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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가진 것이 많다는 걸 알았어요" 어느 병사의 손편지

기자
조희경 사진 조희경
[더,오래] 조희경의 행복 더하기(9)
 
6월은 호국보훈의 달로 올해 6월 25일은 1950년 한국전쟁이 발발한 지 69주년이 되는 날이다. 많은 NPO가 한국전쟁 고아들을 돕기 위해 설립될 만큼 6.25 전쟁은 잊어서는 안 될 가슴 아픈 역사다.
 
이날은 나라를 위해 희생한 많은 사람과 도움을 줬던 나라에 감사함을 되새기는 시간이기도 하다. 
 
6.25를 기념해 국가를 위해 헌신하고 있는 국군장병들과 함께한 컴패션밴드 콘서트. 한국이 많은 나라의 도움을 받았지만, 이제는 도움을 주는 나라가 되었음에 감사했다. [사진 한국컴패션]

6.25를 기념해 국가를 위해 헌신하고 있는 국군장병들과 함께한 컴패션밴드 콘서트. 한국이 많은 나라의 도움을 받았지만, 이제는 도움을 주는 나라가 되었음에 감사했다. [사진 한국컴패션]

 
지난 21일 기독국군장병 1만5000명이 모인 6.25 기념행사에 다녀왔다. 어릴 적 위문편지를 주고받았던 군인 아저씨들은 다 어디 갔는지, 우리를 맞이하는 군인들의 얼굴이 참 앳되다.
 
이런 걸 격세지감이라고 하나 보다. 컴패션 밴드를 목이 터져라 따라 부르는 모습들이 모두 아들 녀석 같다. 한마음이 되어 떼창을 부르는 소리가 건물 안을 가득 울리니 든든하고 뿌듯했다.
 
부대마다 같은 색상의 티셔츠를 입고 열 맞춰 움직이니 1만5000명 장병의 일사불란한 모습이 자랑스럽기까지 하다.
 
6월 호국보훈의 달을 맞아 오산리 기도원에서 진행된 컴패션밴드 콘서트 현장. 이날 모인 약 1만5,000명 국군장병들의 함성과 열기가 행사장을 가득 메웠다.

6월 호국보훈의 달을 맞아 오산리 기도원에서 진행된 컴패션밴드 콘서트 현장. 이날 모인 약 1만5,000명 국군장병들의 함성과 열기가 행사장을 가득 메웠다.

 
콘서트 중간에 차인표 후원자의 스피치는 이날의 클라이맥스였다. 최고의 인기몰이를 하던 28세라는 늦은 나이에, 미국 영주권을 포기하면서까지 육군에 입대했던 그의 진솔한 이야기가 이어졌다.
 
그는 2006년 아내 대신에 방문했던 인도 콜카타 지역의 컴패션 센터에서 한 어린이를 만났는데, 그 아이를 통해 자신의 삶이 변화했다고 한다. 화려한 무대와 인기에서는 찾을 수 없었던 삶의 가치와 의미를 그곳에서 찾았다.
 
이전의 인생은 살아서 없어지는 삶이었다면, 그 이후는 인생의 목적지를 향해 걸어가는 삶이 되었다는 그의 이야기는 그 자리의 군인들뿐 아니라 참석했던 군인 가족들에게도 깊은 인상을 주었다.
 
6.25 기념 구국성회에서 컴패션밴드와 함께한 차인표 후원자가 컴패션 센터에서 만났던 인도의 한 어린이를 통해 자신의 인생이 어떻게 변화하게 되었는지 이야기하고 있다. [사진 한국컴패션]

6.25 기념 구국성회에서 컴패션밴드와 함께한 차인표 후원자가 컴패션 센터에서 만났던 인도의 한 어린이를 통해 자신의 인생이 어떻게 변화하게 되었는지 이야기하고 있다. [사진 한국컴패션]

 
쉬는 시간이 되자 많은 국군장병이 어린이를 후원하겠다며 컴패션 부스로 모여들었다. 삼삼오오 동기끼리 모여 와서 후원을 신청하기도 했고, 수줍게 혼자 와서 신청하면서 제대 후 취업을 못 해 후원을 지속할 수 없게 될 때를 걱정하기도 했다.
 
