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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교과서 ‘조작 수정’…윗선 몰랐다고 누가 믿겠나

지난해 봄 ‘1948년 대한민국 수립’이 ‘1948년 대한민국 정부 수립’으로 제목과 본문이 고쳐진 초등학교 6학년 사회 교과서가 배포됐다. 수정된 내용은 건국이 1919년에 이뤄졌고, 1948년에는 정식 정부가 생긴 것뿐이라는 문재인 정부의 역사관에 부합한다. 그런데 집필자로 이름이 올라 있는 박용조 진주교대 교수는 “내가 고치지 않았고, 수정에 동의한 적도 없다”고 주장했다. 사건이 검찰로 넘어갔고, 수사 내용을 담은 공소장이 그제 공개됐다. 대전지검은 교육부 담당 과장·연구사와 출판사 직원이 짜고 무단으로 교과서 내용을 수정하면서 박 교수가 출판사에 맡겨 놓은 도장을 이용해 가짜 서류를 만들었다고 결론을 내렸다.
 
검찰은 세 사람을 사문서 위조 등의 혐의로 불구속 기소하며 수사를 마쳤다. 이들이 알아서 다 했다는 것이다. 교육부 과장이 남다른 역사적 사명감을 갖고 있어 일탈했거나, 윗선의 의중을 자의적으로 헤아려 범행을 계획했을 수도 있다. 하지만 그런 행위는 보신 능력이 탁월한 보통 교육부 공무원의 행동과는 거리가 멀다. 더구나 교과서 ‘조작 수정’이 진행된 시기는 전 정부의 역사 교과서 국정화 작업에 관여한 교육부 관료들이 ‘적폐’로 분류돼 좌천 등의 어려움을 겪고 있을 때였다. 이런 상황에서 일선 과장이 독단적으로 문서 조작까지 하며 교과서에 손을 댔다는 검찰 수사의 결론을 과연 누가 믿겠는가. 거부하기 힘든 압력 또는 요구가 있었다고 보는 게 상식적이지 않은가.
 
해당 과장은 교과서 배포 직전에 아시아 지역 한 국가의 한국교육원 원장으로 임명됐다. 교육원장은 3년간 해외에서 생활하며 자녀를 그곳에서 교육할 수 있어 경쟁이 치열한 자리다. 따라서 교과서 조작 수정에 따른 특혜성 인사이거나 문제가 될 때에 대비한 입막음용 인사라는 의혹도 제기된다. 그는 수사를 받고 기소됐는데도 해외에 체류하며 그대로 자리를 지키고 있다. 석연치 않은 대목이 한두 군데가 아니다.
 
지난해 교과서 수정 의혹이 제기되자 김상곤 당시 교육부 장관은 국회에서 “교과서 수정·보완은 적법하게 진행됐다. 그것은 출판사와 집필자의 문제이며 따로 지침을 준 것이 없다”고 말했다. 검찰은 김 전 장관과 교육부 고위 관료가 개입하지 않은 것으로 결론을 내게 된 경위를 밝혀야 한다. 만약 제대로 조사하지도 않고 그런 판단을 했다면 ‘살아 있는 권력’ 앞에서 꼬리를 내린, 검찰 흑역사의 한 대목으로 기록될 것이다. 대검은 수사 과정을 살펴보고 잘못된 부분이 있다면 재수사를 지시해야 한다.
 
이 사건은 근원적으로 정권 ‘취향’에 따라 역사를 해석하고 교과서를 만드는 후진적 정치 문화에 기인한다. 정권이 바뀌면 교과서 제작 방식과 내용이 뒤바뀌니 공무원은 눈치 보고, 학자는 줄을 선다. 수년마다 역사가 새로 쓰인다. 이처럼 조작으로 누더기가 되기도 한다. 교과서는 정권의 전리품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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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