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eLoad Image preLoad Image
검색 바로가기
주메뉴 바로가기
주요 기사 바로가기
다른 기사, 광고영역 바로가기
중앙일보 사이트맵 바로가기

한진 경영권 확보에 '제동' 걸린 강성부펀드…출구 전략 짤까, 묘수 낼까


기세 좋던 '강성부펀드(이하 'KCGI')'가 예상치 못한 상대를 만났다. 대한항공과 20년 가까운 세월 동안 '스카이팀'을 이뤄 온 델타항공이다. 델타항공은 지난 21일 한진칼 지분 4.3%를 매입한다고 발표했다. 델타항공은 지분은 10%까지 늘리고,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을 필두로 한 오너 일가의 경영권 안정에 힘을 보탤 전망이다. 업계는 KCGI의 향후 움직임에 주목한다. 델타항공의 지분 확보 소식에 "환영한다"는 평은 냈으나, 한진칼 경영권 장악이라는 큰 그림을 다시 그려야 할 처지에 놓였다. 일부에서는 그동안 판을 키워 왔던 KCGI가 출구 전략을 짤 수도 있다고 내다본다.
 
 
멀어지는 강성부펀드의 '경영권 장악'의 꿈
 
행동주의 펀드 KCGI는 2018년 9월 펀드 개설 약 한 달 만에 1400억원의 투자금을 모았다. '한국 기업 지배 구조'의 약자를 딴 이 펀드는 상대적으로 저평가됐던 한진그룹을 타깃으로 잡았다. "기업 지배 구조의 개선이 목적"이라고 내세우면서 약 3개월 만에 한진그룹의 지주회사인 한진칼 지분 10%를 확보해 단숨에 2대 주주로 올라섰다. 또 많은 손자 회사를 거느린 한진의 지분도 부지런히 사 모으며 초지일관 경영권 행사에 포커스를 맞췄다. 

안팎 분위기도 우호적으로 굴러갔다. KCGI의 목표에 장단을 맞추듯 오너 일가가 각종 '갑질' 구설로 흔들렸고, 사정 기관은 일가는 물론이고 한진그룹 전체를 촘촘하게 훑기 시작했다. 국민적 관심 아래 배임·횡령 혐의를 받던 조양호 전 한진그룹 회장이 별세하면서 KCGI의 힘은 더 세지는 분위기였다.

당시 KCGI 주변과 금융권에서는 "강성부펀드가 조양호 회장의 위중한 병세를 미리 알고 있었다. 장남 조원태 회장을 비롯한 '한진 3세'들이 결국 퇴진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말이 돌았다.

실제로 한진가 3남매는 지난 5월까지 공정거래위원회에 제출해야 하는 동일인(총수) 지정 과정에서 마찰음을 냈다. 조양호 전 회장의 상속 문제와 각각 2.3%대 지분율을 나눠 가진 조원태·조현아·조현민 남매의 의견 조율이 평행선을 달리는 모양새였다. 오너 일가가 흔들릴수록 한진칼의 주가는 상승 곡선을 그렸다. 동시에 2대 주주 KCGI의 가치도 높아졌다. 5월 13일 기준 KCGI가 6개월 동안 얻은 이익은 960억원가량으로, 수익률은 약 42%로 추산됐다. KCGI는 기회가 있을 때마다 한진그룹의 경영 행태를 지적하며 여론을 이끌어 갔다.
 
 
출구 전략? 추가 매입?…기로에 선 강성부펀드
 
하지만 델타항공이 끼어들면서 KCGI의 기세도 한풀 꺾이는 분위기다.

현재 오너 일가와 특수 관계인 한진칼 지분은 28.93%다. 델타항공이 취득한 우호 지분을 더하면 한진그룹의 우호 지분율은 33.23%로 늘어난다. 델타항공이 지분율을 최대 10%까지 늘리면 한진그룹의 우호 지분율은 40%에 육박해 KCGI가 보유한 의결권(15.98%)을 월등히 앞서게 된다. KCGI 측은 델타항공의 매입 발표 이후 "KCGI와 동일한 철학을 공유하는 델타항공이 한진그룹의 장기적 성장 가능성을 인정해 한진칼에 투자를 결정한 것을 환영한다"며 애써 표정 관리를 했다.

그러나 항공·투자 업계의 시선은 달랐다. 강성진 KB증권 연구원은 "이번 델타의 한진칼 지분 취득으로 조원태 회장 측이 KCGI와 지분 경쟁에서 좀 더 유리해졌다"고 평가했다. 이한준 KTB투자증권 연구원은 "한진칼에 대한 KCGI의 지분율이 확대되는 과정에서 대한항공이 아닌 한진칼에 지분 투자를 했다는 점을 고려하면, 델타항공이 한진그룹 측의 우호 지분일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델타항공 역시 "이번 투자는 델타항공이 대한항공과 합작 사업을 성공시키려는 노력이다. 우리는 대한항공의 경영에 개입하지는 않을 것"이라면서 한진그룹 오너 일가에 힘을 실었다. 델타항공이 아시아 지역에서 사업을 원활하게 하려면 오너 일가가 낫다는 판단이 선 것이라는 분석이다.

금융 업계에서는 KCGI가 출구 전략을 짜야 한다는 말이 나온다. 최남곤 유안타증권 애널리스트는 "(KCGI가) 지분을 팔아 투자금을 회수해야 할 처지에 놓였다. 외국인 지분을 모두 모아도 현실적으로 어려운 싸움이 될 것"이라고 했다.

물론 KCGI에 방법이 없는 것은 아니다. 한진칼은 여전히 소액주주 지분이 많은 편에 속한다. 또 KCGI 측도 추가 지분 취득을 통해 반격에 나설 수 있다. KCGI 측이 다시 판세를 역전하기 위해서는 한진칼의 지분 12.7%를 추가 매입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2500억~2900억원의 자금이 요구된다. KCGI는 최근 미래에셋대우가 한진칼 주식 담보 대출의 연장을 거부하면서 200억원 규모의 상환을 떠안았다.

이에 대해 KCGI는 자금 회수를 검토할 것이라는 예상은 전혀 사실이 아니라는 입장이다. KCGI는 향후 입장문 발표를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진다. 
 
서지영 기자 seo.jiyeong@jtbc.co.kr
AD
온라인 구독신청 지면 구독신청

PHOTO & VIDEO

shpping&lif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