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eLoad Image preLoad Image
검색 바로가기
주메뉴 바로가기
주요 기사 바로가기
다른 기사, 광고영역 바로가기
중앙일보 사이트맵 바로가기

“뉴스 나오니 이제야 관심, 한번씩은 겪어”…'혼족 여성’ 범죄노출 비상

[연합뉴스]

[연합뉴스]

”최근 뉴스보도가 많이 되니 난리가 난 것처럼 보이지만, 혼자 사는 여자 중 그런 일 안 겪어본 사람 없을 거예요.“

 
결혼 전 약 6년 동안 혼자 살았던 30대 여성 A씨는 사회적 문제가 되고 있는 1인 여성 가구의 범죄 노출 문제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A씨는 “모르는 남성이 오피스텔 앞까지 따라오거나 문을 두드렸던 상황이 정확하게 기억이 나는 것만 2~3번은 된다”며 “특히 살던 오피스텔 앞이 흡연구역이었는데 눈을 마주치면 따라올 것 같아 고개를 숙이고 들어오는 게 습관이었다”고 말했다. 이어 “최근 뉴스로 나오면서 마치 새로운 것처럼 보이지만 그동안 계속 그런 위험에 노출돼 왔다”고 지적했다.
 
서울 마포구에서 홀로 살고 있는 20대 여성 B씨도 “자취를 하는 친구들끼리 만나서 이야기하다 보면 (뉴스에 나온) 위험한 경험을 한두 번씩은 모두 했더라”며 자구책을 설명해주기도 했다. B씨는 “나는 11층에 살고 있는데 혹시라도 거주지가 노출될까봐 늘 10층이나 12층에 내려서 걸어간다”며 “개인정보가 노출될 수 있는 고지서를 모두 온라인 수신으로 바꾸고 최근에는 철물점에서 현관문 안전고리를 사서 설치했다”고 말했다. 그는 “스마트폰에 안심이앱을 까는 것은 기본”이라며 “혼자 사는 여성들도 안심할 수 있는 사회가 정상이지만, 정상적이지 않은 범죄들이 계속 발생하고 있는 현실 속에서 어쩔 수 없는 자기방어”라고 씁쓸해했다.  
 
‘신림동 강간미수남’ 유사 사건 잇따라  
1인 가구 여성들의 불안을 극에 다다르게 한 것은 지난달 발생한 ‘신림동 강간미수남’의 폐쇄회로(CC)TV 영상이었다. 지난 5월28일 새벽 6시20분쯤 서울 관악구 신림동의 한 주택가에서 조모(30)씨가 귀가하는 여성의 뒤를 쫒아 여성의 집으로 들어가려 한 사건이 발생했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등을 통해 급속히 퍼진 조씨의 범행 당시 영상에는 여성이 간발의 차이로 문을 걸어잠가 집에 침입할 수 없게 되자 문고리를 잡고 문을 두드리는 모습과 스마트폰 플래시 기능을 이용해 잠금장치에 찍힌 지문을 확인하는 장면 등이 고스란히 담겨 여성들의 불안감을 키웠다. 
서울 관악경찰서는 주거침입 강간미수 혐의로 조모(30)씨를 붙잡아 구속하고 지난 7일 검찰에 송치했다. 조씨는 25일 구속기소됐다. 
지난달 28일 소셜미디어에 올라온 '신림동 강간 미수범 동영상'이라는 제목의 영상. [사진 트위터]

지난달 28일 소셜미디어에 올라온 '신림동 강간 미수범 동영상'이라는 제목의 영상. [사진 트위터]

 
서울 강동구에서도 지난 18일 오후 7시50분쯤 귀가 중이던 한 여성을 현관문까지 뒤쫓아간 김모(31)씨가 붙잡혔다. 김씨의 당시 모습이 찍힌 CCTV 영상을 보면 김씨는 한 골목길에서 우산을 쓴 여성의 뒤를 따라 여성이 사는 빌라 현관 앞까지 따라왔다. 불안감을 느낀 여성이 “먼저 비밀번호를 입력하고 들어가라”고 하자 김씨는 도주했다. 
다음날인 19일 오전 5시50분쯤에도 김씨는 다시 인근 지역에서 귀가 중이던 여성을 쫓아 집에 침입하려 했다. 김씨는 공동현관 번호키를 눌러 들어가는 여성을 따라 함께 엘리베이터를 탔으나, 수상히 여긴 여성이 따져 묻자 도망쳤다.  
 
