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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극LNG ①] 한국이 美 눈치볼 때···日, 북극 LNG 꿰찼다

러시아 최대 액화천연가스(LNG) 사업자인 노바텍이 야말반도에 세운 첫 번째 북극 LNG 생산기지인 야말 기지의 지난해 모습이다. 노바텍은 후속 사업인 북극-2 LNG 기지를 2020년부터 착공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사진 노바텍]

러시아 최대 액화천연가스(LNG) 사업자인 노바텍이 야말반도에 세운 첫 번째 북극 LNG 생산기지인 야말 기지의 지난해 모습이다. 노바텍은 후속 사업인 북극-2 LNG 기지를 2020년부터 착공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사진 노바텍]

일본이 러시아 북극 지역에서 생산하는 액화천연가스(LNG) 사업에 본격적으로 참여하기로 결정했다. LNG와 신재생에너지 비중을 급격히 늘리는 방향으로 에너지 전환정책을 펴고 있는 문재인 정부가 지난해 업무협약(MOU)까지 맺으며 공을 들여온 사업이란 점에서 파장이 예상된다. 당장 러시아 측이 발주하는 ‘쇄빙 LNG 운반선’ 사업에서 한국 조선 업체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관련기사 클릭: 북극LNG (2)>  

 
니혼게이자이(닛케이) 신문에 따르면 일본 미쓰이물산은 러시아 가스대기업 노바텍이 야말반도에서 추진하는 북극 LNG-2 사업의 지분 10%를 사들이기로 최근 방침을 확정했다. 총 3000억 엔(약 3조2687억원)에 달하는 투자금 중 75%는 일본 석유천연가스·금속광물자원기구(JOGMEC)가 출자한다. JOGMEC이 민간사업을 지원할 때 통상 50% 수준에서 출자하는 것과 비교하면 투자 규모가 매우 높다고 닛케이는 전했다. 전문가들 사이에선 JOGMEC이 사실상 일본 정부가 콘트롤하는 자원개발기구인 만큼 이번 투자에는 일본 정부의 의지가 반영돼 있다는 풀이가 나온다. 
 
일·러 관계 소식통은 "(오는 28일부터 오사카에서 열리는)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기간 중 일·러 정상회담을 갖는 만큼 양측의 최종 투자협정은 늦어도 다음달까진 체결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노바텍은 북극-2 LNG 사업의 지분 중 40%를 해외 투자로 받아들였다. 중국 국영 에너지기업 2개사가 각 10%씩 20%의 지분을 확보했고, 프랑스 토탈이 10% 지분을 가져갔다. 나머지 10%를 놓고 사우디아라비아(아람코)와 일본, 한국(한국가스공사)이 각축을 벌였지만 최종 일본이 참여하는 것으로 결정된 셈이다.  
2017년 한국 정부에 투자 제안
당초 노바텍은 한국가스공사에도 지분 참여를 타진했다. 2017년 10월 마크 제트바이 노바텍 재무담당 부회장(CFO)이 서울을 찾아 정부 고위 관계자를 만났다. 당시 그는 중앙일보와 인터뷰에서 “문재인 정부에 북극 LNG 사업에 대한 직접 투자를 권했다”고 밝혔다.
 
정부도 적극적인 관심을 보였다. 대통령 직속 북방경제협력위원회 위원장이었던 송영길 의원이 북극 LNG 사업 현장을 방문하고 레오니드 미켈슨 노바텍 회장도 수 차례 만났다. 당시 북방위 관계자는 “일본과 중국에 이어 LNG 수입 3대국인 한국 입장에서 북극 LNG 사업 투자 제안은 물량과 가격 측면에서 매력적이었다”고 말했다.  
 
급기야 지난해 6월엔 문재인 대통령이 러시아 모스크바에서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한 뒤 ‘북극 LNG 협력 MOU’를 맺었다. 북극 LNG-2 사업 참여가 MOU의 핵심사안이었다.
 
