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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맹점 망하는 건 점주 탓? 어떤 프랜차이즈 대표의 경영관

기자
이준혁 사진 이준혁
[더,오래] 이준혁의 창업은 정글이다(14)
국내엔 프랜차이즈 본사와 브랜드가 많아도 너무 많다. 프랜차이즈 사업에 대한 규제가 느슨하다 보니 직영점 1~2개만 오픈하고 가맹점 모집에 들어간다. 완성도 낮은 업체도 문제지만, 도덕성이 결여된 가맹 본사도 많은 게 사실이다. 또한 본인의 전 재산과 가족의 운명이 걸린 사업을 결정하는데, 유명 연예인 모델이 주는 막연한 성공에 대한 기대감에 이끌려 덮어 놓고 브랜드를 선택하는 ‘묻지 마 창업’도 심각한 문제다.
 
한때 국내 커피 창업 시장을 장악하려는 듯이 엄청난 속도로 점포 수를 늘리던 A 업체가 가맹점 계약이 더는 늘지 않자 갑자기 레스토랑 사업에 뛰어들어 무차별 광고를 개시한 적이 있다. A 업체의 메인 광고카피는 ‘저희는 이제 새로운 브랜드로 무장하고 새로운 사업을 시작합니다’였다. 한쪽에서는 과당 출점으로 커피 사업이 무너지는데도 버젓이 새로운 브랜드로 새롭게 사업을 벌이겠다는 비윤리성을 보였다.
 
‘도마뱀 꼬리 자르기’ 경영하는 프랜차이즈 본사
우리나라는 프랜차이즈 사업 규제가 느슨한 탓에 국내 프랜차이즈 본사와 브랜드가 골목마다 넘쳐난다. 성수동 서울숲길 카페 거리는 대기업 프랜차이즈 점포 입점을 제한해 젠트리피케이션을 방지하기도 했다. [중앙포토]

우리나라는 프랜차이즈 사업 규제가 느슨한 탓에 국내 프랜차이즈 본사와 브랜드가 골목마다 넘쳐난다. 성수동 서울숲길 카페 거리는 대기업 프랜차이즈 점포 입점을 제한해 젠트리피케이션을 방지하기도 했다. [중앙포토]

 
본사를 믿고 전 재산을 투자한 1800여개의 가맹점주가 망해 가는데도 최소한의 죄의식도 없이 ‘우리는 이제 새로운 브랜드에 모든 걸 올인한다’라는 광고를 할 수 있다는 게 놀라울 따름이다. 기존 가맹점주의 성공을 위해 모든 역량을 쏟아부어야 함에도 새로운 가맹점주를 유치하고 사세를 확장해 가는 것에 매진하니 그 회사와 브랜드가 잘 될 일이 있겠는가?
 
결국 회사도 망하고 기존 브랜드도 망하고 새롭게 론칭한 브랜드도 망했다. 가맹점의 성공 없이는 한 발자국도 더 나아갈 수 없다. 그런 경영 마인드로는 지금의 성공도 신기루요 사상누각일 뿐이다. 얼마 전 한때 점포 수가 1000개 넘었던 유명 프랜차이즈 본사의 회장을 만났다. 그의 성공신화를 익히 알았고 어떤 사람인지 궁금하던 터라 마음이 설렜다. 명함을 건네고 “직접 만든 B 브랜드는 지금 잘 운영되고 있느냐”고 물었더니 돌아오는 대답이 걸작이다.
 
“저는 지금 잘 모릅니다. 많이 문을 닫은 거로 아는데 점주도 문제고 이제 별 관심이 없습니다.” 브랜드를 만들고 경영한 오너가 모르면 누가 아느냐고 물으니 그것도 질문이냐는 듯이 쳐다본다. 프랜차이즈가 지속해 성장한다는 게 쉬운 일은 아니라는 생각인 듯하다. 또 그 브랜드는 이제 더는 성장할 수 없는 지경이라며, 본인이 이번에 획기적인 아이템을 하나 개발했는데 내 도움이 필요해 찾아왔다고 한다.
 
