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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재의 시시각각] 김상조, 삼성 때리며 컸다

이정재 중앙일보 칼럼니스트

이정재 중앙일보 칼럼니스트

인사는 메시지라는데 김상조 새 청와대 정책실장 임명의 메시지는 여전히 오리무중이다. 그가 ‘유연하다’며 정책 변화를 점치는 이들도 있지만, 본격적 재벌 팔 비틀기로 봐야 한다는 시각도 많다. 나는 이도저도 아니라고 생각한다. 변죽만 울리다 끝날 가능성이 크다. 김 실장의 취임 첫마디 때문이다. 그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도 원하면 만나(주)겠다”고 했다. 이 말이 왜 문제인가. 우선 전임 장하성·김수현 실장은 이 부회장과 만남이 없었다고 유추할 수 있다. 그것도 삼성이 원했지만 만나주지 않은 것으로 말이다. 게다가 삼성 총수를 만나는 게 일종의 시혜를 베푸는 것이라는 뉘앙스도 읽힌다. 이 정부의 재벌관이 드러나는 대목이다. 삼성을 콕 찍은 건 또 뭔가. 재계의 목소리를 경청하겠다는 의미였다면 “대기업 총수 누구나 언제 어디서든 만나겠다”고 해야 했다. 10대 그룹, 30대 그룹 다 놔두고 삼성 이 부회장을 말한 이유는 다른 데 있을 것이다. 나는 삼성 콤플렉스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삼성 콤플렉스’ 이제는 그만
잘못된 정책 과감히 수정해야
‘재벌때리기’만으론 경제 못 살려

김상조 실장은 삼성을 때리며 컸다. 삼성 전·현직 임직원과 이건희 삼성 회장을 검찰에 여러 차례 고발했다. 적은 지분으로 황제 경영을 하면 곧 위기가 닥친다고 경고했다. 과거 삼성·한화만 자신에게 경영 자문하지 않았다며 더 거칠게 쏘아댔다. 삼성 저격수란 별명도 그때 얻었다. 결국 삼성에서 초청받아 사장단 강연을 하고 조언도 해주는 관계가 됐다. 삼성이 세계 1등 기업으로 우뚝 서면서 그의 몸값도 덩달아 올라갔다. 삼성에 대한 갈팡질팡 애증도 드러냈다. 6년 전엔 “삼성을 사랑한다”라고 했지만, 이 정부 들어선 공정거래위원장 신분으로 굳이 이재용 부회장 재판에 증인으로 출석해 ‘저격수’의 존재감을 과시했다.
 
그는 위원장 시절 내내 ‘재벌=경제력 집중=악(惡)’이란 좌파 진영의 고정관념에 코드를 맞추다가 설화를 자초하기도 했다. 2년 전 “재벌들 혼내주고 오느라 늦었다”고 했다가 여론의 뭇매를 맞았다. “조심하겠다”고 했지만 타고난 ‘오지랖’은 어쩌지 못했다. 지난 3월엔 국제워크숍에서 “재벌들은 관료·정치인을 포획하고 언론마저 장악하는 등 사회적 병리 현상으로 확대되고 있다”는 강연자료를 미리 돌렸다가 문제가 되자 실제 강연에선 쏙 빼고 “나는 재벌을 좋아한다”고 했다. 이런 것까지 ‘유연성’이라고 해야 하나.
 
백번 양보해 말은 뒤집을 수 있다지만, 행동은 되돌릴 수 없다. 그는 공정위원장으로서 경쟁을 촉진하기는커녕 담합을 부추겼으며 기업 경쟁력의 핵심인 원가 공개를 밀어붙였고, 기업에 대한 전속고발권을 내놓았다. 그런 그가 정책실장이 됐다고 어려운 나라 경제를 생각해 삼성을 포함해 친기업으로 유턴할 것으로 본다면 순진한 생각이다.
 
그런 점에서 ‘김상조 정책실장’은 두 가지가 아쉬운 카드였다. 첫째, 왜 김상조였을까. 비슷한 상황에서 노무현 전 대통령은 이헌재 카드를 집어 들었다. 노무현 정부가 카드대란을 해결하고 탄핵 정국을 무사히 넘긴 데는 경제사령탑 이헌재의 공이 컸다. 둘째, 이왕 돌려막기라면 김동연 전 부총리였다면 더 좋았을 것이다. 거시경제는 아는 것만으로 안 된다. 경험을 통해 쌓은 촉이 좋아야 한다. 지금 같은 나라 안팎의 위기 땐 숙수(熟手)가 필요하다.
 
그럼에도 김상조 실장에게 한 가지만 당부한다. 삼성을 때리며 컸던 성공 방정식은 이쯤에서 제발 잊어줬으면 한다. 삼성이 특히 좌파 진영에 미움을 사는 이유는 1등 기업이기 때문이요, 그 1등 기업이 무노조 경영을 표방하고 있기 때문이다. 진영의 친노(親勞) 철학과 평균 논리로 보면 삼성은 존재 자체가 악인 것이다. 그러니 좌파 진영이 직·간접 고용 효과나 산업 연관 효과가 훨씬 큰 현대차보다 삼성전자 때리기에 더 힘을 쏟는 것이다. 김 실장은 이제 클 만큼 컸다. 마음만 먹으면 삼성 하나 훅 보낼 수 있는 자리에 섰다. 삼성 콤플렉스를 벗고 나라 경제를 살리는 데만 온 힘을 써주기 바란다.
 
이정재 중앙일보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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