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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면 2번, 휠체어 청문회까지···특혜 다 누리고 사라진 정태수

정태수 전 한보그룹총회장의 모습. 검찰은 이르면 이번주 그의 생존 여부를 밝힐 계획이다. [중앙포토]

정태수 전 한보그룹총회장의 모습. 검찰은 이르면 이번주 그의 생존 여부를 밝힐 계획이다. [중앙포토]

정태수, 한국의 모든 사법특혜를 누린 기업가  
21일 에콰도르에서 송환된 정한근(55)씨가 검찰에 "지난해 임종을 지켜봤다"고 진술한 그의 부친 한보그룹 정태수 전 회장(96)은 한국 사법체계의 모든 특혜를 누린 인물이었다. 

IMF초래 책임에도 사법특혜 누리다 2007년 도망

부정부패에 연루됐고 1997년 한보사태로 IMF를 초래한 책임에도 두명의 대통령에게 두번의 특별사면을 받아 '사면 재수생'이란 별칭을 얻었다.
 
"나는 바람이 불면 날아가는 깃털에 불과하다"는 홍인길 전 청와대 총무수석의 발언도 정 전 회장 수사에서 비롯돼 '깃털 수사'란 말이 생겨났다. 청문회와 재판에 덥수룩하게 수염을 기르고 마스크를 쓴 채 휠체어를 타고 나온 재벌 회장도 그가 최초였다. 
 
두번의 사면 뒤 2007년 다시 횡령 혐의로 재판을 받던 중 대장암 치료차 일본에 간다며 코타키나발루로 도피해 한동안 잊혀진 인물이었다. 하지만 그의 마지막 주임검사였던 손영배 대검 국제협력단장이 21년만에 그의 넷째 아들 정한근씨 송환에 성공하며 정 전 회장의 행적과 생존 여부에 다시 관심이 쏠린다. 
 
은마아파트 완판 기록, 사면 세 달 뒤 또구속
세무공무원 출신인 정 전 회장은 "사업을 하라"는 역술가의 말을 듣고 1970년대 부동산 사업에 뛰어들었다. 2차 오일쇼크에도 완판된 대치동의 은마아파트도 그의 작품이었다.

재계 14위까지 올랐던 한보그룹의 본사는 은마상가에 있었다. 이 역시 "돈이 잘 모인다"는 역술가 때문이었다고 한다. 하지만 1991년 수서지구 택지 특혜분양 사건으로 구속되며 정태수의 인생이 꼬이기 시작했다. 그의 첫번째 검찰수사였다.
 
정경이 유착된 대형 건설비리였지만 대법원은 집행유예를 선고했다. 정 전 회장은 1995년 김영삼 전 대통령의 특별사면을 받았다.

하지만 사면 석달 만에 노태우 전 대통령에게 같은 사건으로 4차례에 걸쳐 150억원의 비자금을 준 혐의가 드러나 재구속됐다. 법원은 보름 뒤 고혈압과 당뇨를 주장하는 정 전 회장 변호인의 주장을 받아들여 구속집행을 정지한다. 
 
한보사건 4차 공판이 열린 1997년 4 28일 오전 정태수 총회장이 재판에 참석하기 위해 입원중인 서울대병원을 나서고 있다. [중앙포토]

한보사건 4차 공판이 열린 1997년 4 28일 오전 정태수 총회장이 재판에 참석하기 위해 입원중인 서울대병원을 나서고 있다. [중앙포토]

1심에서 징역 2년이 선고됐지만 고등법원과 대법원은 잇달아 '공소시효 만료'로 정 전 회장에게 무죄를 선고한다. 당시 법원은 기업 범죄에 관대한 양형기준을 갖고 있었다.
 
그리고 2년 뒤인 1997년 IMF사태를 촉발했던 한보그룹의 5조 7000억원 특혜대출 의혹이 터진다. 정 전 회장은 최대 위기를 맞이했다.
 
