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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할 수밖에 없다던 盧처럼···"文정부, 민주노총 털어낼 것"

불법 폭력시위 혐의를 받고 있는 김명환 민주노총 위원장이 21일 구속됐다. 법원은 김위원장이 도주 우려가 있다며 구속했다. 사진은 이날 오후 김 위원장이 서울 양천구 서울남부지방법원에서 구속 전 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를 마치고 법정을 나서는 모습. [뉴스1]

불법 폭력시위 혐의를 받고 있는 김명환 민주노총 위원장이 21일 구속됐다. 법원은 김위원장이 도주 우려가 있다며 구속했다. 사진은 이날 오후 김 위원장이 서울 양천구 서울남부지방법원에서 구속 전 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를 마치고 법정을 나서는 모습. [뉴스1]

민주노총은 현 정부의 파트너였다. 정부는 적폐 청산이란 잣대를 적용해 지난 정부에서의 '피해자' 개념을 민주노총에 이식했다. 웬만한 불법 시위는 눈을 감았다. 경찰이 두드려 맞아도, 기물이 부서져도, 차도를 막아 시민의 발을 묶어도, 공공기관이 점거당해도 그저 묵묵했다. '피해자로서의 억울함을 분출하는 것에 불과하다'는 투로 비쳤다. 
현 정부, 민주노총을 파트너로 대접 
김명환 민주노총 위원장이 서울 영등포경찰서에 출두할 때만 해도 "설마 구속영장까지야 치겠느냐"는 관측이 힘을 받았다. 예상은 빗나갔다. 경찰이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이때만 해도 "불법 시위에 대한 악화한 여론을 의식해 경찰이 요식행위로 신청하지 않았겠냐"는 분석이 많았다. 그러나 구속 필요성을 열거한 증빙자료가 의외로 치밀했다. 법원이 받아들였다.
 
민주노총은 격앙했다. 설마가 현실이 되면서 충격의 강도는 예상보다 더 컸던 듯하다. "더는 촛불 정부가 아닌 노동탄압 정부다. 전면적이고 대대적인 투쟁을 벌일 것"이라고 밝혔다. 파트너십 파기다.
22일 오후 서울 청와대 앞에서 민주노총 조합원들이 결의대회를 열고 구속된 김명환 민주노총 위원장 석방을 촉구하고 있다. [뉴스1]

22일 오후 서울 청와대 앞에서 민주노총 조합원들이 결의대회를 열고 구속된 김명환 민주노총 위원장 석방을 촉구하고 있다. [뉴스1]

민주노총 요구사항 정책으로 거의 수용
현 정부는 민주노총을 파트너로 대접했다. 그들이 요구한 것은 거의 수용했다. 최저임금을 확 올렸다. 주당 최대 52시간 근로제(근로시간 단축)를 전격적으로 단행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직접 "비정규직 제로(0)"선언을 했다. 국제노동기구(ILO) 핵심 협약 비준도 강행 중이다. 노조를 만들고, 파업과 같은 쟁의행위를 사실상 제한 없이 구사할 수 있도록 보장하는 내용이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의 합법화는 물론이다.
 
이런 기류에 변화가 일기 시작한 건 지난해 말부터다. 민주노총이 사회적 대화 기구인 경제사회노동위원회에 불참키로 결정했다. 현 정부는 '노동존중'을 내걸면서 사회적 대화를 강력한 수단으로 활용하려 했다. 이게 어그러졌다. 민주노총은 해가 바뀌면서 총파업을 몇 차례 단행했다. 정부에 대한 장외 압박으로 일관한 셈이다.
민주노총 요구대로 경사노위법 바꿨다가 대통령 일정마저 펑크 나
문 대통령의 일정까지 힘으로 바꾸는 지경에 까지 이르렀다. 문 대통령이 참석할 예정이던 경사노위 본회의를 무산시키면서다.
 
더욱이 현 정부는 경사노위 법을 바꾸면서 민주노총의 요구를 법에 모두 담았다. 김명환 위원장이 대의원 대회에서 "경사노위 법에 우리의 요구사항을 다 담았다. 우리가 반대하면 의결할 수 없는 구조로 만들었다"고 말하기도 했다. 민주노총 마음대로 국정을 할 수 있다는 자신감으로 비칠 지경이었다.
 