그가 사무실을 나가고 ‘저런 사람과는 일하면 안 되겠다’고 이미 마음을 접었다. 그런데 그다음 날부터 하루에도 수십통씩 이메일로 자신이 개발한 브랜드 로고, 메뉴, 사진을 끊임없이 보내온다. 그 사람이 어떤 사람인가 실험하고자 내가 쓴 칼럼을 보냈지만, 칼럼에 대해서는 한마디 말도 없이 자기가 필요한 얘기와 자료만 스토커처럼 보내온다.
 
통상 지인에게 칼럼을 보내면 짧은 피드백과 인사말이 오가고 그에 대한 감사의 답신을 한다. 반면 그는 전혀 사전 소통 없이 일방적으로 자기가 필요한 것만 계속 보냈다. 다음날 그를 소개한 업계 후배를 만나자마자 “자네 앞으로 그 사람과는 아무런 일도 하지 않았으면 한다.”라고 말하니 눈이 휘둥그레진다. 왜 그런지 이유를 설명하자 그제야 이해를 하고 내 말에 공감한다.
 
비단 프랜차이즈 사업뿐 아니라 타인과의 무수한 만남이 이루어지고 있는 현대 사회에서는 먼저 자신을 내어주어야 한다. 삼성의 창업주 이병철 회장이 삼성그룹의 후계자로 이건희 회장을 발표한 뒤 제일 먼저 써 준 글이 경청이었다.
 
상대방 입장을 헤아리며 의사소통하는 것이 필요하다. 거절을 할 때도 예를 갖추어야 한다. 일본인은 이혼할 때 오랜 세월을 함께한 상대방에게 "그동안 신세 많이 졌습니다"라는 편지를 전한다. [사진 pixabay]

상대방 입장을 헤아리며 의사소통하는 것이 필요하다. 거절을 할 때도 예를 갖추어야 한다. 일본인은 이혼할 때 오랜 세월을 함께한 상대방에게 "그동안 신세 많이 졌습니다"라는 편지를 전한다. [사진 pixabay]

 
내 얘기를 먼저 하기 전에, 내가 하고 싶은 비즈니스를 먼저 꺼내기 전에 남의 얘기를 먼저 잘 듣고 원하는 조건을 그의 입장에서 전향적으로 검토해야 한다. 간단한 인사를 먼저 나누고 내 용건을 말해야 하며, 상대방이 제안하는 조건을 먼저 열심히 들어준 뒤 나의 입장을 이해시키고 상호 감정을 건드리지 않는 범위내에서 조율해 나가야 한다.
 
부득이 거절할 때도 단칼에 자르지 말고 상대방의 입장을 먼저 헤아리면서 정중히 거절해야 한다. 일본인은 40년을 같이 산 남편과 맞지 않아 이혼하면서도 “그동안 신세 많이 졌습니다”라는 편지 한장을 신발장 위에 올려놓고 이혼 소송을 진행한다. 거래 단절을 선언할 때도 “고려해 보겠습니다.”라고 상대방에게 얘기한다. 중국인들은 만면에 웃음을 띠며 “다음에 또 얘기하자”고 하는데, 이는 곧 비즈니스가 결렬되었다는 걸 의미한다.
 
본사를 믿고 모든 것을 건 가맹점주가 왜 망했는지 관심조차 없고, 이미 수천 명이 자신의 브랜드를 달고 고군분투를 하고 있는데도 버젓이 새 브랜드를 론칭하는 그런 회사가 잘 될 리 만무하다.
 
비즈니스는 역지사지 자세로
사람이든 사업이든 쌍방향 커뮤니케이션을 해야 한다. 먼저 남의 입장에 서서 역지사지 자세로 세상을 살아가야 한다. 나 혼자 잘 살려고 하면 안 되고 함께 잘 사는 선순환 사고를 지녀야 한다. 국내 외식시장은 100명이 문을 열고 110명이 폐업한다.
 
이 시장에서 프랜차이즈 창업을 생각한다면 본사 오너가 어떤 경영철학을 갖추고 가맹점주를 대하는지 먼저 알아보자. 그다음에 브랜드의 장·단점과 회사의 성장 가능성을 파악하라고 권하고 싶다. 세상에서 제일 무서운 것도, 세상에서 제일 고마운 기회도 결국 사람이 만들어 낸다.
 
이준혁 (사)한국공유정책 일자리 위원장 theore_creato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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