후원 신청서를 작성하는 장병들의 진지한 모습에서 후원금의 소중함과 진정성이 느껴졌다. 철없다고 생각했던 젊은이들인데 나라를 지키는 군인이 되어 이 자리에 서 있고, 적은 월급을 쪼개어 다른 사람을 돕겠다는 그 마음들이 대견하기만 하다.
 
영국 같은 선진국은 유치원에 다닐 때부터 나눔을 생활 속에서 자연스럽게 배우고 실천한다. 우리나라도 많이 변하기는 했지만, 아직도 학생들의 자원봉사는 대학진학이나 취업을 위한 스펙 쌓기의 하나처럼 여긴다. 그렇기에 이 젊은 군인들의 후원이 더욱 값지고 소중하게 느껴졌다.
 
한 해병이 컴패션을 통해 자신이 사랑받고 있고 가지고 있는 것이 많이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며 건네준 감사편지와 쿠키 한 통. 누군가에게 도움이 되었다니 기쁘고 감사할 일이다.

한 해병이 컴패션을 통해 자신이 사랑받고 있고 가지고 있는 것이 많이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며 건네준 감사편지와 쿠키 한 통. 누군가에게 도움이 되었다니 기쁘고 감사할 일이다.

 
한참을 안내하고 있는데 한 컴패션 직원이 보낸 사진이 분주함의 피로를 날려주었다. 어떤 해병이 말없이 건네주고 간 쿠키와 깨알 같은 글이 적힌 손편지 한장.
 
컴패션을 통해 한 아이를 도와주게 된 해병이라는 자신의 소개와 감사를 전하고 싶다는 글로 시작된 손편지는 읽는 우리들의 마음을 뭉클하게 만들었다.
 
여느 20대 청년들처럼 자신의 앞날에 대한 두려움과 염려로 가득했다는 이 해병은 현실을 핑계로 자신이 할 수 있는 것들을 회피하려고만 했다는 것을 깨닫게 해줘서 감사하다고 했다.
 
짧은 편지 한장으로 그 청년의 사연을 자세히 알 수는 없지만, 분명한 것은 이 해병은 스스로 앞날에 대한 해답의 실마리를 찾았다는 것이다. 오히려 감사할 일이다.
 
손편지를 보니 ‘나비효과’가 떠올랐다. 아무 연관이 없을 것 같은 나비의 작은 날갯짓이 토네이도 같은 커다란 기후변화를 야기한다는 과학이론이다. 이제는 다양한 사회현상을 설명하는 광범위한 용어로 쓰인다. 미세한 변화나 작은 사건이 이후에 예상하지 못한 엄청난 결과로 이어진다는 의미다.
 
무엇 때문인지는 모르나, 이날 행사를 통해 한 군인이 삶의 의미를 찾았다. 이 해병의 후원은 한 가난한 어린이의 인생에 엄청난 변화와 기적을 가져올 것이다. 이날 약 130명의 어린이가 한국의 국군 후원자를 만났다. 기적이다.
 
학창시절, 사회와 다른 사람에게 도움을 주고 필요한 사람이 되라고 배웠다. 우리는 무언가 대단한 결과와 성과를 만들어야 남에게 도움도 줄 수 있다고 막연히 생각했다. 왜 그랬을까. 현실은 그렇지 않은데.
 
작은 날갯짓이 토네이도를 만들 듯 우리의 작은 나눔이 가난으로 꿈조차 꿀 수 없는 어린이의 삶에 놀라운 기적이 될 수 있다.
 
조희경 한국컴패션 후원개발실장 theore_creato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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