문재인 대통령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오른쪽)이 지난해 6월 22일 모스크바 크레믈린궁에서 정상회담을 갖고 양국의 양해각서(MOU) 서명식에 참석했다. 두 정상이 정승일 한국가스공사 사장(왼쪽)과 레오니드 미켈슨 노바텍 회장(왼쪽에서 둘째) 간 '한-러 북극 LNG 협력 MOU'를 체결하는 모습을 지켜보고 있다. [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오른쪽)이 지난해 6월 22일 모스크바 크레믈린궁에서 정상회담을 갖고 양국의 양해각서(MOU) 서명식에 참석했다. 두 정상이 정승일 한국가스공사 사장(왼쪽)과 레오니드 미켈슨 노바텍 회장(왼쪽에서 둘째) 간 '한-러 북극 LNG 협력 MOU'를 체결하는 모습을 지켜보고 있다. [연합뉴스]

그러나 이후 정부는 투자 문제를 진전시키지 못했다. 우선 미국의 입김이 크게 작용했다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는 셰일가스 혁명을 통해 2016년부터 과감한 LNG 수출 드라이브를 걸고 있다. 지난해 타결한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재협상 과정에서도 한국에 미국산 LNG 수입량을 끌어올릴 것을 공개적으로 압박했다.  
미국 눈치 보는 사이 일본은 결정  
미국은 경쟁자인 천연가스 대국 러시아를 견제하기 위해 주로 안보를 무기로 삼고 있다. 일례로 지난 12일 트럼프 대통령은 백악관에서 안제이 두다 폴란드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갖고 폴란드에 미군 1000명 증파를 결정하는 동시에 미국산 LNG와 F-35 스텔스 전투기 32대 매매계약도 체결했다. 폴란드에는 현재 4000명의 미군이 주둔 중인데, 폴란드 측은 팽창하는 러시아 군사력을 의식해 미국에 증원을 요청해왔다.   
 
지난 12일(현지시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오른쪽)과 안제이 두다 폴란드 대통령이 백악관에서 정상회담을 가진 뒤 군사 협력과 F-35 스텔스 전투기 구매 협약에 서명하고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EPA=연합뉴스]

지난 12일(현지시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오른쪽)과 안제이 두다 폴란드 대통령이 백악관에서 정상회담을 가진 뒤 군사 협력과 F-35 스텔스 전투기 구매 협약에 서명하고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EPA=연합뉴스]

보다 직접적인 제재 카드도 자주 언급된다. 지난달 릭 페리 미국 에너지부 장관은 유럽 안보 상황을 이유로 들며 “독일과 러시아 사이 건설 중인 ‘노르드스트림 2’ 가스관 사업에 참여하는 기업들을 언제라도 제재할 수 있다”고 밝혔다.  
 
미군 의존도가 높은 한국 입장에선 러시아 사업에 선뜻 뛰어들기 힘들었을 것이란 주장의 배경이다. 그러나 일각에선 일본도 같은 처지란 점에서 설득력이 약하다고 본다.
 
한 외교 소식통은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가 일·러간 북방영토 반환 협상 문제를 풀기 위해 러시아와 에너지 협력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는 점을 들며 트럼프를 직접 설득했을 수 있다”며 “아베 총리가 이란으로 날아가 미국-이란 간 갈등을 중재하면서 사실상 이란산 석유 수입 문제를 풀려고 한 것 역시 그런 관점에서 이해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지난 1월 22일 아베 신조 일본 총리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모스크바 크렘믈린궁에서 정상회담을 한 뒤 기자회견에 앞서 악수하고 있다. [AP=연합뉴스]

지난 1월 22일 아베 신조 일본 총리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모스크바 크렘믈린궁에서 정상회담을 한 뒤 기자회견에 앞서 악수하고 있다. [AP=연합뉴스]

가스공사의 자체적인 문제도 거론된다. 가스공사 내부 사정을 잘 아는 한 전문가는 “지난해 9월부터 9개월째 가스공사 사장 자리가 공석인 상황”이라면서 “큰 결정을 내릴 사람이 없으니 실기한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LNG 수요 급증, 물량·가격은 난제
이런 가운데 LNG 수급 문제가 발등에 떨어진 불로 다가오고 있다. 당장 2025년을 전후로 1000만t 가까운 천연가스 물량이 비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이는 지난 한해 국내에서 소비된 도시가스 사용량의 약 27%에 해당한다. 천연가스는 현물시장이 발달한 석유와 달리 장기공급계약 위주로 수급이 이뤄지기 때문에 일찌감치 대비하지 않으면 큰 차질을 빚을 수밖에 없다.  
 
