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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등급제 폐지 D-6…장애인 "서비스 줄어든다"VS 정부 "보완책 있다"

장애등급제 31년만에 폐지, 종합조사 실시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오른쪽에서 두번째)이 25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수요자 중심의 장애인 지원체계 구축방안 브리핑을 하고 있다. 브리핑 내용을 수화통역사(사진 맨 왼쪽)가 수화로 전달하고 있다.[뉴스1]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오른쪽에서 두번째)이 25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수요자 중심의 장애인 지원체계 구축방안 브리핑을 하고 있다. 브리핑 내용을 수화통역사(사진 맨 왼쪽)가 수화로 전달하고 있다.[뉴스1]

다음 달부터 장애등급제가 단계적으로 폐지된다. 제도 도입 31년 만이다. 제도 시행을 앞두고 장애인 단체가 반발하고 나섰다. 정부가 등급제 대신 내놓은 ‘서비스지원 종합조사(종합조사)’를 적용하면 기존보다 장애인 활동지원급여(시간)이 줄어들 거란 우려 때문이다.
 
장애등급제 폐지는 문재인 정부의 장애인 관련 1호 공약이다. 1988년 도입된 장애등급제는 장애 유형과 정도에 따라 1~6급으로 나눠 복지혜택을 지급하는 제도다. 하지만 의학적 심사에 기반해 장애인의 개별 상황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한다는 비판이 꾸준히 제기돼 왔다. 문 대통령 취임 후 7개월 뒤인 지난 2017년 12월 국회는 장애등급제를 폐지하는 내용의 장애인복지법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보건복지부는 지난해 12월 세부 내용을 담은 시행령 개정안을 의결했고, 제도 시행은 다음 달부터 이뤄진다.
[자료 : 보건복지부]

[자료 : 보건복지부]

25일 복지부에 따르면 새 제도에선 기존 1~6급이던 장애등급은 ‘장애의 정도가 심한 장애인(종전 1~3급)’과 ‘장애의 정도가 심하지 않은 장애인(종전 4~6급)’으로만 나뉜다. 등급을 매기기 위해 실시하던 인정조사는 사라진다. 대신 ‘서비스 지원 종합조사(종합조사)’를 통해 각 장애인에게 맞춤형으로 지원한다. 조사원이 장애인의 복지 욕구, 생활수준, 건강상태 등에 대한 세부항목으로 구성된 종합조사표를 들고 장애인과 상담한 뒤에 맞춤형 복지 서비스를 제공하는 방식이다. 
 
복지부는 종합조사를 우선 활동지원 급여, 장애인 보조기기, 장애인 거주시설, 응급안전서비스에 우선 적용하기로 했다. 김현준 복지부 장애인정책국장은 “종합조사 방식을 적용하면 활동지원서비스의 경우 월평균 지원시간이 현행 120시간에서 127시간 이상으로 늘어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복지부는 종합조사 적용을 2020년 장애인이동지원, 22년 소득·고용지원 분야로 확대할 계획이다.
[자료 : 보건복지부]

[자료 : 보건복지부]

장애인 단체 "종합조사 적용으로 지원시간 감소할 것"
하지만 장애등급제 폐지를 원하던 장애인들은 새 제도 시행에 부정적이다. ‘종합조사표로 인해 활동지원시간이 줄어들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한국장애인자립생활센터협의회(한자협)은 지난 12일 장애인 2520명을 대상으로 종합조사표 기준에 따른 온라인 모의평가를 한 결과를 발표했다. 한자협은 조사대상의 34.4%(867명)가 현재 받는 활동보조 시간보다 줄어든다고 주장했다. 14일엔 한자협 소속 장애인과 활동보조인 등 20여명이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 집무실이 있는 서울 중구 사회보장위원회 사무실을 점거하고 농성했다.
지난 14일 오후 서울 중구 충정로 사회보장위원회 건물 앞에서 장애인서비스지원 종합조사표 수정을 요구하며 집회를 하고 있다. [이승호 기자]

지난 14일 오후 서울 중구 충정로 사회보장위원회 건물 앞에서 장애인서비스지원 종합조사표 수정을 요구하며 집회를 하고 있다. [이승호 기자]

장애인단체는 종합조사표가 장애인들을 유형별·개인별로 갈라놓을 것으로 우려한다. 윤민진 서울장애인차별철폐연대 활동가는 “보건복지부는 지난해 9월 낸 종합조사표 초안이 시각장애인에 불리하다는 지적이 일자 지난 4월 수정안을 냈다”며 “하지만 도리어 뇌병변 장애인에 대한 점수는 줄어들고, 발달 장애인과 시각 장애인 점수만 늘었다”고 말했다. 이들은 장애유형별로 특성에 맞는 평가항목과 매뉴얼을 적용해 달라고 요구한다.
 
