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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아인 크루 장호석이 말하는 ‘잘 되는 공간’의 법칙

지난 6월 17일 서울 성수동에서 공간 디자인 스튜디오 '호스팅하우스'를 이끄는 장호석 디자이너를 만났다. [사진 김남헌 사진가]

지난 6월 17일 서울 성수동에서 공간 디자인 스튜디오 '호스팅하우스'를 이끄는 장호석 디자이너를 만났다. [사진 김남헌 사진가]

 
서울 성수동의 한 평범한 2층짜리 건물. 성수동의 여느 건물들이 그렇듯, 적당히 낡고 가파른 계단을 올라가면 ‘호스팅하우스’라는 문패가 보인다. 문을 열고 들어가면 그야말로 신세계가 펼쳐진다. 헤링본 패턴의 바닥에 우아한 몰딩의 흰 벽, 아름다운 조명과 가구, 벽난로, 눈길을 끄는 호사스러운 소품들이 빼곡한 이곳은 성수동 속 작은 뉴욕을 표방하는 호스팅하우스 쇼룸이다. 약 1년 전 이 공간을 만들고 리빙 페어 전시, 브랜드 협업 등 다양한 공간 디자인 활동을 하는 장호석 디자이너를 만났다. 
유지연 기자 yoo.jiyoen@joongang.co.kr 

 

“‘우와!’ 한 마디가 제일 기분 좋아요.”  
자신이 만든 공간에 들어서면서 사람들이 자연스레 내뱉는 이 한마디의 감탄사가 가장 기분 좋다고 말하는 장호석(38) 디자이너는 본래 뉴욕에서 그래픽을 전공한 학생이었다. 언제인지 기억이 나지 않을 만큼 오래전부터 집 꾸미기를 좋아하고 집에 놓을 가구나 커튼을 물어오는 지인들에게 제품을 추천하는 등 공간에 대한 관심이 지대했다. 감각이 소문나면서 인테리어 스타일링 의뢰가 들어오기 시작했다.  
 
뉴욕 브루클린 감성이 엿보이는 호스팅하우스의 내부. 한적한 성수동 분위기와는 완전히 다른 고급스러운 공간이 꾸며져 있다. [사진 호스팅하우스 인스타그램]

뉴욕 브루클린 감성이 엿보이는 호스팅하우스의 내부. 한적한 성수동 분위기와는 완전히 다른 고급스러운 공간이 꾸며져 있다. [사진 호스팅하우스 인스타그램]

 
외국에서는 인테리어 디자인과 별개 개념으로 인테리어 스타일링을 의뢰하는 경우가 많다. 공간 디자인이 끝나면 마지막 손길로 스타일링을 하는 개념이다. 계절에 맞게 기존 집의 커튼이나 쿠션, 소품들을 제안하고 교체해주는 역할도 한다. 데커레이터, 스타일리스트라고도 불리는 보다 세분된 공간 디자인 영역이다. 정식 공부 없이 감각 하나 믿고 시작했지만, 점차 입소문이 났다. 3년 전 서울에 돌아와서는 배우 유아인을 주축으로 한 창작 그룹 스튜디오 콘크리트에서 활동했다. 한남동 스튜디오 콘크리트 카페의 공간을 꾸며 라이프스타일 전시 '하우스 워밍'을 진행했다. 계절마다 유아인의 집 패브릭과 소품 등을 바꿔가며 스타일링을 해주는 것도 그의 몫이다.  
 
한남동 스튜디오 콘크리트 카페에서 진행했던 '하우스워밍' 전시의 일부. 철저하게 장 디자이너의 취향이 담긴 집을 꾸몄다. [사진 호스팅하우스]

한남동 스튜디오 콘크리트 카페에서 진행했던 '하우스워밍' 전시의 일부. 철저하게 장 디자이너의 취향이 담긴 집을 꾸몄다. [사진 호스팅하우스]

 
리빙 페어, 테이블 데코 페어 등에서 공간 전시를 열면서 점차 이름을 알려가다 지난해 6월 드디어 성수동에 보금자리를 열었다. 바로 호스팅하우스다. 쇼룸 하나, 카페 하나 공간을 꾸미고 사람들을 맞았다. 문을 연 지 1년 정도지만 공간을 좋아하는 사람들에게 호스팅하우스는 성수동의 참새 방앗간 같은 곳으로 자리 잡았다. 쇼룸 자체를 보기 위해서도 오지만 감각적인 소품이나 가구를 찾는 이들이 몰린다.  
 