전남 광주에서도 비슷한 사건이 발생했다. 지난 19일 새벽 12시쯤 술에 취해 오피스텔에 들어가는 20대 여성을 뒤따라 들어가려 한 노숙인 김모(39)씨가 붙잡혔다. 김씨는 여성을 부축해주는 척 따라들어가 “재워달라”고 요구했고, 여성이 거부하며 문을 닫으려 하자 문틈으로 손을 밀어넣는 등 강제로 집안에 들어가려 했다. 여성이 혼자 집에 들어간 뒤에도 10여분간 머물며 초인종을 누르고 “집에 들여보내 달라”고 말했으며, 검거된 뒤 김씨의 소지품에서는 여성이 누른 비밀번호를 적은 메모까지 발견됐다.
 
강간미수, 17시간 감금까지 발생  
혼자 사는 여성의 주거안전성 문제가 최고조던 지난 20일에는 서울 강남구 역삼동의 원룸에서 20대 남성이 같은 층에 혼자 살고 있는 여성의 집에 침입해 성폭행을 시도했다 미수에 그치자 17시간동안 감금하며 신고를 하지 못하도록 협박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더욱이 이 남성은 마약간이검사에서 필로폰 양성반응이 나오는 등 마약 투약 상태에서 이같은 범죄를 저지른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이같은 사건들은 1인 여성가구의 급격한 증가와 맞물려있다. 전국 여성 1인 가구는 2016년 272만 명에서 2018년 284만 명으로 2년사이 10만명 넘게 늘었다.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강창일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경찰청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2014~2017년 주거침입 관련 범죄는 총 7만1868건이었다. 이 중 가해자가 남성인 경우는 99.8%에 이르렀다. 특히 같은 기간 ‘주거침입 성범죄’는 하루 1건꼴인 1310건 발생한 것으로 조사됐다.  

 
"성폭력처벌법에 스토킹 범죄 추가해야"
이에 따라 혼자 사는 여성을 노린 범죄 시도에 대해 보다 엄중한 처벌을 할 수 있는 근거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앞서 신림동 강간미수남 사건 당시에도 직접적인 강간 시도 없이 여성의 집에 침입하려 한 정황만으로 ‘강간미수’ 혐의를 적용할 수 있느냐를 놓고 논란이 일었다. 사건을 수사한 경찰은 남성이 성범죄 전과가 있고, 약 10분간 문을 열라고 협박하는 발언을 한 점 등을 고려해 해당 남성에게 강간미수를 적용해 구속했다.  
 
이수정 경기대 범죄심리학과 교수는 “성폭력 처벌법에 스토킹 범죄 조항을 추가한다면 굳이 강간미수 혐의를 적용하지 않더라도 현재 잇따라 발생하고 있는 범죄에 대해 강력한 처벌이 가능하다”고 주장했다. 그는 “1회의 스토킹이라도 범죄가 될 수 있다는 인식하에 엄하게 처벌을 하고, 피해자가 여러 명이거나 스토킹 범행 횟수가 1회 이상일 경우에는 처벌을 가중하는 방식으로 형량을 조절한다면 혼자 사는 여성들의 범죄 노출 위험성을 낮출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다영 기자 kim.dayoung1@joongang.co.kr
AD
온라인 구독신청 지면 구독신청

PHOTO & VIDEO

shpping&lif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