결국 그들 뜻대로 본회의를 무산시켰다. 3월 이 사건이 있은 이후 경사노위 본회의는 한 번도 열리지 못했다. 민주노총의 요구사항을 들어줬다가 그들로부터 뒤통수를 맞은 격이다. 어느새 민주노총은 국정의 비수가 돼 정부를 겨냥하는 꼴이다.
지난 3일 오후 국회 정문에서 노동법 개악 저지 등을 촉구하며 국회 경내로 진입을 시도한 민주노총 관계자들과 충돌한 경찰이 바닥에 쓰러져 있다. [연합뉴스]

지난 3일 오후 국회 정문에서 노동법 개악 저지 등을 촉구하며 국회 경내로 진입을 시도한 민주노총 관계자들과 충돌한 경찰이 바닥에 쓰러져 있다. [연합뉴스]

정부·여당 "말이 안 통한다"며 민주노총에 십자포화
임종석 전 대통령 비서실장은 "민주노총은 사회적 약자가 아니다"고 일갈했다. 홍영표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원내대표 시절 "너무 일방적이라 말이 통하지 않는 상대다"라며 내쳤다. 김부겸 의원(전 행정안전부 장관)은 "대기업 노조는 어느덧 강자가 돼 버렸다. 어떤 집단도 법 위에 군림할 수 없다"고 일갈했다. 이재갑 고용노동부 장관은 "좌시하지 않겠다"고 엄포를 놨다. 민주노총에 대한 십자포화다.
 
여론도 정부와 여당의 민주노총에 대한 경고에 힘을 싣는 분위기로 흘렀다. 불법행위에 대한 경찰의 무기력한 대응에 질타가 쏟아졌다. 법과 원칙이라는 원론적인 국가 지지대에 대한 우려가 퍼졌다. 총선을 코앞에 둔 정치 일정도 무시 못 할 변수였다.
"변하지 않으면 안 되겠습디다"라던 노 전 대통령의 국정 고민 재현?
노무현 전 대통령은 집권 중반기 노동계 인사들과 비공개 오찬에서 "변했다고요? 단언컨대 변했습니다. 국정을 챙기다 보니 변하지 않으면 안 되겠습디다"라고 말했다. 마치 데자뷔처럼 이런 기류가 정부와 여당에 강하게 흐르기 시작했다. 
2005년 3월 24일 청와대에서 열린 노동부 업무보고에 참석하기 위해 노무현 전 대통령과 김대환 전 노동부 장관이 이야기를 하며 보고회장에 들어서고 있다.

2005년 3월 24일 청와대에서 열린 노동부 업무보고에 참석하기 위해 노무현 전 대통령과 김대환 전 노동부 장관이 이야기를 하며 보고회장에 들어서고 있다.

민주노총 "총력투쟁" 선언했지만 동력 상실이 변수 
민주노총이 김 위원장의 구속 이후 "6~7월 총단결 강력 투쟁"을 선언했지만 효과는 미지수다. 지난 3월 총파업에선 전체 조합원의 1%도 안 되는 3000명이 참여하는 데 그쳤다. 동력이 거의 상실된 상황이다. 르노삼성차에서 보듯 일선 산업 현장에선 노조 이탈 현상도 심심찮다. 정황상 분위기는 정부 편이다.
 
정부로선 법치에 대한 사인을 국민에게 줄 필요가 있다. 무기력해지는 경찰 등 공권력에 대한 가이드라인도 줘야 한다. 심각해지는 경제를 반전시키기 위한 노사관계의 변화도 필요하다.
"민주노총 변하지 않으면 정부, 털어내기로 갈 것"
박지순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정부와 민주노총의 밀월관계가 더 지속되기는 어려울 것"이라며 "민주노총이 사회적 대화 중시 등 획기적인 변화를 꾀하지 않는 한 노정 관계 갈등이 향후 정부의 민주노총 털어내기로 이어지지 않겠는가"라고 전망했다.
 
김기찬 고용노동전문기자 wols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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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