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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영기의 시시각각] ‘김상조 발탁’ 국면 전환 쇼 아니길

전영기 중앙일보칼럼니스트

전영기 중앙일보칼럼니스트

인간 최대의 비극은 환상과 교만이다. 환상은 현실을 보지 않으며 교만은 자기 한계를 모른다. 문재인 정부의 정책이 다 비극적이라고까지 할 수 없지만 먹고 사는 경제 문제에서만큼은 비극적 종말을 향해 질주하는 모양새다. 문 대통령이 운전하는 한국 경제 열차에서 뛰어 내리고 싶은 사람이 한둘이 아닐 것이다.
 
지난 1분기 경제 성장률 -0.4%(전분기 대비)는 OECD 회원국 중 꼴찌일 뿐 아니라 10년전 이명박 정부가 극복했던 글로벌 금융 위기 이래 최저치다. 현재 실업자 114만5000명은 19년전 김대중 대통령이 국민의 마음을 모아 헤쳐 나갔던 외환위기 이래 최악의 수치다. 1분기의 국내 설비투자는 지난 해에 비해 17.4%가 떨어졌는데 해외 직접투자는 같은 기간 대비 44.9%나 늘어 났다고 한다. 가위 자산의 탈출, 기업의 파업이요 자본의 반격이라 할 수 밖에 없다. 민주노총이 머리띠 두르고 경찰을 때리는 것과 차원이 다른 거대한 어두움이 내려 앉고 있는 것이다. 이런 일들은 문 대통령이 김대중·이명박 전임 대통령들의 경제 리더십에 크게 못미치고, 돈과 시장을 다루는 데 실패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명확한 증거이다.
 
문재인 대통령의 경제 이념은 성장과 자본이 아니라 평등과 사람이기에 실패가 아니라고 할 것인가. 이 정부 들어 평등이 더 악화되고 사람이 더 신음하고 있음을 나타내는 통계치는 차고 넘친다. 경제에 법정이 있다면 문재인 정부는 중벌을 받아야 한다. 나는 자유한국당의 정책적 능력을 잘 알지 못한다. 하지만 이 정부의 경제정책을 중간 점검해 우리가 처한 현실과 한계를 파악하고 국민의 이익에 맞는 새로운 경제를 펴나가자는 그 당의 주장만은 지지한다. 이 정권이 경제청문회를 입에는 쓰나 몸에는 좋은 약으로 수용해 이른바 ‘좌파 사회주의’ 굴레에서 해방되길 바라는 마음 또한 간절하다.
 
문 대통령이 편견과 고집으로 경제를 망가뜨린 김수현을 청와대 정책실장 자리에서 내치고 김상조를 끌어 들인 것을 일단 좋은 신호로 읽고 싶다. 김상조에 대해선 참여연대 출신에 ‘재벌의 저격수’라는 별명답게 기업과 시장을 더 얼어붙게 만들 사람이라는 평가가 있다. 그런가 하면 거시경제 감각이 있고 자본과 시장 참여자들의 성질을 아는 사람이기에 보다 현실적인 정책을 펴리라는 기대도 받는다.
 
김상조의 서울대 경제학과 스승인 정운찬 전 총리는 후자에 속한다. 정 전 총리는 기자의 취재에 응해 “일단 그를 인커리징(격려)해 주면 좋겠다. 공정거래위원장 일을 하면서 진보 쪽으로부터 별로 개혁적이지 않다고 비판받고 보수 쪽에선 재벌 저승사자처럼 너무 심하게 몰아친다는 소리를 들었다. 김상조는 운동권 출신이 아니다. 일단 저질러 놓고 아니면 말고식 무책임한 정책가는 아니다”라고 말했다. 정운찬 전 총리는 지난 4월 문재인 대통령과 청와대 간담회 때 “소득주도성장은 인권정책은 될 수 있어도 경제정책은 될 수 없다”고 허실을 명쾌하게 지적한 바 있다. 그 후 진행을 보면 문 대통령은 정운찬의 얘기를 흘려 들었다. 앞으로 대통령의 귀에 대고 많은 말을 하게 될 김상조만은 스승의 진지한 충고를 가슴에 새기길 바란다.
 
냉정한 정신으로 돌아와 따져 보면 이 정권 경제정책의 한계는 대통령의 한계이지 정책실장의 한계는 아니다. 따라서 설사 괜찮은 정책실장이 들어 왔다 해도 대통령의 경제 인식이 바뀌지 않으면 그저 정치 국면을 전환하기 위한 인사 쇼로 끝날 가능성이 있다. 인사 쇼를 하더라도 신임 실장이 손 볼 수 있는 일이 하나 있긴 하다. 아마 표에도 도움이 될 것이다. 산업을 주저 앉히고 성장을 갉아 먹는 탈원전 정책을 폐기하시라. 탈원전은 현실을 안 보고 자기 한계를 모르는 참으로 미신적이고 어처구니 없는 비극이다. 환상과 교만은 지금까지로 충분하다. 문재인 정권도 실적을 보여줄 때가 되었다.
 
전영기 중앙일보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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