 여행을 찾기 때문이다. 일정표를 꼼꼼히 보면 ‘자그레브 대성당(외관)’ ‘체스키크롬로프 성(조망)’ 같은 표현이 나온다. 문자 그대로 바깥만 구경하고 멀리서 보고 지나간다는 뜻이다. 이참에 우리 여행 문화를 개선하는 계기가 마련되기를 바란다. 
 
여행사 책임은.
당연히 있다. 불법을 저지르지 않았어도 여행사에는 고객의 안전을 책임져야 하는 의무가 있다. 사실 더 심각한 것은 개별 자유여행이다. 개별 여행자가 마이리얼트립·클룩 같은 인터넷 플랫폼을 이용하거나 현장에서 유람선 티켓을 샀다가 사고가 나면 보상받을 방법이 없다. 플랫폼 업체는 일절 사고 보상 책임이 없다. 여행자보험도 권고사항에 불과하다. 최근 전 세계에서 한국인을 상대로 가이드 투어 영업을 하는 한인 업체가 급증하고 있다. 이 중 상당수가 정식 사업권이 없다. 보상받을 길이 아예 없다는 뜻이다. 무허가 업체 대부분이 사고가 나면 이름을 바꿔 영업한다.
 
정부 역할은.
우리 국민 26명이 이국에서 돌아오지 못했다. 정부는 헝가리 정부와 크루즈 기업에 끝까지 책임을 물어야 한다. 관광 당국도 역할을 돌아봐야 한다. 가장 보편적이고 가장 대중적인 저가 패키지상품에서 최악의 참사가 발생했다. 언제 어디서라도 비슷한 사고가 되풀이될 수 있다. 사고 직후 며칠 관광 당국에서 참좋은여행에 전화를 했단다. 상황을 확인하고 이렇게 말했단다. “필요한 게 있으면 연락하세요.” 무엇이 필요한지 당국도 몰랐다는 얘기다. 올해는 해외여행 자유화 30주년이다. 작년 한 해만 한국인 2869만 명이 출국했다. 올해는 3000만 명 돌파가 유력하다. 아웃바운드 시장도 관광 영역이다. 해외로 나가는 3000만 명도 한국인이다.
 
 손민호·최승표 기자 ploves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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