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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년중앙] 천에 글 쓰고 수놓아 이야기를 새긴 나만의 책

유미리 작가는 박하를 닮고 싶다는 의미에서 '유바카'라고 예명을 지었다.

유미리 작가는 박하를 닮고 싶다는 의미에서 '유바카'라고 예명을 지었다.

"차부터 마셔요!"
송추계곡이 한눈에 보이는 경기도 양주의 갤러리 카페 퐁데자르서 만난 유바카(본명 유미리) 작가가 소중 학생기자단을 반갑게 맞았습니다. 부엌에 들어가 뚝딱 레몬차를 타 나누었죠. "감사합니다!" 우은성 학생기자가 차를 받아 마셨습니다. 잠시 후 도착한 맹서후 학생기자도 차를 벌컥벌컥 들이마셨어요. 유 작가는 2014년부터 준비해 서울 혜화역 인근에 그만의 스튜디오 색동초가를 내고 광목(자연 가공한 원단) 동화책 수업도 하고 학교에 출강도 했죠. "현재는 쿠킹 스튜디오를 겸해 요리도 하고 별거 다 하죠. 제 작업공간인 셈입니다. 재주가 많으니 여러 군데서 불러 몸만 피곤하네요, 하하." 
 
유바카는 꽃밥 디자이너로도 활동하는 자신의 경력을 살려 밥을 소재로 광목 동화책을 만들었다.

유바카는 꽃밥 디자이너로도 활동하는 자신의 경력을 살려 밥을 소재로 광목 동화책을 만들었다.

유 작가는 종종 양주 갤러리에서 일을 돕습니다. 학생기자단이 유 작가를 만난 갤러리 카페에도 작품이 전시 중이었지요. 종료 기간은 정해지지 않았습니다. "먼저 작품을 볼래요?" 유 작가가 물었지요. 그를 따라간 공간에는 이불 형식, 분첩 형식, 저고리 형식 등 다양한 모양으로 꾸린 광목 동화책이 모여 있었습니다. "책을 함께 만들 거니까 잘 봐요." 학생기자단은 저고리 안의 광목 동화책도 읽었고요. 조개를 가득 붙인 광목 동화책도 읽었습니다. "어떻게 이렇게 만들어요?"(은성) "전 이게 더 좋아요!"(서후) 각자 어떻게 천을 오려 붙일지 영감을 얻었죠.

 
왼쪽은 유바카가 도시 재생 프로젝트에 참여하면서 느낀 걸 적은 광목책, 오른쪽은 그가 닭을 소재로 만든 광목 동화책이다.

왼쪽은 유바카가 도시 재생 프로젝트에 참여하면서 느낀 걸 적은 광목책, 오른쪽은 그가 닭을 소재로 만든 광목 동화책이다.

"우리는 동화책 속으로 들어가서 이야기도 나누고 꾸밀 거예요. 준비됐죠?" 은성 학생기자가 색연필·사인펜을 꺼내 책상 위에 놓자 유 작가는 작품을 쓸 광목 동화책을 한 권씩 주었습니다. "오늘 주제는 태몽이에요. 여러분이 어떻게 태어났는지 알아봅시다." 두 학생기자는 태몽을 자세히 알지 못했어요. 은성 학생기자는 어머니에게 달려가 태몽을 물었고 서후 학생기자는 어머니에게 전화를 걸었습니다. "저는 봉황이에요."(은성) "저는 이란성 쌍둥이 남동생과 두 돌고래로 나왔어요."(서후) 각자 태몽의 상세한 내용을 반영해 책을 쓰기 시작했지요. "친구들의 태몽을 적고 어떻게 자랐으며 결국 뭐가 될지 자유롭게 상상하는 거예요. 아무 거나 하고 싶은 대로 그려요."
 
(왼쪽부터) 맹서후·우은성 학생기자, 작가 유바카가 갤러리 카페 퐁데자르 가운데 책상에 앉아 태몽을 주제로 한 광목 동화책을 만들고 있다.

(왼쪽부터) 맹서후·우은성 학생기자, 작가 유바카가 갤러리 카페 퐁데자르 가운데 책상에 앉아 태몽을 주제로 한 광목 동화책을 만들고 있다.

평소 취재 후기 한 줄 쓰기도 고심했던 학생기자단이 웬일이죠. 봉황 이야기, 돌고래 이야기를 빠른 속도로 그리고 써 나가기 시작했습니다. "어느 날 엄마와 아빠가 공원에 갔어요. 알록달록한 봉황이 나타났지요. 봉황은 나예요. 태몽은 아빠가 꿨대요. 나의 꿈은 경찰, 기자예요."(은성) "돌고래 두 마리가 태어났어요. '1째' 돌고래의 소원은 바다에서 제일 유명한 화가가 되는 거예요."(서후) 학생기자단은 완성한 책을 각자 품에 안고 유 작가의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유바카는 뜰에서 들꽃을 꺾어 수 분 만에 화관을 만들었다. 곧 생일인 우은성 학생기자를 위한 선물이다.

