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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레이서로 인생 리셋, 해외서 통할 제2 애니팡 구상”

이정웅 선데이토즈 창업자 단독인터뷰 
이정웅 전 선데이토즈 대표가 20일 서울 삼성동 사무실에서 중앙일보와 인터뷰했다. 강정현 기자

이정웅 전 선데이토즈 대표가 20일 서울 삼성동 사무실에서 중앙일보와 인터뷰했다. 강정현 기자

'국민 가수', '국민 배우'는 꽤 있었지만, 게임 앞에 ‘국민’이라는 수식어가 들어간 것은 애니팡이 처음이었다. 가로·세로 똑같은 동물 모양 3개를 제한시간 내 많이 맞추면 이기는 간단한 방식의 이 게임은 2012년 출시와 함께 한국 사회 모바일 게임 지형도를 송두리째 바꿔 버렸다. 2·30대의 남성의 전유물로 여겨졌던 게임 사용자층을 전 국민으로 확산시키며 ‘소셜게임’ 붐을 일으켰다. 출시 74일 만에 다운로드 2000만건, 하루 평균 이용자 1000만 명을 기록했다. 당시 스마트폰 가입자 수는 약 3000만명이었다. 후속작까지 합치면 애니팡 시리즈 누적 다운로드 건수는 5900만건에 달했다.
 
 이 게임을 개발한 회사 선데이토즈는 이정웅(38) 창업자가 명지대 컴퓨터공학과 00학번 동기인 임현수(37)ㆍ박찬석(39) 씨와 함께 2009년 공동으로 세운 회사다. 20대에 창업한 이들은 애니팡을 히트시킨 이후 2013년 회사를 코스닥에 상장시켰고 지난해 1월 스마일게이트홀딩스에 지분을 모두 넘겼다. 두 차례(2014·2018년) 지분 매각으로 3명의 공동 창업자가 거둔 수익은 총 1565억원. 그야말로 판교테크노밸리에 밀집한 수많은 스타트업 창업자들이 꿈꾸는 성공적인 ‘엑시트(투자금 회수)’였다.
 
 그 후로 1년 반. 20대 창업, 30대 엑시트라는 실리콘밸리식 성공 모델을 한국에서 구현한 이들은 현재 어떻게 지내고 있을까. 중앙일보는 지난 20일 이정웅 창업자를 서울 강남 소재 KEB하나은행 클럽1 PB센터에서 만났다. 선데이토즈 매각 후 이 창업자가 언론과 공식 인터뷰를 가진 건 이번이 처음이다. 그는 “친하게 지내던 IT업계 지인들과 ‘E레이싱’이라는 카레이싱 팀을 창단해 현재 프로 선수로 활동 중”이라며 “하위권을 맴돌긴 하지만 사업하면서 느끼지 못했던 다른 성취감과 재미를 느끼고 있다”고 말했다.
 
카레이서로 트랙에 올라탄 게임 개발자 
지난해 11월 경기도 용인 스피드웨이에서 레이싱 연습에 나선 이정웅 선데이토즈 창업자 [사진 이정웅]

지난해 11월 경기도 용인 스피드웨이에서 레이싱 연습에 나선 이정웅 선데이토즈 창업자 [사진 이정웅]

카레이서로 변신했다.
“원래 운전이 취미였다. 선데이토즈에 있을 때도 틈틈이 레이싱을 즐겼는데 퇴사 후 본격적으로 해보고 싶어서 팀도 만들고 프로선수로 데뷔도 했다. 이두희 멋쟁이사자처럼 대표 등이 같은 팀 멤버다. 우리는 동일 차량으로 서로 경주하는 ‘원메이크’ 경기에 나간다. 순수하게 드라이버의 실력만으로 판가름 나는 경기다. 지난해 4월 수퍼레이스 BMW M클래스가 데뷔전이었다. 원래 빨간 불 다섯개가 차례로 켜진 다음 마지막 불이 꺼지면 그때 출발하는 건데 너무 긴장해서 먼저 출발해 벌점을 받기도 했다. 끝나고 보니 꼴찌에서 두 번째였다. 지난해 다섯 차례 나가고 올해는 차종을 바꿔 현대 N 페스티벌에 벨로스터로 두 차례 경기에 나갔다. 최근 경기에선 6위를 했다.”
 
‘국민 게임’ 개발자가 카레이서가 된 건 의외다.
“지금은 인생의 한 국면을 매듭짓고 리셋하는 과정이라 생각한다. 애니팡 인기 요인 중 하나는 카카오톡 친구끼리 순위 경쟁하는 재미였는데 요즘엔 레이싱하면서 왜 사람들이 애니팡에 열광했는지 거꾸로 알게 됐다. 지난 10년간 스타트업을 창업해 경영하면서 여러 가지를 배우고 이뤘지만 이제 다시 시작하는 마음으로 새로운 일에 도전했다. 사실 카레이싱엔 첨단 IT 기술이 모두 접목돼 있다. 시뮬레이터로 연습한 다음 데이터를 분석해 나쁜 버릇을 고치고 실력을 키우는 방식이라서다. 시뮬레이터만 놓고 보면 게임과 다를 바 없다. 여기서 새로운 사업 기회를 찾을 가능성도 있다.”
이정웅 선데이토즈 창업자가 지난해 출전한 카레이싱 경기 장면 [사진 이정웅]

이정웅 선데이토즈 창업자가 지난해 출전한 카레이싱 경기 장면 [사진 이정웅]

 
게임 개발을 그만둔 거 아니었나.
“전혀 아니다. 지난 십여 년간 내가 가장 재밌었고 많은 성취감을 느꼈던 시기는 게임을 개발하던 ‘창작 시기’였다. 그리고 제일 어렵고 힘들었던 시기는 경영할 때였다. 창작과 경영의 균형을 맞추는 게 어려웠다고나 할까. 회사 규모가 250명 정도였는데 마지막엔 정말 많이 지쳤었다. 그래서 이 시기를 매듭짓고 다시 새로운 게임을 개발하기 위해 회사를 넘겼다.”
 