최근에는 삼성전자와의 협업으로 쇼룸을 재단장했다. 나만의 맞춤 냉장고를 표방하는 ‘비스포크 냉장고’를 쇼룸에 숨겨두었다. 숨겨두었다고 표현한 이유는 아무리 공간을 둘러봐도 냉장고를 쉽게 찾아볼 수 없었기 때문이다. 런던의 어느 비스포크(bespoke·맞춤) 수트 매장에 있을 법한 비밀스러운 문을 만들어 그 안에 냉장고를 감췄다. 문 위에는 직접 그린 그림을 액자에 담아 걸었다. 냉장고지만 가전제품이 아닌, 가구 혹은 하나의 오브제처럼 보이도록 했다. 이외에도 현재 논현동에 위치한 가구 매장 ‘파넬’ 건물의 전체 리모델링을 맡아 진행하는 등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는 장호석 디자이너를 만나 공간에 대한 질문을 던졌다.  
 
공간의 분위기를 해치지 않도록 냉장고 문에 액자를 달고, 그 위에 조명을 더했다. 사진 정면 돌출된 벽이 냉장고를 숨긴 공간. [사진 김남헌 사진가]

공간의 분위기를 해치지 않도록 냉장고 문에 액자를 달고, 그 위에 조명을 더했다. 사진 정면 돌출된 벽이 냉장고를 숨긴 공간. [사진 김남헌 사진가]

 
호스팅하우스는 뉴욕을 표방하는 공간이다. 왜 뉴욕인가.  
“여러 인종과 문화가 모여 하나처럼 보이게 하는 뉴욕의 독특함에 주목했다. 사실 가구나 공간 모두 예전에 좋은 디자인이 모두 나왔다. 지금 필요한 것은 과거의 좋은 디자인을 가지고 비틀고 섞어 새롭게 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이른바 ‘믹스 앤 매치(mix&match)’인데, 이걸 제일 잘하는 도시가 뉴욕이라고 봤다.”  
 
호스팅하우스 쇼룸도 북유럽, 인더스트리얼, 이런 식으로 한 단어로 정의할 수 없는 공간이다.  
“철저히 내 취향으로 꾸몄기 때문이다. 동양과 서양, 빈티지와 현대적인 것이 모두 섞여 있다. 이곳을 방문한 사람들은 ‘뭔가 많은 것 같은데 거슬리지 않고 조화롭다’는 평가를 한다. 여러 가지 요소를 섞되 하나처럼 만드는 것을 지향한다.”
 
‘하우스 워밍(2018)’이라는 공간 전시가 인상적이었다.  
“한남동 스튜디오 콘크리트 카페에 내 공간을 꾸미고 집들이를 하듯 사람들이 구경할 수 있도록 했다. 사실 ‘전시’라는 말을 붙이는 것이 맞을까 고민했다. 단지 공간을 꾸민 건데, 예술 작품이 아닌데 전시가 될 수 있을까에 대해 의문이었다. 그래서 전시라는 단어를 쓰지 않고 오픈했는데, 사람들이 오히려 전시라고 불러줬다. 그때 생각보다 많은 사람이 누군가의 취향이 담긴 공간을 보는 것을 좋아한다고 느꼈다.”
 
하우스워밍 전시 일부. 벽난로와 촛대, 조명, 소품 등 지금의 호스팅하우스 쇼룸의 분위기와 비슷하다. [사진 호스팅하우스]

하우스워밍 전시 일부. 벽난로와 촛대, 조명, 소품 등 지금의 호스팅하우스 쇼룸의 분위기와 비슷하다. [사진 호스팅하우스]

 
올봄 열렸던 서울리빙디자인페어에서 선보인 ‘타운하우스’도 꽤 흥행했다.
“리빙 페어 같은 큰 규모의 박람회에서 공간을 꾸며 놓으면 그냥 흘러가듯 쑥 보고 가는 게 아쉬웠다. 그래서 아예 집을 만들어버렸다. 벽을 만들고 문을 만들어 문을 통과해야 안을 볼 수 있게 사방을 막았다. 그리고 한 번에 5명 정도만 들여보내 지인의 집에 놀러 온 것처럼 볼 수 있게 했다. 많은 사람이 타운하우스 앞에 줄을 선 이유가 이 때문이다. 내부는 철저히 호스팅하우스가 잘하는 공간을 만들었다. 타운하우스는 영국 귀족이 도시에서 머무는 동안 지내는 저택을 뜻한다. 장식적이고 호화스럽다.”
 
