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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코노미스트] 몰입감 높아 마케팅·교육·인사에 폭넓게 활용

가상현실(VR)·증강현실(AR) 등 이용해 현장 실습…넷플릭스도 게임형 콘텐트 선보여
 
IT·바이오·콘텐트 등 다양한 분야에서 게임형 마케팅 전략이 사용되고 있다. 우측 상단부터 시계방향으로 삼성전자 헬스 앱, AR 교육, 넷플릭스 ‘당신과 자연의 대결’, 하나금융 ‘하나머니고’. / 사진:각 사

IT·바이오·콘텐트 등 다양한 분야에서 게임형 마케팅 전략이 사용되고 있다. 우측 상단부터 시계방향으로 삼성전자 헬스 앱, AR 교육, 넷플릭스 ‘당신과 자연의 대결’, 하나금융 ‘하나머니고’. / 사진:각 사

구글이 영화 [어벤저스 엔드게임] 개봉에 맞춰 4월 26일 진행한 이벤트가 화제를 모았다. 영화에 등장하는 악당 타노스를 구글에서 검색한 후 결과에 나온 ‘인피티니 건틀릿’을 클릭하면 검색 결과의 절반이 사라지는 게임 같은 이벤트다. 영화 속 타노스가 인피니티 건틀릿을 착용하고 손가락을 튕기면 우주 생명체의 절반이 사라진다는 설정을 가져온 구글의 ‘이스터 에그(Easter Egg, 게임 개발자가 자신이 개발한 게임에 재미로 숨겨놓은 메시지나 기능)’다. 이 이벤트는 대중의 흥미를 유발했다. 네이버·다음 등 주요 포털 사이트에서 ‘구글 타노스’가 검색어 순위 상위에 랭크됐다.
 
현대사회에서 가장 희소한 자원은 대중의 관심과 충성도다. 정보기술(IT) 서비스가 플랫폼으로 자리 잡으면서 대중의 지속적 유입과 관심을 유발하는 방법 마련에 기업들의 고민도 깊어지고 있다. 이에 사용자가 거부감 없이 서비스에 접근할 수 있도록 게임적 요소를 서비스 전반에 두는 방식이 유행처럼 번지고 있다. 이른바 ‘게이미피케이션(Gamification)’이라 불리는 새로운 마케팅 트렌드다. 게이미피케이션은 게임(Game)과 ‘~화(化)’를 뜻하는 접미사 ‘fication’의 합성어다.
 
이미 IT 개발·기획 분야에서는 생태계 확대의 일반적 수단으로 자리 잡았고 성공 사례도 나오고 있다. 대표적으로 일본을 비롯해 세계 곳곳에서 선전하고 있는 한국 웹툰이다. 현재 일본 웹툰 시장에서 라인·카카오재팬·NHN재팬 등 국내 IT 기업들이 시장점유율 1·2·4위를 차지하고 있다. 이들 업체는 24시간마다 무료 이용권을 충전해주는 방식으로, 만화를 볼 때마다 요금을 지불하는 기존 일본 만화 회사들과는 차별화를 꾀했다. 모바일 게임 애니팡이 매시간 하트를 충전해 주는 것과 비슷한 방식이다. 결과적으로 무료 이용권을 얻으려는 사용자들이 지속적으로 유입되며 자사 웹툰 플랫폼에 사용자들을 묶어두는 데 성공했다.
 
웹툰·OTT·헬스케어 서비스에 폭넓게 활용
최근에는 OTT 서비스 넷플릭스도 게임적 요소를 도입해 화제를 모으고 있다. 생존전문가로 유명한 베어그릴스의 오지 탐험을 다룬 [당신과 자연의 대결(You vs Wild)]에서 베어그릴스의 행동을 시청자가 선택할 수 있다. 절벽 중간에서 오를지 내려갈지, 정글에서 잡은 애벌레를 먹을지 말지 등 선택에 따라 베어그릴스의 생사가 좌우된다. 정글에서 실종된 의사를 구하고, 의약품을 오지 마을에 전달하는 등 미션도 있다. 이런 인터랙티브 무비는 그간 기술적 한계로 큰 성과가 없었으나, 기술의 발전과 게임 요소를 만나 새로운 장을 열고 있다.
 
건강관리 애플리케이션도 경쟁과 승부욕을 자극하는 게임적 요소를 많이 반영했다. 게임 캐릭터를 육성하듯 체중·식습관 등 자신의 건강 목표치를 달성을 위한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같은 앱을 사용하는 사용자들 간에 하루 운동량을 비교해 경쟁시키기도 한다. 이 밖에 카카오톡에서 이모티콘·이미지를 사용해 감정을 전달하거나, 소셜디스커버리앱 틴더가 스와이프 기능을 통해 대화 상대를 고를 수 있게 한 것도 게이미피케이션의 한 방식이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역시 디지털 커뮤니케이션과 게임 요소가 결합한 것이다. SNS는 사용자 간에 교류를 통해 자신을 표현하는 일종의 놀이터이자 게이미피케이션 매체다. 글보다는 영상, 영상보다는 직접 참여하는 콘텐트에 익숙한 1030세대에는 이런 사용자 확대 전략이 잘 통하고 있는 셈이다.
 