유바카는 뜰에서 들꽃을 꺾어 수 분 만에 화관을 만들었다. 곧 생일인 우은성 학생기자를 위한 선물이다.

Q. 예명 유바카의 뜻은 뭔가요.
A. 제 원래 이름은 유미리예요. 제 최고의 팬이었던 아버지가 돌아가신 후 방황했어요. '나 주체적으로 삶을 꾸리자'고 생각을 했죠. 휴가 때 눈앞에 있던 풀이 '박하'였는데, 한 입 먹으니 시원했어요. 어느 공간에 가든 '나 자신이 박하가 되자'는 생각으로 '유바카'라 지었죠. SNS에 알리니 사람들이 좋아했고, 마르쉐장터를 돌아다니는데 사람들이 '유바카!' 하고 먼저 불러줬어요. 정말 마음에 들었죠. 
 
맹서후·우은성 학생기자는 태몽 광목 동화책을 열심히 만들고, 유바카는 자신의 알파벳 광목책에 수를 놓고 있다.

맹서후·우은성 학생기자는 태몽 광목 동화책을 열심히 만들고, 유바카는 자신의 알파벳 광목책에 수를 놓고 있다.

Q. 광목 동화책 전시를 하셨다고 들었는데요.
A. 유학원 일하다가 잠깐 쉰 적이 있어요. 그때 색동조각, 이불에서 뜯어낸 빛바랜 공단 천을 주위에서 받아 이어 꿰매 붙이면서 시간을 보낸 적이 있죠. 저는 뭐 하나 만들면 사진 찍어서 인쇄한 후 저만의 책으로 만드는 습관이 있어요. 모은 것들을 인사동에서 갤러리를 운영하는 지인에게 보이니 '전시하자'는 제안을 받았죠. 도자기투성이 전시에서 천을 걸어두니 인기가 많아 '사람들이 천을 좋아하는구나' 싶었죠. 만져도 되고 펼쳐도 되니 신기했던 거예요. 그걸 계기로 천에 더 관심을 가졌죠. 그게 2007년이랍니다. 2008년에는 일본에서도 제의를 받아 전시를 진행했죠. 가장 최근 전시로는 2년 전 영국에서 광목 동화책 전시를 한 거예요. 영국에 계신 분이 한국에 있는 작가들을 불러서 하는 전시였죠. 
 
유바카는 광목 동화책에 그림을 그리거나 칠하고 때론 조개를 붙이는 등 '무엇이든 재료가 될 수 있다'는 생각이 아이들의 상상력을 자극한다고 믿는다.

유바카는 광목 동화책에 그림을 그리거나 칠하고 때론 조개를 붙이는 등 '무엇이든 재료가 될 수 있다'는 생각이 아이들의 상상력을 자극한다고 믿는다.

Q. 왜 광목을 선택했나요.
A. 유학원에서 일하던 시절에는 외국에 자주 나갔는데, 수업하는 사람과 받는 사람과의 교감에 인상을 깊이 받았어요. 그 문화를 국내로 들여오고 싶었죠. 수단으로 뭐가 좋을까 찾다 평소에 제가 천을 좋아했던 게 생각났고 '이거다' 싶었어요. 책은 너무 흔하고 책장에 꽂힌 수두룩한 책과는 차별화하고 싶었죠. 아이들이 읽을 책이 종이보다 소품이 되었으면 했어요. 품에 안고 있다가 베고 잘 수도 있는 거죠. 천이 힘이 없으니 글을 쓸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하다가 배접(헝겊 등을 여러 겹 포개어 붙이는 것)하는 방법을 택한 거고요.
 
유바카가 이불에 동화를 쓰고 그림을 그린 '이불 형식' 광목 책이다.

유바카가 이불에 동화를 쓰고 그림을 그린 '이불 형식' 광목 책이다.

Q. 취미 생활이던 게 아이 교육으로 연결된 건가요.
그런 셈이죠. 일에 복귀한 후에는 바빠서 전시를 못 했지요. 대신 집에서 시간을 보내는 아이들에게 '제 마음에 드는 책'을 읽히자고 생각했죠. 가장 먼저 때수건으로 동화책을 만들었습니다. 때수건을 오려 이야기 구성을 짰죠. 우리가 주위에서 보는 사물도 우리 책 속의 주인공이 될 수도 있다는 걸 아이들이 배웠으면 했어요. 이후 아이들과 바다에 놀러 가 주운 조개를 버리지 않고 가져와 '우리의 바다 이야기' 콘셉트로 책을 만들었고요. '나무우드'라는 책이 있어요. 아이들이 너무 다퉈서 '나가서 회초리 구해와' 했죠. 들어온 애들을 앉혀 화해시킨 후 그들이 주워온 나뭇가지로 동화를 앉은 자리에서 만들었습니다. 그런 식으로 훈육한 거죠.
 
