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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친서 받은 김정은 “흥미로운 내용 심중히 생각”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에게 친서를 보냈다고 북한 관영 매체들이 23일 전했다. 북한이 관영매체를 통해 트럼프 대통령의 친서 소식을 전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조선중앙통신 등 매체들은 이날 “김정은 동지께 도널드 트럼프 미합중국 대통령이 친서를 보내왔다”며 “김 위원장은 친서를 읽어보고, 훌륭한 내용이 담겨 있고, 만족을 표시했다”고 보도했다. 북한 매체들에 따르면 김 위원장은 친서에 대해 “훌륭한 내용이 담겨 있다, 만족한다”라거나 “트럼프 대통령의 정치적 판단 능력과 남다른 용기에 사의를 표한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흥미로운 내용을 심중히(심각하고 중대하게) 생각해볼 것”이라고도 했다.
북한 매체들은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의 친서가 언제, 어떤 방식으로 도착했는지는 공개하지 않았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11일(현지시간) 김 위원장으로부터 “아름다운 친서를 받았다”고 공개한 데 이어, 지난 16일(현지시간)에도 “어제(15일) 친서를 받았다”고 공개했다. 따라서 북한이 이날 공개한 트럼트 대통령의 친서는 김 위원장의 친서에 대한 답신일 수 있다는 관측이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의 친서를 읽고 있는 모습을 조선중앙통신이 23일 보도했다. [사진 조선중앙통신]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의 친서를 읽고 있는 모습을 조선중앙통신이 23일 보도했다. [사진 조선중앙통신]

 
 북한은 친서 내용을 공개하지 않았다.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 11일 친서에 대해 “아름답고, 흥미로운 내용”이라고만 언급한 것처럼, 김 위원장 역시 “훌륭한, 흥미로운 내용”이라고 했을 뿐이다. 단, 지난 2월말 2차 북ㆍ미 정상회담(베트남 하노이) 결렬 이후 교착국면에 놓인 북ㆍ미 협상의 돌파구와 관련한 내용이 담겼을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김 위원장이 지난 4월 12일 최고인민회의 시정연설에서 “올해 말까지 기다려보겠다”고 언급한 이후 북한이 미국을 향해 ‘셈법’을 바꾸라는 메시지를 지속적으로 보냈고, 트럼프 대통령이 이에 응답했을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고유환 동국대 북한학과 교수는 “미국이 공개적으로는 대북제재와 완전한 비핵화를 강조하고 있지만 일각에서 ‘동시병행’이라는 용어가 다시 등장했다”며 “이는 북한이 주장하는 ‘동시적ㆍ단계적’ 해법에 상대적으로 더 접근한 개념인데, 김 위원장이 100% 만족할 만한 수준은 아니더라도 트럼프 대통령이 한발 양보할 수 있다는 취지의 언급이 담겼을 수 있다”고 분석했다. 고 교수는 “트럼프 대통령 주위의 참모들은 여전히 대북 강경론을 고수하고 있지만 국내정치적(대선)으로나 외교적으로 조만간 북핵과 관련해 성과를 내야 하는 트럼프 대통령이 북핵 협상을 진전시키려는 의도일 수 있다”고 덧붙였다. 김 위원장이 “만족한다”거나 “심중히 생각해 보겠다”고 한 게 이를 뒷받침한다는 것이다.
 
청와대도 이번 친서를 환영하고 나섰다. 고민정 청와대 대변인은 이날 “정부는 북미 정상 간 진행되는 친서 교환이 북미 대화의 모멘텀을 이어간다는 점에서 긍정적으로 평가한다”며 “우리 정부는 한미 간 소통을 통해 인지하고 있었다”고 말했다. 김일기 국가안보전략연구원 북한연구실장은 “교착상태였던 북한과 미국이 친서를 통해 교감을 한다는 것 자체가 긍정적”이라며 “당장 정상회담으로 급진전으로 이어지지 않더라도 대화를 재개하기 위한 시도”라고 말했다.  
 
하지만 속단은 이르다는 신중론도 있다. 정세현 전 통일부 장관은 “트럼프 대통령은 친서를 흔들며 자랑하듯 하는 모습을 보이곤 하지만, 미국에서 받은 친서를 공개하지 않는 게 북한의 관례”라며 “중국과 체제 안전보장과 경제지원 약속을 받은 북한이 ‘중국이 나서기 전에 해결하라’거나 ‘G20에서 미 중간 진전된 결과를 도출하라’는 대미 압박용일 수 있다”고 말했다. 
 
북한이 친서 도착 사실을 공개한 시점도 내부용일 수 있다는 지적이다. 북한은 트럼프 대통령의 친서 도착 사실을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의 방북(20~21일) 이틀 뒤 밝혔다. 북한 매체들은 19일부터 22일까지 북ㆍ중 정상회담과 관련한 내용을 집중 조명했는데, 23일 친서 공개를 통해 중국과 미국 정상들이 연이어 김 위원장을 만나거나 친서를 보낸 사실을 부각한 셈이다. 정 전 장관은 “지난 2월 베트남 하노이에서 열린 2차 북ㆍ미 정상회담이 결렬된 뒤 김 위원장의 무오류성 리더십에 타격을 입었다”며 “북·중 정상회담과 미국 대통령의 친서에 대해 북한 내부적으로는 ‘세계 2대 초강대국이 연이어 김 위원장을 찾았다’는 식으로 리더십 회복 차원으로 여길 수 있는 대목”이라고 말했다. 한편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세라 샌더스 미 백악관 대변인도 “양국 정상간 소통은 계속되고 있다”며 트럼프 대통령이 김 위원장에게 친서를 보냈다고 확인했다. CNBC 등 미국 언론들은 "북·중 정상회담 이후, 미·중 정상회담을 앞둔 미묘한 시기에 친서가 전달됐다"고 보도했다. 
정용수 기자 nkys@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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