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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소문 포럼] 김상조에 거는 기대

김광기 경제연구소장·논설위원

김광기 경제연구소장·논설위원

김상조 청와대 정책실장에 대한 세간의 평가는 부정적이다. 언론 보도를 봐도 ‘돌려막기 인사, 재벌 저격수, 기업 규제론자…’ 등의 타이틀과 함께 “기대할 게 별로 없다”는 내용이 주류를 이룬다.
 
필자의 생각은 다르다. 김상조는 현 정부의 인재풀 안에서 그래도 기대를 걸어볼 만한 인물이다. 김상조를 좀 안다. 필자의 대학 학부 동기생이다. 그는 똑똑한 현실주의자였다. 청년 김상조의 첫 꿈은 경제관료가 되는 것이었다. 대학 2학년 때인 21세에 재경직 행정고시 1차에 합격해 동기들 사이에 화제가 됐다.
 
김상조는 운동권 학생이 아니었다. 친구들이 최루탄을 맞으며 시위를 벌일 때 그는 대학 도서관에서 공부를 했다. 운동권 학생들이 비주류 마르크스 경제학을 펼치고 노동가치설과 계급투쟁론을 공부할 때, 그는 주류 경제학의 이론을 따라 시장가격과 기업활동, 소비자 효용을 연구했다.
 
경제학에 빠진 그는 학자의 길을 선택한다. 정운찬 선생의 지도로 박사를 따 대학교수가 된다. 경제학자 김상조는 이론을 넘어 현실 경제의 대안 찾기에 관심이 컸다. 주주 행동주의자로 나선 그는 “한국경제의 지속가능한 발전을 위해선 재벌개혁이 선결과제”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의 재벌개혁론은 현실에 뿌리를 뒀다. 자본주의 시장경제 틀 안에서의 변화다. 친노동에서 출발한 반기업이 아니다. 공정한 기업 생태계를 만드는 게 그의 주된 관심사다. 좌파 이념에 빠진 운동권의 재벌타도론과는 결이 다르다.
 
내가 아는 김상조는 문재인 대통령에게 직언할 수 있는 사람이다. 문 대통령이 대선 중반에 삼고초려해 영입한 경제 가정교사다. 문 대통령 주변의 운동권 장막에서 자유로운 거의 유일한 인물이다. 그는 자리나 돈에 연연해 좌고우면할 사람이 아니다. 다시 학자의 길을 걸으면 그만이다.
 
김상조가 청와대에서 가장 먼저 할 일은 대통령에게 경제 상황의 엄중함을 알리는 것이다. 전임자들처럼 “좀 기다리면 나아진다. 성공으로 가고 있다”는 식의 헛보고는 하지 않을 것으로 본다. 지금 경제가 어려운 게 정책 과속 때문만은 아니다. 구조적 취약성과 아울러 미·중 무역전쟁 등 대외 경제 환경이 빠르게 악화된 탓도 크다.
 
비바람이 몰아쳐 홍수가 날 때는 일단 피신해 체온을 올리는 게 상책이다. 무리하게 강을 건너다간 목숨을 잃을 수 있다. 대통령에게 일단 쉬어가자고 설득해야 한다. 물론 소득주도성장의 간판을 내려 정책의 전환까지 공식화하긴 힘들것이다. 그냥 차근차근 행동으로 보여주면 된다. 그러다 보면 신뢰가 쌓이고 경제 심리도 점차 살아날 수 있다.
 
행동의 첫걸음은 경제 주체들의 고통 분담을 끌어내는 일이다. 기업이 힘들어진 만큼 이젠 노동계도 양보하게 만들어야 한다. 최저임금의 과속을 멈추고 올해는 일단 동결하도록 해야 한다. 근로시간 단축의 탄력 시행도 마찬가지다. 복지의 속도 또한 세수 감소를 감안해 조절하는 게 맞다.
 
산업정책에도 변화를 꾀해야 한다. 탈원전 근본주의에서 탈피해 균형 잡힌 에너지 정책을 모색하길 바란다. 공유경제와 원격진료 등 서비스산업을 키울 규제 혁파에 나서는 한편 농식품업 등 전통산업을 지식산업으로 탈바꿈시키는 작업에도 들어가야 한다.
 
걱정되는 것은 그의 입이다. 그가 실상에 비해 가벼이 보이는 것은 말 때문이다. 학생 때 조용했던 그는 달변가로 변신했다. 재벌 개혁을 역설하며 살아오다 보니 그렇게 된 것 같다. 말이 많으면 실언을 하게 되고 신뢰를 얻기 힘들다. 부드러운 소통, 말보다는 행동으로 보여주는 김상조 정책실장을 기대한다.
 
김광기 경제연구소장·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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