엄마·아빠도 즐길 수 있어야 국민 게임
애니팡 게임화면 [중앙포토]

애니팡 게임화면 [중앙포토]

이 전 대표는 전형적인 ‘게임 키드’다. 어렸을 때부터 게임을 즐겼고 부모님께 혼도 많이 났다고 한다. 그런 이유에서 부모님이 함께 즐기는 게임을 만드는 게 평생의 꿈이었고, 그 꿈이 애니팡 개발로 이어졌다. 애니팡이 남녀노소 가릴 것 없이 누구나 함께 즐길 수 있게 만들어진 것은 그런 이유에서였다.  
 
NHN에서 게임 개발을 시작했다.  
“2004년 병역 특례로 NHN에 입사했다. 당시 내가 있던 팀은 한게임 사이트에서 ‘모객’ 역할을 담당하는 플래시 게임(플래시 프로그램으로 만든 가벼운 게임)을 만들었다. 무료로 제공하면서 다른 게임으로 사용자들이 넘어가게 하는 그런 역할이었다. 그때 배운 게 내가 좋아하는 게임과 시장이 좋아하는 게임이 다르다는 점이다. 4년간 플래시 게임을 100개 넘게 만들었는데 회사를 나올 때보니까 그중 5개만 살아남았다. 선데이토즈 창업 후 개발한 애니팡 등의 게임들은 그때 경험을 토대로 만든 것이다.”
 
이정웅 전 선데이토즈 대표가 20일 서울 삼성동 사무실에서 중앙일보와 인터뷰했다. 강정현 기자

이정웅 전 선데이토즈 대표가 20일 서울 삼성동 사무실에서 중앙일보와 인터뷰했다. 강정현 기자

  
애니팡은 어떻게 개발했나
“영화 ‘신과 함께’를 1000만명 이상이 봤다. 인구 5000만명의 나라에서 어떻게 그게 가능했냐면 평소 영화를 자주 보는 청년층뿐만 아니라 부모님, 할아버지, 할머니까지 전부 다 나와서 봤기 때문이다. 애니팡도 마찬가지였다. 나는 처음부터 우리 엄마·아빠도 즐길 수 있는 게임을 구상했다. 게임을 배급한 카카오톡 사용자도 대부분 가볍게 게임을 즐기는 이들이 많았다. 그래서 다중접속역할수행게임(MMORPG)처럼 사용법이 복잡한 게임이 아닌 누구나 1분 만에 할 수 있는 게임을 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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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직하게 밀고 나가야 기회 잡는다." 
애니팡을 국민게임으로 만든 박찬석ㆍ이정웅ㆍ임현수 선데이토즈 창업자(왼쪽부터). [중앙포토]

애니팡을 국민게임으로 만든 박찬석ㆍ이정웅ㆍ임현수 선데이토즈 창업자(왼쪽부터). [중앙포토]

국민 게임 반열에 올랐다.
“개발 막바지 집에 두세달 가량 못 갔는데 출시 후 집에 가려고 나왔더니 버스 정류장에 사람들이 모두 애니팡을 하고 있었다. 지하철을 탔는데 거기서도 하고 있었다. 집에 갔더니 엄마도 하고 있더라. 눈물 날 정도로 기뻤다. 100만 찍던 하루 이용자가 어느새 400만 800만으로 급커브를 그렸다. 하루 1300만 이용자를 찍었던 날이 아직도 기억난다.”
 
성공 원인은 뭐라 생각하나.
“우리 강점은 친구 관계를 게임에 녹여 넣은 것이었다. 퍼즐 3개를 맞춰서 없애는 장르 게임은 옛날부터 있었지만, 거기에 카카오톡을 이용해 친구 관계를 녹여서 서로 경쟁하는 재미를 준 게 핵심이었다. 물론 운이 좋았던 것도 부정할 수 없다. 그런데 내가 왜 운이 좋았을까 생각해보면 주변 환경에 흔들리지 않고 우직하게 ‘소셜게임’ 장르를 밀고 나갔기 때문이라 생각한다. 이거 하다 저거 하다 했으면 기회가 왔을 때 잡지 못했을 것 같다.”
 
앞으로의 계획은
“카레이싱에선 소위 말하는 포디움(1,2,3위가 올라가는 단상)에 서는 게 꿈이다. 그리고 게임개발자로선 국민 게임을 만들었으니 해외에서 통할 ‘갓 게임’을 만들고 싶다. 공동 창업했던 친구들과 요즘도 자주 만난다. 옛날엔 일 얘기만 했는데 요즘엔 인생 얘기를 주로 한다. 다시 창업해도 그 친구들과 일하고 싶다. 하다 보면 ‘갓 게임’도 만들 수 있지 않을까.”
 
판교=박민제 기자 letme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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