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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착한뉴스]"이웃인데 같이 살아야죠"… 바닷가 주민들이 만든 '마을연금'

충남 태안군 고남면 고남7리 만수동마을. 안면도 끝자락에 위치한 한적한 곳으로 전체 주민 수가 100명이 채 되지 않는 작은 바닷가 마을이다. 도심의 아파트 한 동(棟)에 사는 주민보다 숫자가 적다. 이 작은 마을 주민들이 자발적으로 나서 이웃을 위해 연금을 지급하고 있다. 
충남 태안군 고남면 고남7리 만수동어촌계 주민들이 마을 공터에서 공동으로 채취한 바지락을 선별하고 있다. [사진 태안군]

충남 태안군 고남면 고남7리 만수동어촌계 주민들이 마을 공터에서 공동으로 채취한 바지락을 선별하고 있다. [사진 태안군]

 
만수동마을 주민 대부분은 바다에 기대 생계를 이어간다. 주민들이 구성원이 돼 만든 조직이 ‘만수동어촌계’다. 대대로 마을에 터를 잡고 살아온 주민은 당연히 어촌계원 자격을 얻는다. 만수동어촌계의 계원은 96명이다. 어촌계는 특정한 날짜를 정해 공동으로 작업을 나간다. 바지락과 굴·해삼 등을 잡아 거둬들인 이익을 골고루 분배한다. 대부분의 어촌계에서 운영하는 분배방식이다.
 
만수동어촌계는 2016년 6월부터 ‘마을연금’을 지급하고 있다. 전국 처음이다. 어촌계원 가운데 바다로 나가 작업하지 못하는 계원들에게 수익의 일부를 배분하는 방식을 통해서다. 어촌계원 96명 중 21명은 80세 이상 고령자이거나 장기 입원환자, 장애 판정 등으로 경제활동이 어렵다. 스스로 돈을 벌기 어렵다는 얘기다. 당연히 마을 공동작업에도 나갈 수 없다. 이들에게 일정 금액의 수익을 분배하기 위해 도입한 게 마을연금이다.
 
마을연금 도입을 추진한 건 전제능(57) 어촌계장이다. 그가 연금 도입을 제안했을 때 주민 대부분이 반대했다. 당연한 일이었다. 공동작업에 나오지 못하는 이웃에게 자신이 거둔 이익의 일부를 떼주는 것을 동의하기란 쉽지 않은 결정이었다. 당시 전 어촌계장의 아내도 “당신 이렇게 하면 안 된다”고 반대했다고 한다. 부부는 연금제도 때문에 결혼 후 처음을 각방을 쓰기도 했다고 한다.
충남 태안군 고남면 만수동어촌계 주민들이 공동으로 채취한 바지락. [사진 태안군]

충남 태안군 고남면 만수동어촌계 주민들이 공동으로 채취한 바지락. [사진 태안군]

 
전제능 어촌계장은 반대하는 주민을 1대 1로 만나 설득했다. “우리도 곧 노인이 된다. 결국 우리에게도 혜택이 돌아온다” “지금 우리가 바지락과 굴을 캐는 곳은 부모세대가 만든 곳인데 그들에게 보답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라고 호소했다. 공동작업에 참여하는 85세 마을 어른이 “나도 수익의 일부를 분배하겠다”고 선뜻 나선 것도 큰 힘이 됐다.
 
그는 “우리가 작업하는 바다는 마을 어르신들이 젊을 바쳐 일궈낸 곳”이라며 “어촌계 사무장을 귀어인이 맡을 정도로 이미 모든 주민이 하나가 된 마을”이라고 말했다.
 
마을연금을 통해 노동력을 상실한 주민이 최소한의 수입을 보장받게 되면서 마을에는 활기가 돌았다. 21명의 어촌계원은 1년에 300만원가량의 연금을 받는다. 이런 소식이 알려지면서 인근 마을에서 “어떻게 하면 우리도 연금을 줄 수 있는지 알 수 있느냐”는 문의가 줄을 잇고 있다. 인접한 고남4리도 마음연금을 도입기로 했고 장곡1·3리 어촌계는 다음 달 도입 여부를 결정할 예정이다.
 
고령화로 마을이 쇠락하는 것을 막기 위해 만수동어촌계는 과감한 선택을 했다. 어촌계 진입 장벽을 없애기 위해 가입조건을 거주 기간 2년에서 1년으로 단축하고 어촌계 가입비도 1만원만 받고 있다. 이런 노력으로 6가구 18명이 마을에 새로 정착했다. 현재는 빈집이 없어 귀어를 대기할 정도다.
충남 태안군은 만수동어촌계의 '마을연금'을 널리 홍보할 예정이다. 사진은 태안군청사. [사진 태안군]

충남 태안군은 만수동어촌계의 '마을연금'을 널리 홍보할 예정이다. 사진은 태안군청사. [사진 태안군]

 
가세로 태안군수는 “만수동어촌계 연금제도는 다른 어촌계에서 벤치마킹할 정도로 성공적으로 정착했다”며 “태안지역 다른 어촌계는 물론 전국으로 확산할 수 있도록 홍보를 강화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태안=신진호 기자 shin.jinh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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