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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원전에 신뢰도 하락…UAE 원전사업 한국 몫 줄어든다

아랍에미리트에 세워진 아랍 최초 원자력발전소인 바라카 원전 1호기의 완공 당시 모습. [중앙포토]

아랍에미리트에 세워진 아랍 최초 원자력발전소인 바라카 원전 1호기의 완공 당시 모습. [중앙포토]

한국의 아랍에미리트(UAE) 바라카 원자력발전소 장기정비계약(LTMA) 단독·일괄 수주가 결국 무산됐다. 당초 예상과는 달리 계약 기간과 규모도 크게 줄었다. 문재인 정부의 ‘탈(脫) 원전’ 정책이 해외 원전 사업 경쟁력을 떨어뜨렸다는 비판이 커질 전망이다.
 
24일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한국수력원자력·한전KPS 컨소시엄(팀코리아)은 바라카 원전 운영법인인 ‘나와에너지’와 최소 5년간의 ‘장기정비 사업계약(LTMSA)’을 맺었다. 바라카 원전은 한수원의 고유 기술로 만든 한국형 원전 APR1400이 설치되는 만큼 팀코리아가 LTMA를 ‘통으로’ 따내는 것이 기정사실로 여겨졌다. 하지만 결국에는 나와가 정비를 포함한 바라카 원전 운영 전체에 대한 책임을 지고, 복수의 사업자에게 서비스를 받는 LTMSA로 변경됐다. 수주전에서 팀코리아와 경쟁했던 미국·영국 업체가 정비사업의 일부분을 맡을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이 짓는 원전, 정비는 못할 우려
 
LTMA 방식은 팀코리아가 나와를 대신해 관련 업무를 도맡아 할 수 있다. 하지만 LTMSA는 원전 정비와 관련된 일감을 누구에게 배분할지에 대한 최종 결정권이 한국이 아닌 나와에 있다. 나와가 원전정비사업을 총괄하면서 이에 필요한 인력을 우리나라에서 파견받는 식으로 진행된다. 팀코리아가 일괄 정비계약을 체결하지 못하고 원전정비 서비스를 5년간 제공하는 사실상의 하도급을 수주하게 됐다는 의미다.
 
나와 측은 “LTMSA 및 두산중공업과 맺은 ‘정비사업계약’(MSA)은 나와의 주도하에 단일 업체가 아닌 복수의 협력사가 발전소를 위한 정비용역을 제공하도록 규정한다”고 명시했다. 주한규 서울대 원자핵공학과 교수는 이에 대해 “나와의 뜻에 따라 한국 외에 다른 국가도 참여시킨다는 뜻”이라고 말했다.
 
[그래픽=김주원 기자 zoom@joongang.co.kr]

[그래픽=김주원 기자 zoom@joongang.co.kr]

계약 기간과 규모도 애초 기대했던 15년에서 3분의 1로 쪼그라들었다. 양사 간 합의에 따라 연장이 가능하다지만 반대로 합의가 안 되면 계약은 5년으로 끝난다는 얘기다. 주한규 교수는 “서비스 계약 기간인 5년이 지난 뒤 지금보다 한국의 원전 경쟁력이 떨어졌다고 판단할 시에는 한국이 배제될 가능성도 있다”고 설명했다. 이처럼 계약 기간이 줄고 수주가 쪼개지면서 전체 수주액도 당초 전망치 2조~3조원의 3분의 1을 밑도는 수천억원에 불과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정부는 그간 국내에서는 탈원전을 추진하면서도 해외 원전 수출 등은 적극적으로 지원하겠다는 입장을 견지해 왔다. 그러나 원전 업계에서는 원전 건설과 길게는 수십년간 이어지는 유지보수·관리를 탈원전 국가에 맡기는 것은 일관성이 떨어진다고 맞서 왔다. 결국 이번 바라카 원전의 후속 사업 수주가 기대에 못 미치는 성과를 내면서 정부의 원전 정책에 대한 비판 여론도 한층 거세질 것으로 예상된다.
  
“다른 국가 정비 땐 기술 유출 가능성”
 
이덕환 서강대 화학·과학커뮤니케이션 담당 교수는 “쉽게 말해 현대자동차를 샀는데, 정비는 앞으로 쌍용차에서 받겠다는 것”이라며 “건설한 원전에 대한 모든 것을 알고 있는 해당 국가를 배제하고, 다른 국가에 정비를 맡기는 것은 극히 예외적인 일”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탈원전 정책으로 한국 원전에 대한 신뢰도가 떨어진 것이 영향을 미쳤다”며 “더 큰 걱정은 앞으로 다른 국가가 유지·정비를 맡게 되면서 우리가 공들여 만든 APR1400의 기술 도면과 정보가 넘어갈 수 있다는 점”이라고 덧붙였다.
 
하지만 산업통상자원부·한수원은 물론 나와도 공식적으로 “이번 정비 파트너 선정을 위한 의사결정은 한국의 원전 정책과 무관하다”고 선을 그었다. 단지 나와 측에서 UAE 법률에 따라 바라카 원전에 대한 책임을 본인들이 갖는 것을 분명하게 하기 위해 계약을 변경했다는 것이다. 특히 2017년 6월 한국과 단독 수의계약 협상은 종료됐고 국제경쟁 입찰로 바뀌었기 때문에 시기상으로도 탈원전과는 무관하다는 것이 정부의 설명이다.
 
성윤모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이날 오후 정부세종청사에서 브리핑을 갖고 “UAE가 우리 정부의 원자력 정책 방향과 바라카 원전 사업을 연계해 얘기한 적은 한 번도 없었다”면서 “한국이 사실상 주도적 역할을 하게 될 것이며, 5년이라고 되어 있는 계약 기간도 계속 연장되면 30년 이상의 협력도 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되려 이번 협상은 한국과 UAE가 원전 건설부터 설계·운영·정비까지 원전 전 주기에 걸친 협력을 완성했다는 데 의미가 크다는 입장이다. 계약 내용은 기대했던 수준에는 못 미치지만 최근 2년 새 급박하게 돌아가던 글로벌 수주전을 감안할 때 나름대로 선방했다는 게 정부 내의 평가다. 그간 정부는 최고위급 외교 채널과 민간 채널을 총동원해 정비 계약 수주를 위한 노력을 기울였다.
 
정재훈 한수원 사장은 “관리·감독 전문가뿐만 아니라 정비분야 고위직을 파견해 원전 정비계획 수립 등 의사결정에 참여할 예정”이라고 강조했다. 마크 레드먼 나와 사장도 “최고 수준의 안전성과 품질기준에 따라 파트너를 선정했다”고 밝혔다.
 
세종=서유진·손해용 기자 suh.youj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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