'깃털수사''휠체어 청문회' 정태수에서 비롯됐다 
이때는 재판의 문턱에 서기도 전에 검찰이 먼저 움츠려들며 '깃털수사' 논란이 일었다. 김영삼 전 대통령 아들 김현철씨가 정 전 회장 사건과 연루된 사실이 드러났기 때문이다.
 
홍인길 전 청와대 정무수석은 수사를 받던 중 김현철씨를 몸통이라 암시하듯 "나는 바람이 불면 날아가는 깃털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검찰 수사 때마다 나오는 '몸통''깃털' 수사 발언은 여기서 비롯됐다. 

이 과정에서 대검 중수부장이 최병국에서 심재륜으로 교체되고 김현철은 구속됐다. 하지만 홍 전 수석은 이후 1999년 한보 청문회에서 "동물학적으로 깃털, 몸통을 따로 구분하지 말아달라"고 입장을 바꿔 논란이 일었다. 
 
한보의혹의 배후로 1997년 2월 11일 검찰에 구속된 당시 신한국당 홍인길 의원이 초췌한 모습으로 서울구치소를 향해 검찰차에 오르려 하고 있다. [중앙포토]

한보의혹의 배후로 1997년 2월 11일 검찰에 구속된 당시 신한국당 홍인길 의원이 초췌한 모습으로 서울구치소를 향해 검찰차에 오르려 하고 있다. [중앙포토]

천문한적인 대출금을 갚지 못한 한보는 부도가 났고 이 여파로 다수의 재벌 기업과 은행이 무너졌다. 정태수 전 회장에겐 15년형이 선고됐다. 

그는 1999년 검은 모자와 하얀색 마스크를 쓰고 휠체어에 앉아 한보 청문회에 출석해 여론의 질타를 받았다. 하지만 많은 재벌 회장들은 정 전 회장을 교본으로 삼아 검찰과 법원 앞에서 휠체어를 타기 시작했다.

2002년 대장암 진단을 받고 같은 해 김대중 대통령에게 특별사면을 받았다. 두번째 사면이었다. 불과 2년 뒤인 2004년 신동아와의 인터뷰에서 정 전 회장은 "기적적으로 살아남았다. 내 건강 비결은 하루에 3시간 걷기"라며 사업 재개를 선언한다. 
 
정태수의 마지막 주임검사, 정태수 행방 찾을까 
정 전 회장은 2007년 다시 기소됐고 징역 3년형을 받았다. 그의 나이 84세 때의 일이다. 자신의 며느리가 이사장으로 있는 학교 교비 수십억원을 횡령한 혐의였다. 
 
당시 그의 주임검사가 21년 만에 그의 넷째아들 정한근씨를 송환한 손영배 대검 국제협력단장이다. 손 단장은 정한근과 정태수를 동시에 쫓아왔다. 
 
1심 법원은 정 전 회장을 건강상의 이유로 구속하지 않았다. 항소심 중 정 전 회장은 대장암 재발 가능성을 거론하며 행정법원에 "치료차 일본에 가야한다"고 출국금지 집행정지를 받아냈다. 
 
1997년 당시 정태수 한보그룹총회장의 방배동 자택의 모습. [중앙포토]

1997년 당시 정태수 한보그룹총회장의 방배동 자택의 모습. [중앙포토]

그후 그가 간 곳은 일본이 아닌 말레이시아의 코타키나발루였다. 정 전 회장은 카자흐스탄과 키르키스스탄, 에콰도르를 떠돌며 12년째 도피생활을 이어왔다.
 
당시 그를 놓쳤던 주임 검사가 12년만에 그의 넷째 아들을 소환하며 정 전 회장의 생존 여부와 도피 후 행적은 이르면 이번주 드러날 전망이다. 
   
정 전 회장이 사망한 것으로 드러난다면 그에게 부과된 2000여억원의 세금을 환수하긴 쉽지 않아 보인다. 검찰은 정씨뿐 아니라 그의 아들들의 미납 추징금도 수백억원에 달하는 만큼 한보 일가의 은닉 재산을 찾는데 주력하겠다는 방침이다.
 
박태인 기자 park.tae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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