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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변인에게 들으세요" 황교안도 '백브리핑' 거부선언

여의도 인싸
“대변인에게 들으세요.”
 
자유한국당 황교안 대표가 18일 오전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자유한국당 황교안 대표가 18일 오전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 24일 인천의 한 호텔에서 특강을 마치고 나온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는 "한 말씀 해달라"는 취재진에게 짧은 한마디만 남기고 차에 올라탔습니다. 당직 인선, 국회 정상화 등 당내 현안과 외교·안보 이슈 등에 대한 질문을 준비한 기자들은 당황했습니다. 황 대표는 이튿날 제69주년 6‧25전쟁 기념식에 참석한 직후에도 질문을 던지는 기자들에게 “기회가 되면 말하겠다”고 말하고 금세 자리를 떴습니다.

 
황 대표의 달라진 모습입니다. 그는 24일 ‘백브리핑을 줄이겠다’고 선언했습니다. 백브리핑(background briefing)은 통상 공식 기자회견이나 행사가 끝난 후에 기자들과 하는 질의응답을 뜻합니다. 특히 국회에선 주요 정치인들이 공식발언보다 백브리핑을 통해 현안에 대한 내실 있는 설명을 할 때가 많습니다. 24일 민경욱 당 대변인은 “기자들이 서 있으면 아무 데서나 (백브리핑을)했는데, 내부적으로 그런 시스템이 맞는지에 대한 회의가 있었다”고 말했습니다.
 
민 대변인은 “우리 내부에서는 ‘위험하고 힘들다’ ‘부담이 많이 간다’는 말이 있다”며 “대변인에게 물어볼 게 있고 대표가 해야할 일이 있는데, (대표를)너무 쉽게 만나니 여러 일이 생긴다. 앞으로 백브리핑이 많이 줄어들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백브리핑 축소’는 최근 각종 구설에 오른 황 대표가 ‘말조심’을 결심한 데 따른 것으로 보입니다. 그는 최근 외국인 노동자에 대한 임금 차별 논란에 이어 아들의 ‘무(無)스펙 입사’ 논란 등으로 한바탕 홍역을 치렀습니다. 기자들을 만나 발언에 대해 해명하는 과정에서 오히려 논란은 더 커졌습니다.
 
결과적으로 여당과 제 1야당 대표 모두 백브리핑을 하는 모습을 보기 어렵게 됐습니다.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그 원조 격입니다. 평소 “걸어 다니면서 인터뷰 안 한다”며 백브리핑을 거절해왔습니다. 공식 기자간담회가 아니면 질문을 받지 않는 것에 대한 여당 출입기자들의 불만과 아쉬움이 컸습니다. 황 대표도 그런 이 대표의 전략을 쓰기로 한 셈입니다. 민 대변인은 “이해찬 대표도 절대 돌아다니면서 말하지 않겠다고 그러는데 우리는 여러분들이 나오라고 하면 항상 나오지 않느냐”라고 했습니다.
 
백브리핑 거부는 청와대, 정부, 국회에서 다양한 형태로 나타납니다. 홍준표 전 한국당 대표는 “당 대표는 백브리핑 하는 게 아니다”라고 임기 중 백브리핑을 거의 하지 않았습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은 네 차례에 걸친 대국민 담화에서 모두 기자의 질문을 거부하기도 했습니다. 지난 12일에는 박상기 법무부 장관이 검찰과거사위원회의 진상조사 활동에 관해 브리핑을 하면서 기자들의 질의응답 거부해 출입기자단이 취재를 보이콧하는 상황도 벌어졌습니다. 
 
사실 황 대표는 지금까지 제법 많은 질문에 “그 답변은 제가 드리지 않겠다”거나 “거기까지만 답변하겠다”는 답변을 자주 하곤 했습니다. 당연히 답변하지 않을 자유가 있으니까요. “언론 대응을 하기 위해서 당에 대변인이라는 직위가 있는 것 아니냐”는 입장도 충분히 이해할 수 있는 반론입니다.
 
25일 서울 중구 장충체육관에서 열린 6.25 전쟁 69주년 기념 행사에 참석한 더불어민주당 이해찬(왼쪽), 자유한국당 황교안 대표가 나란히 앉아 생각에 잠겨 있다. [연합뉴스]

25일 서울 중구 장충체육관에서 열린 6.25 전쟁 69주년 기념 행사에 참석한 더불어민주당 이해찬(왼쪽), 자유한국당 황교안 대표가 나란히 앉아 생각에 잠겨 있다. [연합뉴스]

 
그렇다고 질문과 답변의 기회 자체를 봉쇄하는 건 좀 다른 얘기인 것 같습니다. 취재기자들 사이에선 ‘국민을 대표하는 정치인이, 국민을 대신한 기자의 질문 자체를 받지 않겠다는 건 너무하다’는 불만이 나옵니다. ‘전달하고 싶은 메시지’만 들으라는 것처럼 비칠 위험도 있습니다. 또 국민이 ‘듣고 싶은 말’은 다를 수도 있습니다. 
 
국회는 공전하고, 총선은 다가오고, 각종 현안은 쌓여 있고, 당내 분란은 계속되는데 뭐 하나 화끈하게 설명받은 기억은 없습니다. 과연 국민들이 궁금한 내용을 잘 알고 있을까 하는 걱정도 됩니다. 한국당의 한 중진의원은 “답변을 하지 않는 건 괜찮지만, 질문 자체를 안 받는다는 건 ‘질문이 두렵다’는 의미처럼 보인다”고 말하기도 했습니다.
 
김민전 경희대 후마니타스칼리지 교수는 “야당 대표로서 국정 현안에 대해서 날 선 비판을 할 수 있는 자리를 많이 만들어도 모자라는데, 오히려 대선주자라는 생각 때문인지 '부자 몸조심'하듯 하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지금은 오히려 더 자주 언론 앞에 나서야 할 때지, 질문을 피할 때가 아니다”라는 겁니다.
 
황 대표는 기자들 앞에서 다시 입을 열까요? 가뭄에 콩 나듯 하는 기자간담회나 정해놓은 메시지만 일방적으로 전달하는 회의 모두발언 말고요. 살아 숨 쉬는 현안을 놓고 가슴이 뜨거워지는 브리핑을 할 수 있는 정치인이 보고 싶다는 국민이 많습니다. 현장을 뛰는 기자들은 말할 것도 없겠지요.
 
성지원 기자 sung.jiw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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