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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처럼 한방향 가는 총탄형 정치, 시류 휩쓸리는 뗏목형 정치, 둘다 문제”

‘라떼 리버럴(Latte Liberal)’이란 보수가 진보를 비판할 때 종종 쓰이는 미국식 표현이다. 진보주의자들은 수입커피를 마시며 한가하게 이상적인 이야기를 한다는 주장이 담겨있다. 한국식 표현으론 ‘강남좌파’다. 2015년 「왜 진보주의자들은 라떼를 마시는가(Why do liberals drink lattes)」이란 논문을 발표해 미국 학계의 주목을 받은 마이클 메이시 코넬대 사회학과 교수는 정치와 전혀 관련없어 보이는 삶의 방식에도 정치가 담겨있다고 말한다. 그에 따르면 지지 정당에 따라 삶의 방식이 완전히 달라질 수 있다. 메이시 교수는 소셜미디어 정보를 활용해 사회 현상을 분석하는 데이터사회학자로, 현재 연세대 디지털사회과학센터 공동연구원(센터장 조화순)에도 소속돼 있다.  

한국학 대회 참석하는 메이시 교수

 
24~26일 건국대에서 열리는 제7회 한국학 세계대회(한국정치학회 주관)에 참석하기 위해 한국을 방문한 메이시 교수를 23일 서울의 한 호텔에서 만나 대담을 진행했다. 대담에는 정동준 인하대 사회교육과 교수가 함께 했다.
 
마이클 메이시 코넬대 사회학 교수가 23일 오전 서울 중구 장충동 신라호텔에서 중앙일보와 인터뷰하고 있다. 김경록 기자

마이클 메이시 코넬대 사회학 교수가 23일 오전 서울 중구 장충동 신라호텔에서 중앙일보와 인터뷰하고 있다. 김경록 기자

 
‘라떼 리버럴’이란 표현이 생긴 이유가 뭔가
미국처럼 개인주의 성향이 강한 문화권에서도 사람들은 사안에 대한 본질적인 가치를 판단하기보다는 내가 속한 집단에서 바람직하다고 생각하는 가치관과 삶의 양식을 따라가는 경향이 있다. 이른바 ‘도덕적 공동체(moral tribes)’라 부른다. 진보성향 도시인 미국 시애틀에 커피 업체 스타벅스가 처음 지어지면서, 우연한 계기로 ‘라떼 리버럴’이란 개념이 형성됐다. 그러나 지금은 그 표현이 마치 진보를 대표하는 문화인 것처럼 쓰인다.
 
정치성향에 따라 라이프 스타일까지 달라진다면 ‘정치적 양극화’가 심화되지 않을까?
외부 요인에 따라 그 정도가 심해질 수도, 약해질 수도 있다. 전쟁 같은 공통적인 외부 위협이 생기면 진보와 보수가 결집하기도 한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면서 같은 사안을 놓고 다시 분열이 생길 수 있다. 한국에서 북한을 바라보는 입장을 예로 들어보자. 6‧25전쟁을 직접 경험했던 세대는 북한에 대한 입장이 대체로 비슷했다. 그러나 전쟁경험이 없고, 경제적으로 훨씬 풍요로운 젊은 세대에선 정치성향에 따라 북한에 대한 입장이 달라진다.
 
양극화가 심해지면 어떤 문제가 생기나
자신의 공동체(in group)에 대한 충성도가 높아지면서, 사안마다 독립적 판단을 내리기보다 다른 공동체(out group)와 무조건 반대되는 의견을 내게 된다. 매우 위험한 현상이다. 갈등 사안에서 어떤 입장도 지배적일 수가 없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문제의 해결책은 양쪽이 다 가지고 있을 수 있는데, 상대에 대한 객관적 평가 없이 ‘정체성’만으로 평가하다보니 사태 본질을 이해하고 해결하기 어렵다.
 
정치인들이 정치적 양극화를 부추기는 경향도 있다.
일반 시민들과 달리 정치인은 국가의 변화방향에 책임을 져야 한다. 그런 책임보다 지지층만 공략하는 정치는 ‘총탄형(bullet) 정치’다. 방아쇠를 당긴 방향으로만 달려가고 주변 환경에 전혀 반응하지 않는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그런 예다. 그렇다고 소신 없이 시류에 휩쓸려 다니는 ‘뗏목형(driftwood) 정치’도 바람직한 건 아니다. 소신이 뚜렷하되 주변 환경에 유연하게 반응하는, 총탄과 뗏목 사이의 정부가 바람직하다.
 
소셜미디어의 발전은 정치적 양극화를 해소할 수 있나?
초기에는 희망적이었다. 정보격차를 해소하고 균형잡힌 견해를 접할 수 있다고 믿었다. 그러나 지금은 오히려 원하는 정보만 찾아 자신의 주장을 강화하는 수단으로 사용된다. 기술적으로도 자신의 취향과 비슷한 정보만 추천하는 알고리즘이 형성돼 있다. 건강한 민주주의에 방해가 될 수 있다.
 
마이클 메이시 코넬대 사회학 교수가 23일 오전 서울 중구 장충동 신라호텔에서 중앙일보와 인터뷰하고 있다. 김경록 기자

마이클 메이시 코넬대 사회학 교수가 23일 오전 서울 중구 장충동 신라호텔에서 중앙일보와 인터뷰하고 있다. 김경록 기자

 
한국에선 최근 선거를 앞두고 온라인 여론조작을 시도한 사건이 있었다. 현재 온라인 공간에서 형성되는 여론이 실제 여론을 그대로 반영한다고 보나. 만약 그렇지 않다면, 어떤 해결책이 필요한가?
어떤 주장을 소개할 때 반대 입장도 비슷한 분량을 소개한다는 ‘공정성 원칙(fairness doctrine)’을 적용해야 한다. 지금 소셜미디어 환경에선 그런 규제가 없다. 그러다보니 조작된 여론이나 가짜뉴스에 노출될 위험도 커지고 있다. 사용자가 균형 있게 정보에 접근하게 하려면, 강제로라도 반대 입장에 대한 정보도 함께 제공할 필요가 있다. 소셜미디어 운영진들이 정보 추천 알고리즘을 바꾸는 기술적인 조치를 취할 수도 있다.
 
가짜뉴스의 가장 큰 문제점은 무엇인가
사람들이 가짜뉴스를 믿는 것보다, 믿지 않는 것이 더 문제다. 왜냐면 모든 뉴스에 대한 사람들의 불신이 커질 수 있기 때문이다. 그렇게 된다면 실체적 진실이나 사실이 아니라 각자의 ‘주장’만 존재하는 사회가 된다.
 
성지원 기자 sung.jiw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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