2019 서울리빙디자인페어에서 '타운하우스'를 주제로 전시를 열었다. [사진 호스팅하우스 인스타그램]

2019 서울리빙디자인페어에서 '타운하우스'를 주제로 전시를 열었다. [사진 호스팅하우스 인스타그램]

 
호스팅하우스에서 표방하는 타운하우스, 뉴욕 감성은 사실 한국의 아파트와는 어울리지 않는다.
“맞다. 하지만 이렇게 꾸미고 살라는 제안이 아니라 경험을 주고 싶기 때문에 고집한다. 여행이나 좋은 기회가 있을 때만 이런 공간을 경험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 한국에서, 서울에서도 일상적이지 않은 공간을 마주할 기회를 주고 싶다. 이 중 하나의 요소만 가지고 자신의 집에 어울리게끔 매치해보는 것 정도도 좋을 것 같다.”
 
리빙 페어의 '타운 하우스' 전시 일부. 영국의 귀족이 머무는 집이라는 컨셉으로 고급스럽고 화려한 집을 꾸몄다. [사진 호스팅하우스]

리빙 페어의 '타운 하우스' 전시 일부. 영국의 귀족이 머무는 집이라는 컨셉으로 고급스럽고 화려한 집을 꾸몄다. [사진 호스팅하우스]

 
요즘 공간 디자인에 관심을 갖는 사람들이 많다. 서울에 좋은 공간도 많이 생겨났다.  
“정말 그렇다. 최근 3~5년간 서울의 공간 비즈니스가 흥하고 있다. 아무래도 인스타그램 같은 이미지 기반의 SNS가 인기를 끈 것이 영향이 컸다. 다들 공간에 투자해야 비즈니스가 잘된다는 것을 알게 됐다. 동네 세탁소도, 서점도 모두 컨셉을 잡고 공간에 투자한다.”
 
이번 삼성전자 비스포크 냉장고도 마찬가지다. 이제 냉장고도 예뻐야 하는 시대다.
“공간을 만들 때 냉장고처럼 부피가 큰 가전이 제일 애물단지다. 꼭 필요하니 안 놓을 수는 없는데 갖다놓으면 튄다. 공간에 어울리는 냉장고가 절실하다. 커스터마이징 냉장고의 컨셉을 살려 아예 냉장고처럼 보이지 않고 작품처럼 보이게 세팅해봤다. 손 그림 액자를 여러 개 걸고 맨 위에 액자를 비추는 조명을 달았다. 비스포크 수트 매장의 비밀스러운 문처럼 아무도 냉장고인지 모르게 재미를 줬다.”
 
장 디자이너는 "손때 묻은 소품, 주인의 취향과 역사가 담긴 물건들이 모여 공간의 정체성이 만들어진다"고 했다. [사진 호스팅하우스]

장 디자이너는 "손때 묻은 소품, 주인의 취향과 역사가 담긴 물건들이 모여 공간의 정체성이 만들어진다"고 했다. [사진 호스팅하우스]

 
서울에 좋은 공간이 많이 생겼지만 한편으로는 너무 SNS를 의식한 공간이라는 아쉬움도 있다.  
“요즘에는 어떤 공간을 보면 이건 몇 개월짜리일까 생각하게 된다. 그만큼 빠르게 생겼다 빠르게 없어진다. 3개월 장사한 뒤 리뉴얼하는 상업 공간이 있을 정도다. 정말 좋은 공간은 따라 할 수 없는 독창성이 있는 공간이라고 생각한다. 그 독창성은 어떤 좋은 소품이나 디자인이 아니라 상당 부분 시간에서 나온다고 생각한다. 고객사 분들에게 늘 만들어준 공간에서 끝내지 말고 계속해서 자신의 공간을 가꾸라고 강조한다. 여행에서 사 온 그림 하나, 지인이 준 소품 하나가 한 데 모여 시간이 지날수록 주인의 감성이 묻어나온다. 그때 공간의 멋과 정체성이 생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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