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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PGA 투어 “아기를 돌봐 드립니다”

아이와 함께 행사에 참석한 제리나 필러(왼쪽) 등 LPGA 엄마 선수들. [사진 LPGA 투어]

아이와 함께 행사에 참석한 제리나 필러(왼쪽) 등 LPGA 엄마 선수들. [사진 LPGA 투어]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에서 활약 중인 스테이시 루이스(34)와 제리나 필러(34·이상 미국)는 다음 달 열리는 2인조 경기인 다우 그레이트 레이크스 베이 인비티이셔널 팀 이벤트에 한 팀으로 출전한다. 이 대회는 LPGA 정규 대회가 아닌 이벤트 대회다. 루이스는 필러와 함께 출전하는 것에 대해 ‘아기 엄마조’라고 했다. 루이스는 8개월 단 딸, 필러는 돌이 된 아들이 있다.
 
루이스나 필러처럼 엄마 선수들이 큰 어려움 없이 골프 대회에 출전할 수 있는 건 LPGA 투어가 전 세계 스포츠 리그 중 가장 선진적인 아이 돌봄 시스템을 갖추고 있어서다. LPGA 투어는 1993년부터 미국에서 열리는 모든 대회에 데이 케어 시스템을 만들었다. 스포츠 리그에서는 처음 생긴 아이 돌봄 서비스다.
 
골프장 클럽하우스 혹은 인근 건물을 빌려 전문 돌보미가 새벽 5시부터 밤 9시까지 아이를 돌본다. 사고를 우려해 장소는 외부에 알리지 않는다. 안전을 위해 경찰이 상주한다. 나이가 든 아이들은 엄마가 골프 코스에 나가서 경쟁하는 동안 동물원이나 박물관 등에 소풍도 간다. 미국의 한 식품 회사가 25년 동안 탁아소 비용을 후원하고 있다.
 
LPGA 투어 뿐만 아니라 미국골프협회(USGA)가 주관하는 US 여자오픈도 올해부터 이 서비스를 시작했다. 루이스는 아이를 맡길 곳이 없어 US 여자오픈에 불참하려다 탁아 서비스가 생겼다는 이야기를 듣고 대회에 참가했다.
 
이런 육아 서비스 덕분에 LPGA 투어에서는 그동안 엄마 선수들이 활약할 수 있었다. 미국의 베테랑 줄리 잉크스터(59)는 막내를 낳은 뒤에도 메이저 4승 포함, 16승을 거뒀다. 카트리나 매튜는 출산한지 11주 만에 메이저 대회에서 우승해 동료들을 놀라게 했다. 지금은 은퇴한 ‘작은 거인’ 장정도 아이를 데리고 투어 생활을 했다.
 
육아 서비스가 생기기 이전에는 선수들이 아이를 돌보기 위해 은퇴하는 일이 잦았다. 1980년 신인왕인 미라 블랙웰더는 남편이 캐디를 맡았는데 보모를 구할 돈이 없어 경기 중 아이를 돌보기 힘들자 선수 생활을 그만 뒀다고 했다. 박세리 도우미로 한국인에게도 잘 알려진 미국 여자골프의 전설 낸시 로페스는 “밤에 아이를 보느라 잠을 못자 절반쯤 졸면서 경기를 하곤 했다”고 미국 골프위크와의 인터뷰에서 말했다.
 
‘엄마 골퍼’들은 기본적으로 워킹 맘인 셈이다. 여기에 여행이 잦아 더욱 아이를 돌보기가 힘들다. 카시트 같은 큰 물건도 가지고 다녀야 하기 때문에 짐이 일반 선수보다 훨씬 많을 수 밖에 없다.
 
LPGA 투어가 운영하는 탁아소에는 한 때 아이가 24명에 이르기도 했다. 그러나 선수들의 연령이 어려졌고, 상금 규모가 커지면서 결혼을 미루고 경기에 전념하는 선수들이 많아졌다. 그러면서 탁아소를 이용하는 아이 수도 줄어들었다. 대스타인 안니카 소렌스탐(스웨덴)과 로레나 오초아(멕시코)가 출산을 앞두고 은퇴한 것도 영향을 미쳤다.
 
그러나 지난해부터 LPGA 투어에는 다시 베이비 붐이 일고 있다. 현재 엄마 선수는 11명이나 된다. 지난해에만 루이스와 필러, 수잔 페테르센 등 7명이 출산했다. 또한 브리트니 린시컴 등 3명이 임신 중이다. LPGA 투어는 올해부터 출산한 선수는 2년간 육아 휴직을 할 수 있도록 규정을 바꿨다. 2년 동안 쉬어도 출전권을 그대로 유지할 수 있다.
 
골프는 다른 종목 보다 선수 생명이 긴 편이다. 그래선지 비교적 일찍 육아 서비스가 생겼다. 다른 스포츠 종목에도 육아 서비스를 도입해야 한다는 주장이 커지고 있다. 테니스 여제 세리나 윌리엄스는 “테니스의 경우 메이저 대회에만 아이 돌봄 서비스가 있는데 골프처럼 모든 대회로 확대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선수 생명이 길어지면서 한국 스포츠에도 엄마 선수들이 늘어나는 추세다. 그러나 아이 돌봄 서비스는 아직 없다. 현재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투어에서 뛰고 있는 엄마 골퍼는 안시현(35)과 허윤경(29)이다.
 
성호준 기자 sung.hoj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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