러시아 야말반도 야말 LNG 기지의 사베타항에 쇄빙 LNG 운반선이 정박해 있다. 쇄빙 LNG선은 대우조선해양이 건조했다. [사진 노바텍]

러시아 야말반도 야말 LNG 기지의 사베타항에 쇄빙 LNG 운반선이 정박해 있다. 쇄빙 LNG선은 대우조선해양이 건조했다. [사진 노바텍]

실제로 일본은 2011년 후쿠시마 제1원전 사고 직후 일본 전역의 원전 가동을 중단하고 LNG 발전 비중을 급격히 끌어올리는 과정에서 울며 겨자 먹기 식으로 LNG를 매우 비싸게 도입한 경험이 있다. 당시 일본은 LNG 수입으로 인해 무역수지 적자 상황까지 맞았다.  
 
최근 국회를 중심으로 국내 정치권에서 불고 있는 에너지 논쟁의 화두도 LNG 가격 문제다. 한국전력에 따르면 지난해 전력구매단가가 LNG는 1kWh당 122.62원으로 원자력(62.18원)의 약 2배, 석탄(83.19)의 약 1.5배 수준으로 높았다.  
 
지난달 30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국회 수소충전소 및 수소충전소 확산을 위한 업무협약식이 열렸다. [사진 현대차]

지난달 30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국회 수소충전소 및 수소충전소 확산을 위한 업무협약식이 열렸다. [사진 현대차]

원전 신·증설 논의와 무관하게 LNG 수입량의 증가는 필연적인 측면도 있다. 정부가 수소자동차 등 수소경제 인프라를 구축하기 위해선 현재 기술로는 천연가스를 이용할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지난 4월 11일 국회에서 열린 에너지 관련 비공개 세미나에서 가스공사 출신의 한 전문가는 “수소경제는 천연가스경제”라면서 “우리만 하는 게 아니라 일본·중국·인도네시아 등 아시아 주요국들이 경쟁적으로 뛰어들면서 2020년대 중반쯤 난리가 날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지금 바로 어디든 LNG 공급 협상을 진행하면서 가격협상을 끝냈어야 하는 상황인데, 이미 늦었다. 심각하게 고민해야 한다”고 걱정했다.  
북극산은 미국산 가격의 절반 밑돌아
전문가들은 최근 수입 물량을 늘리고 있는 미국산 LNG가 중동산이나 러시아산에 비해 태생적으로 비싸다고 지적한다. 미국산 LNG 가격은 지표 가격에 연동되는 데다가 액화비용과 태평양을 횡단하는 운반비용까지 더할 경우 100만 BTU당 8달러 수준으로 치솟는다. 반면 지난 2월 노바텍이 영국 런던에서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2023년부터 생산하는 북극-2 LNG의 가격은 100만BTU당 3.6달러로 미국산의 절반이 안 된다.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이와 관련해 백근욱 옥스퍼드에너지연구소(OIES) 선임연구원은 “미국에만 의존할 경우 가격 리스크가 너무 높아지기 때문에 조달선을 빨리 다변화해야 한다”며 “앞으로도 러시아가 국가적인 목표로 북극 LNG 사업을 더욱 확대할 예정인데, 여기에 관심을 갖고 적극적으로 투자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노바텍이 이미 계획을 밝힌 북극 LNG-3 사업(2023년 착공)의 경우 중국은 물론 사우디아라비아와 일본이 더 많은 지분을 확보하기 위해 경쟁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김상진 기자 kine3@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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