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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②] 미묘한 이선균, 신비로운 '기생충'


"봉준호 감독님 옆에 영원히 기생하고 싶어요. 하하하" 툭툭 내뱉는 한 마디가 진심이고 명언이다.

영화 '기생충(봉준호 감독)'이 한국영화 최초로 칸국제영화제 황금종려상을 수상하고, 누적관객수 900만 명을 넘어서며 1000만 카운트다운에 돌입했다. 이선균(44)은 '기생충' 단 한 편으로 데뷔 후 18년만에 칸영화제 레드카펫을 밟았고, 1000만 배우 타이틀을 눈앞에 두고 있다. 헛된 시간이란 없다. 지난 세월이 있었기에 지금의 희극 무대에도 오를 수 있었다.

'기생충'은 이선균의 개인 흥행 대표작을 갈아치우는데도 일조했다. 이선균 종전 필모그래피 최고 흥행작은 누적관객수 459만명을 동원한 '내 아내의 모든 것'(2012)이었다. '기생충'은 개봉 8일만에 500만 관객을 돌파하며 이 기록을 넘어섰다. 여러모로 '리스펙!'을 외칠 수 밖에 없다. 결과만큼 과정이 준 행복도 크다. 연기에 첫 발을 내딛었던 순간만큼 온 몸을 휘감은 긴장감에 매 순간 '짜릿함'이 동반됐다. 봉준호 감독과의 만남은 그래서 더 잊을 수 없는 인생의 한 페이지다.  

마냥 기뻐하기만 해도 모자랄 일들이지만 이선균은 시종일관 "내 일이 아닌 것 같다"며 한 발작 먼 발치에서 상황을 관망하려는 자세를 취했다. 한 작품을 이끄는 주연 배우로서 10여 년이 넘는 세월동안 온갖 희비극을 다 겪었을 이선균이다. 이 또한 지나가리라는 것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는 뜻이다. 

솔직하기로는 둘째 가라면 서러운 배우라는걸 다년의 인터뷰로 모두가 파악했다. 좋고 싫음이 명확하지만 은근한 툴툴거림은 애정에서 비롯된다는걸 안다. 이번엔 어쩔 수 없는 오글거림과 쑥쓰러움에 말을 길게 하지 않으면서도 그 애정들을 직접 표현하려 애썼다. 참고 참다 훅 터뜨린 한 마디가 "기생하고 싶다'는 진심이었다. 흔히 '이 힘으로 평생을 산다'고 말한다. 또 다시 열심히 살아갈만한 힘을 얻었다는 것. '기생충'이 선사한 최고의 선물이다.

※인터뷰①에서 이어집니다.
 
-첫 촬영은 어떤 장면이었나.
"기택(송강호)이 박사장네 회사에 면접을 보러 들어왔을 때 몽타주처럼 비춰지는 장면이었다. 그리고 바로 두번째 촬영이 기택과 함께 차에서 단둘이 대화를 나누는 신이었다. 중요한 장면이기도 했고, 기택과 박사장의 관계도 보여야 했다. 찍는데 뭔가 신기하더라. 연기지만 내가 그렇게 이야기 하고 있는 것도 재미있었다. 어떤 영화든 3회차까지는 긴장을 하는데 이번엔 다른 현장보다 좀 더 긴장했던 것 같다."

-박사장을 어떤 캐릭터로 봤고, 또 어떻게 그리고 싶었나.
"전체 대본을 받기 전에 하기로 결정하고 대본을 봤는데 사실 박사장은 사건의 중심에 있는 인물은 아니다. 그래서 '캐릭터를 진짜 잘 잡고 가야겠다'는 고민이 되더라. '이중적인 모습을 보여주고 싶다'는 생각을 가장 먼저 했던 것 같다. 근데 감독님이 콘티에 이미 그런 것들을 표현해 놓으셨더라. '차 시트에 놓여진 컵에 가득 채워진 커피' 등 배우가 알아서 따라갈 수 밖에 없는 설정들이 아주 디테일하게 있었다. 디렉팅도 템포나 리듬으로 설명해 주신다. 긴장하고 어려웠던 것 이상으로 편하게 작업할 수 있었다."

