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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작가 주영욱 피살 필리핀 범인 검거율 20%대…'콜드 케이스' 되나

필리핀에서 한국인 관광객 피살이 올해 처음 발생했다. [연합뉴스]

필리핀에서 한국인 관광객 피살이 올해 처음 발생했다. [연합뉴스]

유명 여행작가이자 여행사 대표인 주영욱(58)씨가 필리핀 현지에서 숨진 채 발견돼 한국 경찰이 공조수사 중인 가운데 범인 검거와 사건 경위가 제대로 밝혀질지 주목된다. 
 
필리핀 경찰은 열악한 수사력 등에 범인 검거율이 20%로 상당히 낮은 수준으로 알려져 있다. 결정적 증거가 나오지 않는 한 강력 사건 대부분은 ‘콜드케이스’(장기 미제사건·cold case)로 분류된다고 한다. 
 
한인 피살사건 역시 수사가 만만치 않기는 마찬가지다. 필리핀에 급파된 한국 경찰의 수사력을 기대할 수밖에 없는 이유다. 전문가들은 수사가 난항을 겪는 이유로 필리핀의 지문 미등록 문제, 낮은 폐쇄회로(CC)TV 보급, 휴대전화 비실명 개통을 꼽는다.
필리핀 정부는 우리의 주민등록증과 같은 단일 신분증을 도입했다. [ 사진 필리핀 통계청]

필리핀 정부는 우리의 주민등록증과 같은 단일 신분증을 도입했다. [ 사진 필리핀 통계청]

 
지난해에서야 국가 단일 신분증 도입
필리핀은 지난해 8월에서야 한국의 주민등록증과 같은 국가 단일 신분증 제도가 도입됐다. 사생활 침해를 이유로 시행하지 못했었다. 그동안에는 외무부·교통국·우체국 등과 같은 각각의 기관에서 신분증을 발급해줬다. 신분증 종류만 30여개에 이른다.
 
21일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KOTRA) 측에 따르면 단일 신분증은 만 18세 이상 필리핀 자국민이나 거주 외국인에게 발급한다. 새로운 신분증에는 지문·홍채 등 생체정보도 들어간다. 이를 위해 오는 2023년까지 20억 페소(한화 약 451억원)를 들일 계획이다.  
한국 경찰의 과학수사요원들이 지문감식 등을 하고 있는 모습. 기사내용과 직접적인 관련 없습니다. [중앙포토]

한국 경찰의 과학수사요원들이 지문감식 등을 하고 있는 모습. 기사내용과 직접적인 관련 없습니다. [중앙포토]

 
피해자 지문감식도 제대로 안돼 
단일 신분증 제도는 그동안 필리핀 정부가 ‘지문’과 같은 기본적인 생체정보도 제대로 수집·관리되지 않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방증이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끔찍한 살인사건 현장에서 수사 기본인 피해자의 지문감식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 경우가 있다. 실제 지난 2016년 10월 필리핀 바콜로시(市) 외곽의 한 밭에서 한국인 3명이 총상을 입고 숨진 채 발견됐는데 한국 경찰이 급파되고서야 지문채취 등이 이뤄졌다고 한다. 
 
필리핀 정부 측도 바뀐 신분증이 발급되면 범죄 용의자 등의 신원 확인이 보다 수월해져 범죄예방과 경찰수사에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하지만 실제 계획대로 발급이 이뤄질지는 지켜봐야 한다. 필리핀 신분증 중 그나마 가장 단일화된 것으로 알려진 다목적 신분증의 경우 지난해 기준 전체 인구의 20%만 소지한 것으로 나타났다.  
필리핀 마닐라 현지 경찰관이 빈민가를 순찰하고 있는 모습. 기사내용과 직접적인 관련 없습니다. [중앙포토]

필리핀 마닐라 현지 경찰관이 빈민가를 순찰하고 있는 모습. 기사내용과 직접적인 관련 없습니다. [중앙포토]

 
도심 외곽서 CCTV 찾기 어려워
필리핀 현지의 CCTV 보급현황을 정확히 알 수 있는 통계는 국내에 소개되지 않았다. 필리핀 여행 경험이 있는 시민들은 “도심 외곽에서는 CCTV를 보기가 어려웠던 것으로 기억난다”고 말했다. 범행현장 주변의 CCTV 영상을 분석해 범인을 쫓는 한국의 경찰현실과 대조된다. 국내 공공기관에 설치된 CCTV만 95만4200여대(2017년 기준)다. 민간이 설치한 CCTV는 1300만대 이상으로 추정된다. 

 

필리핀 현지 범행현장 주변에서 차량 블랙박스 영상을 확보하기도 쉽지 않다. 블랙박스를 달 수 있는 차량 등록 대수부터가 워낙 적어서다. 387만대(2017년 기준)다. 인구가 필리핀보다 적은 한국(2253만대)과 비교하면 확연하다.
 
이밖에 필리핀 현지인들은 구매한 유심칩을 휴대전화에 꽂아 사용하는 것을 즐기는 편이라고 한다. 본인 명의로 휴대전화를 개통하는 방식이 아니다. 이 때문에 기지국에 휴대전화 신호가 잡혀도 누가 사용하는 것인지 확인이 안 돼 위치를 특정하기 어렵다.
권총 이미지 사진. 기사내용과 직접적인 관련 없습니다. [위키피디어]

권총 이미지 사진. 기사내용과 직접적인 관련 없습니다. [위키피디어]

 
필리핀 내 불법 총기류 200만정 
2013년부터 4년간 주필리핀 한국대사관 영사로 근무한 박용증 경정은 “필리핀 내 불법 총기류는 200만정가량으로 추정된다”며 “그만큼 쉽게 강력범죄를 저지를 수 있는 환경인데 용의자를 추적할 수 있는 수사여건은 너무도 열악하다”고 말했다. 박 경정은 영사 근무 경험을 『필리핀 경찰영사 사건수첩』으로 엮어 책을 내기도 했다.  
 
필리핀 경찰의 수사력도 문제다. 지난 2017년 5월 20일 필리핀 세부 섬에서 한국인 교민 A씨(47)가 총에 맞아 숨진 사건이 있었다. 얼마 지나지 않아 필리핀 경찰은 A씨 이웃에 거주하는 자국민 2명을 용의자로 붙잡았다. 이들 집에서는 피 묻은 셔츠가 나왔다. 
 
하지만 현지로 급파돼 공조에 나선 한국 경찰은 뭔가 석연치 않음을 느꼈다. 소음기를 이용한 총격 살인사건 용의자라는 이들의 진술이나 범행동기가 불명확했기 때문이다. 필리핀 경찰이 피해자의 것으로 추정한 피 묻은 셔츠를 한국으로 보내 DNA분석을 의뢰하자 의구심이 풀렸다. 숨진 A씨의 혈흔이 아니었다. 결국 재수사 끝에 실제 범인을 잡을 수 있었다. 

 
경찰 관계자는 “필리핀은 사건을 빨리 끝내려 엉뚱한 시민을 체포한 뒤 증거조작 등을 통해 용의자로 둔갑시키는 경우가 종종 발생한다”며 “필리핀 경찰 역시 DNA분석이 가능하지만, 일반적으로 결과가 회신 되기까지는 길게는 3개월도 걸린다”고 말했다. 또 다른 경찰 관계자는 “필리핀 시민들 사이에서 ‘차라리 내가 범인을 잡아 복수하고 말지’라는 말이 떠돌 정도”라고 말했다.
 
김민욱 기자 kim.minwoo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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