Q. 보호자와 자기 생각을 공유하며 자라면 분명 영향을 받았겠지요.
네. 덕분인지 시각디자인을 공부하던 큰아들은 쥬얼리 디자이너로 자랐어요. 연결고리는 늘 있지요. 어렸을 때 우리가 함께 놀았던 이야기를 하면서 디자인을 함께 고민하곤 해요. 어렸을 때 함께 책을 만든 경험이 커서도 우리의 배경이 된 거죠. 혼자 책을 만들지는 못해요. 제가 천을 들고 있으면 누군가 풀을 발라 붙일 때 잡아줘야 하죠. 그걸 아들이 도와주곤 했거든요. 지금도 디자인해온 걸 보면 제 색깔이 많이 들어갔더라고요. 마음에 쏙 듭니다.
 
우은성(왼쪽)·맹서후 학생기자가 각자 완성한 자신의 광목 동화책을 들고 퐁데자르 앞 송추계곡 인근에서 포즈를 취했다.

우은성(왼쪽)·맹서후 학생기자가 각자 완성한 자신의 광목 동화책을 들고 퐁데자르 앞 송추계곡 인근에서 포즈를 취했다.

Q. 계속 책을 만드시잖아요.
네. 제가 했던 것들을 책으로 만들지 않으면 기억이 날아갈 거라고 생각해서 책으로 만드는 거예요. 최근엔 제가 참여하고 있는 도시재생 프로젝트 관련 책도 만들었고요. 지금 만드는 건 알파벳을 배우는 책이에요. 일차적으로 광목 한 장에 수를 놓아요. 그럼 뒤에 다 보여서 지저분하죠. 수를 다 놓은 후에 배접해 튼튼하고 깔끔하게 만들어요. 연필로 쓰는 건 또 다르죠. 배접을 한 후에야 글을 쓸 수 있는 광목천이 되거든요. 뭘 할 거냐에 따라 제작 순서가 조금 달라지죠.
 
Q. 세상에 한 권뿐인 책인데 아쉽지는 않은지요. 
A. 디자인을 한 번 꾸려두면 여러 권을 제작할 수도 있겠지요. 주문 제작 형식도 있겠지만 저는 주위에 나눠주는 게 더 많아요. 만약 제가 천을 그대로 인쇄해서 실을 넣어 주면 집에서 독자가 해볼 수 있는 체험용 책도 되겠죠. 응용이 다양하답니다. 전시 공간에 있는 책들이 다 한 권씩밖에 없잖아요. 세상 밖으로 내보낼 방법을 고민하다 인쇄·실을 넣어 사람들이 따라 할 수 있는 책을 만들어 줘야겠다고 생각했어요. 출판사 등에서 여러 번 책을 만들자는 제안을 받았지만 아직 시판 계획은 없습니다. 출판사에서 제안한 건 광목 동화책을 다 사진으로 찍어 그냥 인쇄하는 거였거든요. '그건 식상하니 내가 다른 방법을 생각할 시간을 달라'고 답했죠.
 
Q. 집에서 책을 만들고 싶으면 어떻게 시작할까요.
A. 간단하게 시작할 수 있지요. 전시 도록, 잡지, 신문 등에서 불특정 단어, 사진 등을 오려 마구 섞어두세요. 그중 원하는 대로 뭐든 골라 우선 종이에 자기만의 이야기를 꾸리는 거죠. 아이들은 상상력이 풍부하기 때문에 저마다 다른 걸 해냅니다. 작업물을 보면 소름이 확 끼칠 정도죠. 정말 재미있는 결과물이 많이 나옵니다. 그런데 초5쯤 되고 나면 벌써 고정관념이 딱 생겨요. 그 후로는 이야기가 좀 획일화되지요. 그때 광목 동화책 형식을 주면 아이들이 다른 상상을 해낼 힘을 다시 얻어요. 새로운 방식이니까요.
 
학생기자단 취재 후기
맹서후(서울 중대초 4) 학생기자
처음에는 광목이라는 천에 대해 잘 몰랐습니다. 엄마께서 사주신 옷 중 비슷한 천으로 만든 원피스는 있었지요. 옷을 만드는 천을 동화 짓는 데 쓴다니 신기했습니다. 새로운 기분이 들었죠. 작가님을 만나 책을 만드는 체험을 하니 종이로 만든 책과 매우 달랐어요. 태몽으로 만드니 더 재미있었고요. 다음에는 가족과 함께 가서 또 만들고 싶어요. 
우은성(수원 신풍초 4) 학생기자
천으로 책을 만들 수 있다는 건 몰랐어요. 새로 배워서 좋았죠. 작가님 작품들도 멋있었고요. 책을 지을 때 생각이 바로 나지 않아서 좀 힘들었지만 지은 후에는 뿌듯했습니다.
 
글=강민혜 기자 kang.minhye@joongang.co.kr, 사진=송상섭(오픈스튜디오), 동행취재=맹서후(서울 중대초 4)·우은성(수원 신풍초 4) 학생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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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