-대부분의 작품에서 상층부는 눈에 띄는 악역으로 등장한다. 하지만 박사장은 미묘하다. 예민하지만, 매너는 또 좋다. 
"그게 그 캐릭터의 재미인 것 같다. 극중 처음 연교와 대화를 나누는 신도 원래는 좀 더 딱딱했다. 연교가 남편을 어려워하면서 존칭도 썼다. 근데 촬영 전 감독님이 바꾸시더라. '학교 때 만나 결혼을 일찍 한 부부처럼 편하게 해보는건 어떻겠냐'고 했다. 부부사이는 격없이 편한 것 같은데 연교가 다른 사람들에게 하는 말들을 보면 박사장을 치켜 세우려는게 보인다. 그것 역시 눈에 보이지 않는 선 같기도 하고."

-이선균이 가장 잘하는 연기를 진짜 잘했다는 평이 상당하다.
"하하. 좀 더 변태처럼 하려고 했는데 첫 날 찍자마자 '그냥 뭘 하려고 하지 말아야겠다. 유연하게 받아 들여야겠다'고 새롭게 다짐했다. 분량면에서도 마음이 편하긴 했다.(웃음) 가끔은 내가 꿈꿔왔던 작품에서 잘하고 싶은 욕심이 있는데 너무 하는게 없는 것 같은 느낌이라 '잘하는건가? 잘하고 있는건가?' 싶은 적도 있었다. 근데 결론은 '생각하지 말자'였다. 감독님을 100% 믿었고, 내 욕심보다 작품에 이질감을 주지 않기 위해 노력했다. 원래는 의견이나 아이디어도 많이 내는 편인데 이번에는 잠자코 있었다. 하하."
 
-전작 드라마 '나의아저씨'에서는 박부장이었다.
"맞다. 실제로 '기생충'을 '나의아저씨' 바로 다음에 촬영했다. 박부장이 박사장이 된 느낌도 들었다. 나의아저씨로 살다가 박사장이 되려니까 그런 부분에서 이질감이 있었던 것 같기도 하다. 근데 그게 티나면 안되지 않나. 빨리 적응하고 캐릭터를 받아 들이려고 했다."

-봉준호 감독이 '옆모습 멋지다'는 말을 했다.
"완벽한 립서비스다. 평소엔 그런 말씀 절대 안 하신다. 하하. 아무래도 감독님은 카메라 앵글을 통해 나를 지켜보게 되니까. 평소에 사진도 많이 찍는다. 그러다 보니 배우들의 얼굴 면면을 본인들보다 더 많이 보고 더 잘 파악하게 되지 않았을까. 칸에서도 기자들처럼 계속 뭔가를 그렇게 찍으시더라. 그게 감독님의 취미이자 디테일의 산물 아닐까 싶다. 직업병 같기도 하고.(웃음)"

-여배우를 돋보이게 해주는 배우로 유명하다. 이번에는 조여정과 호흡 맞췄다.
"여정이가 적극적으로 다가워줘서 편했다. 여정이는 기본적으로 에너지가 넘치는 친구다. 연기하는데 불편함이 전혀 없었다. 연기도 너무 잘하니까 더 즐거웠다."

-15세 관람가 등급에 비해 소파신은 다소 야하다는 반응도 있다.
"콘티와 거의 100% 똑같이 했다. 가족영화인 줄 알고 아이들과 관람하면 다소 민망할 수도 있겠지만, 그 상황이 어떤 섹슈얼함을 부각하려는건 아니다. 기택네와 박사장네가 한 공간에 있지만 없는 듯한 상황적인 코미디와 먹먹함에 집중되기 때문에 큰 문제는 없었다고 본다. 그리고 그 장면은 굉장히 젠틀한 척 하지만 천박한 박사장의 이중적 장면도 한 눈에 보이는 신이다. 또 직접적인 노출이 있는 것은 아니니까."

-박사장네는 무슨 죄를 지어서 그런 파국을 맞이해야 했을까.
"음…. 냄새를 너무 잘 맡은 죄? 하하하."

>> [인터뷰③] 에서 계속

조연경 기자 cho.yeongyeong@jtbc.co.kr
사진=CJ엔터테인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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