"왜 장애인끼리 싸우게 하나…유형별 특성 반영해야"
이들은 장애등급제 폐지의 취지를 살리려면 이에 걸맞게 예산지원이 뒤따라야 한다고 주장한다. 전국장애인차별연대 소속 정다운 활동가는 “복지부의 종합조사표는 기획재정부가 준 ‘실링(Ceiling) 예산(정부 예산 한도액)’에 갇혀 있다”며 “장애인은 필요한 만큼 서비스를 받을 권리가 있는데 왜 장애인들끼리 싸우게 만드나”라고 비판했다. 예산확대를 통해 장애유형별로 골고루 서비스를 받을 수 있도록 해달라는 것이다.
 
복지부 "지원시간 7시간 증가. 감소폭 제한할 것"
반면 복지부는 활동지원시간 감소는 거의 없을 것으로 본다. 권병기 복지부 장애인정책과장은 “장애인단체의 모의평가는 인정조사 방식에 쓰던 평가항목과 매뉴얼 등이 적용돼 정확하지 않다”며 “우려한만한활동지원시간 감소는 없고 대부분 시간이 증가할 것”이라고 말했다. 복지부는 그럼에도 시간 감소가 예상되는 장애인의 경우 전체 활동지원 급여 구간 15등급 중 2등급 이상 내려가지 않도록 해 감소폭을 하루 최대 2시간으로 제한하기로 했다. 서비스 탈락이 예상되는 장애인에겐 3년간 특례급여로 47시간을 보장한다.
 
장애등급제 단계적 폐지 대책 촉구   (서울=연합뉴스) 홍해인 기자 = 시각장애인권리보장연대 관계자들이 오는 7월로 예정된 장애등급제 단계적 폐지를 앞두고 20일 오전 서울 종로구 청와대 사랑채 앞에서 시각장애인을 고려한 대책 마련을 정부에 촉구하며 기자회견을 갖고 있다. 2019.6.20   hihong@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장애등급제 단계적 폐지 대책 촉구 (서울=연합뉴스) 홍해인 기자 = 시각장애인권리보장연대 관계자들이 오는 7월로 예정된 장애등급제 단계적 폐지를 앞두고 20일 오전 서울 종로구 청와대 사랑채 앞에서 시각장애인을 고려한 대책 마련을 정부에 촉구하며 기자회견을 갖고 있다. 2019.6.20 hihong@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예산은 제도를 시행하면서 추가로 확보하기로 했다. 복지부 김현준 국장은 “활동지원 관련 예산은 지난해 6000억 올해는 42.5% 증가한 1조 35억원이었고, 내년 예산은 1조2000여억원을 기재부에 요구할 계획” 이라고 말했다.
 
복지부는 장애 유형별로 다른 종합조사표를 적용하는 것은 어렵다는 입장이다. 권 과장은 “이번에 만든 종합조사표와 평가 매뉴얼은 2017년부터 11차례에 걸쳐 장애인단체와 정부, 전문가가 모여 협의한 끝에 만들어낸 것”이라며 “지금 와서 또다시변경하기는 쉽지 않다”고 말했다. 대신 복지부는 향후 3개월 안에 활동지원제도 관련 고시개정전문위원회를 만들기로 했다. 위원회가 각계의 의견을 수렴해 1년 안에 제도 개선안을 만들 계획이다.
 
전문가 " 3~4개의 서로 다른 조사표는 만들어야"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회원들이 4일 오전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 앞에서 '장애등급제 진짜 폐지 예산확보와 농성 선포 기자회견'을 갖고 구호를 외치고 있다. [뉴스1]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회원들이 4일 오전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 앞에서 '장애등급제 진짜 폐지 예산확보와 농성 선포 기자회견'을 갖고 구호를 외치고 있다. [뉴스1]

전문가들은 정부의 종합조사 제도가 장애 유형별 특성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므로 향후 개선안에선 이를 개선해야한다고 지적한다. 조한진 대구대 장애학과 교수는 “장애인 종합조사표 문제의 핵심은 15개 법정 장애 유형의 특성을 고려하지 않은채 하나의 종합조사표로 장애 정도를 평가하는 것”이라며 “그러다 보니 장애인 단체들의 반발에 따라 ‘땜질식’ 처방으로 이어졌다”고 말했다. 조 교수는 “15개의 조사표를 만들 순 없겠지만, 인지장애·지체장애·발달장애 등 큰 주제로 분류해 3~4개의 서로 다른 조사표를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승호 기자 wonderm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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