카카오 관계자는 “온라인 환경에서는 사용자의 지속적 유입과 활동을 끌어내기 위한 작은 생태계를 조성해야 한다. 이미 게임 분야에서는 20년 전부터 이에 대한 노하우를 쌓아왔다”며 “메시지의 직관적 전달과 사용자 간 공감, 재미, 경제적 실익을 함께 줄 수 있는 형식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쌍방향 커뮤니케이션과 체감, 가치관과 취향을 중시하는 밀레니얼 세대에게 게이미피케이션 마케팅 전략이 유효하다는 얘기다.
 
KT그룹의 디지털 미디어렙 나스미디어가 2000명을 조사해 발표한 2019 인터넷 이용자 조사(NPR)에 따르면 10대 인터넷 사용자 10명 중 약 7명은 유튜브를 검색 채널로 활용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전체 조사대상자들은 하루 평균 75분간 모바일 동영상을 시청하는 것으로도 조사됐다. 전체 모바일 인터넷 이용 시간 166.5분의 45.4%에 달한다. 딱딱하게 느껴지는 텍스트나 공급자 위주의 지상파 방송보다는 높은 친근감과 공감대 형성이 가능한 콘텐트를 더욱 선호한다는 의미다.
 
이에 기존 산업 분야에서도 공감과 참여 위주의 게임형 마케팅이 확대되고 있다. 고객의 행동과 결과에 따라 사후적으로 보상(금리)을 조정할 수 있는 금융상품에서 가장 두드러진다. 하나금융그룹은 2017년 멤버십 앱 하나멤버스에 증강현실(AR) 서비스 ‘하나머니고(GO)’를 선보인 바 있다. 포켓몬고(GO)처럼 하나머니고를 구동한 상태로 공간을 비추면 하나금융그룹의 각종 쿠폰과 리워드 혜택을 잡을 수 있는 서비스다. 하나은행은 10년 전부터 다이어트 목표를 달성하거나, 영화 관객 수에 금리가 연동되는 이색 상품을 출시해왔다. KB국민은행의 ‘KB말하는 적금’이나 IBK기업은행의 ‘IBK흔들어 적금’처럼 캐릭터 육성 등 게임 결과를 통해 이율을 결정하는 방식의 상품도 나왔다. 최근 사용자가 크게 증가하고 있는 삼성페이·카카오페이 등 간편결제 서비스도 사용자의 소비를 게임화해 보상을 지급하고 있다.
 
사용자 활동에 따라 금리 더 주기도
게이미피케이션은 교육·인사 등 예상 밖의 영역으로도 파고 들고 있다. 교육 내용의 효과적인 전달과 몰입을 통한 학습성과 향상에 도움이 돼서다. 최근 스웨덴의 게임 개발사 ‘모장’이 개발한 ‘마인크래프트’를 활용한 초등 교육이 넓게 퍼지고 있다. 마인크래프트는 금·은·석탄·나무·흙 등 다양한 원자재를 캐내 물건을 만들어 생활하는 게임이다. 게임 안에서 에펠탑·경복궁 등 건축물을 지을 수도 있는 등 자유도가 높다. 학생들은 게임에서 정약용의 거중기를 직접 만들어 화성성역의 궤에 따라 수원 화성을 지을 수도 있다. 마인크래프트의 교육적 활용도가 주목받자 미국 마이크로소프트는 모장을 인수해 2016년 ‘마인크래프트 에듀케이션 에디션’을 내놓기도 했다.
 
최근 유행처럼 번지고 있는 코딩 교육도 게임 제작에 기반을 둔 커리큘럼이 대다수다. 송인혁 유니크굿컴퍼니 대표는 최근 한국능률협회 주최 2019 HRDiscovery 강연에서 “게이미피케이션은 내가 주인공이 돼 몰입하게 되고 주도적 학습을 가능하게 한다”고 강조했다. 엔씨소프트는 국립국어원과 손잡고 사람들이 잘못 사용하는 10가지 단어 등을 선별하는 등 게임 제작사들도 게임을 사용한 교육 사업을 펼치고 있다. 카카오게임즈는 올해 게이미피케이션 프로젝트 ‘라이프엠엠오’를 자회사로 독립시켜 경쟁의 재미, 보상, 성취감 등 게임적 요소를 접목한 콘텐트 개발에 주력할 계획이다.
 
특히 5세대(5G) 이동통신 시대가 열리며 AR을 활용한 게임화 교육 콘텐트도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말 고동진 삼성전자 IT모바일 부문장은 “5G는 사물인터넷(IoT)의 근간이자 AR 기술의 백본(backbone)이다. 게임회사가 가장 큰 수혜자가 될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통신망의 발달로 게이미피케이션 콘텐트 영역이 더욱 넓어질 수 있다는 얘기다.
 
이에 관광 체험, 가상 테마파크, 학생 실습 교육, 회사 직원의 내부 교육 등 폭넓은 분야에서 활용될 수 있다. 게임은 실패가 허용되는 공간이라는 점에서 실무 경험이 중요한 서비스·제조업 분야 교육에 널리 쓰일 것으로 보인다. 실제 현대백화점은 올해 입사하는 신입사원을 상대로 가상현실(VR)·AR을 결합한 게이미피케이션을 통해 고객 불평과 안전사고 발생 때 대응법 등을 교육할 계획이다.
 
 
김유경 기자 neo3@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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