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eLoad Image preLoad Image
검색 바로가기
주메뉴 바로가기
주요 기사 바로가기
다른 기사, 광고영역 바로가기
중앙일보 사이트맵 바로가기

[노트북을 열며] 전북교육감의 인기영합주의

염태정 내셔널팀장

염태정 내셔널팀장

20년 넘게 고등학교 교사를 하던 친구가 올봄에 학교를 그만두고 입시 컨설팅 업체를 차렸다. 교사하기가 점점 힘든 데다, 자유롭게 일하고 싶다고 했다. 입시드라마 스카이캐슬이 화제였던 때라 친구들 모두 "잘했다. 성공할 거다”라고 말했다. 교사 초기 ‘전인교육’을 자주 얘기했던 그는 요즘엔 “한국의 고등학교는 무조건 입시다. 바람직하진 않으나 현실”이라고 말한다.
 
상산고의 자사고 재지정 취소를 밝힌 김승환 전북도 교육감의 올해 1월 기자회견을 봤다. 야심 찬 회견이었다. 공동체성 함양, 특권교육 폐지, 평화통일교육, 무상급식을 넘어선 고교 의무교육….  좋은 말 그대로 성과를 낸다면 더 바랄 것이 없는 이상적인 교육정책이다. 특히 그는 “빈부 격차에 따른 분리 교육은 능력에 따라 교육받을 권리나 다양한 학교 선택권으로 미화되어 왔다”고 말했다. 이런 인식의 결과가 이번 자사고 재지정 취소로 나타난 것으로 보인다.
 
[그래픽=김주원 기자 zoom@joongang.co.kr]

[그래픽=김주원 기자 zoom@joongang.co.kr]

자사고 재지정 취소에 상산고 학생·동문·학부모들은 강력 반발하고 있다. 타지역과 다른 평가기준 등을 둘러싼 비난도 상당하다. 근데 상당수 전북 도민 반응은 조금 다르다. 상산고는 전국단위 자사고여서 전북보다 서울을 비롯한 타지에서 온 학생이 더 많고 의대 등의 입시에서 지역인재전형 상당 부분을 가져가 순수 지역 학생·지역민의 불만이 꽤 있다. 전북지역시민사회단체가 21일 ‘자사고 지정취소는 당연하다’는 기자회견을 한 것은 이런 분위기의 반영이다. 직선제 교육감으로선 신경 쓰지 않을 수 없는 부분이다. 일각에선 김 교육감의 이번 결정에 대해 인기영합주의라는 얘기가 나온다.
 
분리교육·특권폐지…. 김 교육감이 자사고 폐지 명분으로 내세운 이런 단어는 귀에 쏙쏙 들어온다. 하지만, 현실과는 거리가 있다.  아파르트헤이트(흑백분리정책)도 아니고 21세기 대한민국에 분리교육·특권 교육이란 표현은 적절치 않다. 자사고 학비는 분기당 150만원 내외인데 학부모 상당수는 허리띠를 졸라매 마련한다.
 
특권·평등교육의 이분법적 구분에서도 벗어나야 한다. 지난해 7월 열린 ‘대한민국의 미래교육을 어떻게 디자인할 것인가’토론회에선 평등을 앞세워 자사고·특목고를 없애기보단 학교에서의 개별화 교육, 맞춤 교육을 강화하는 게 필요하다는 의견이 제시되기도 했다. 교육의 성과를 얘기할 때 줄탁동기(啐啄同機)가 자주 언급된다. 알 속의 새끼(학생의 노력)와 알 밖의 어미(교사의 도움)가 제때 호응할 때 교육 효과가 극대화된다는 거다. 자사고 폐지를 밀어붙이기 보단 학생·교사에게 줄탁동기를 위한 최선의 환경을 만들어 주는 것이 더 필요해 보인다.
 
염태정 내셔널팀장
AD
온라인 구독신청 지면 구독신청

PHOTO & VIDEO

shpping&lif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