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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트북을 열며] 국립무용단이 민간제작사였다면

이지영 문화팀 기자

이지영 문화팀 기자

오는 주말 국립무용단이 ‘묵향’을 서울 예술의전당에서 공연한다. 지난 5일 돌연 제작 중단을 알린 신작 ‘색동’ 의 대체공연이다. 관객들은 별 동요가 없는 분위기다. 정체 모를 신작보다 이미 검증받은 흥행작 ‘묵향’을 더 반가워하기도 한다. ‘색동’ 예매 관객 2600여 명 중 절반 정도는 환불받는 대신 그냥 ‘묵향’을 보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하지만 국립무용단의 제작 중단 사태는 유야무야 넘어갈 일이 아니다.
 
공연을 20여 일 앞두고 작품을 교체하는 일은 공연계에서 유례없는 사건이다. 까다로운 심사, 치열한 경쟁을 뚫어야 대관이 가능한  ‘꿈의 무대’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에선 더더욱 없을 일이다. 예술의전당 측은 “6월 4일 작품 변경을 요청하는 국립극장장 명의의 공문을 받았다. 국립무용단의 정기공연 수용 차원의 대관이었음을 고려해 변경을 승인했다”고 밝혔다. 이런 일이 민간제작사의 작품에도 가능했을까. 현재 EMK뮤지컬컴퍼니의 신작 ‘엑스칼리버’가 공연 중인 세종문화회관에 문의를 해봤다. 만약 제작사가 ‘엑스칼리버’를 제때 못 만들어 기존 흥행작 ‘마타하리’로 바꾸겠다고 했다면? 오정화 공연기획팀장은 “안 되는 일”이라고 못박으며 “대관은 취소되고 대관료는 100% 다 내야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국립무용단은 국립단체라는 ‘배려’를 받아 위약금도 없이 작품을 변경, 예정대로 29~30일 공연을 한다.  
 
노트북을 열며 6/26

노트북을 열며 6/26

국립무용단을 산하단체로 둔 국립극장은 지난해 7월 ‘색동’ 공연 계획을 발표했었다. 의상 디자이너 출신 정구호가 연출을 맡는다고 홍보하며 기대감을 높였다. 책정된 제작비는 6억여원. 무용으로선 블록버스터급이다.
 
국립극장이 밝힌 ‘색동’ 공연의 무산 배경은 “제작진 사이의 갈등”이다. 객원 무용수 문제로 이견이 있었다느니, 무용계 원로들이 예술감독의 무릎을 꿇렸다느니, 전통무용계 계파 갈등이 폭발한 것이라느니 등의 뒷얘기도 떠돌아다닌다. 사연이야 복잡하겠지만, 이번 사태는 결국 국립무용단의 나태와 무능이 빚은 참사다. 취소 발표를 하는 순간까지 연출가와 계약서조차 쓰지 못했을 만큼 일처리가 더뎠다. 궁극적인 책임은 국립무용단의 수장 김상덕 예술감독이 져야 한다.
 
국립무용단은 “내년 상반기로 ‘색동’ 공연을 순연한다”고 했다. 국립무용단이 민간제작사였다면 다음 수순은 문을 닫는 것이다. ‘순연’의 기회조차 없다. 뮤지컬 ‘두 도시 이야기’(2014) 제작사 비오엠코리아, 뮤지컬 ‘록키’(2016) 제작사 엠뮤지컬아트 등은 공연 중단·취소 사태 이후 공연계에서 사라졌다. 국립무용단 역시 새로 태어나는 수준의 쇄신을 각오해야 한다.
 
이지영 문화팀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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