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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죄도시' 강윤성 감독 "17년 무명···광화문서 옷가게도"

680만 관객을 모은 극영화 '범죄도시'로 데뷔, 2년 만에 새 범죄영화 '롱 리브 더 킹:목포영웅'으로 돌아온 강윤성 감독의 촬영 현장 모습. [사진 메가박스중앙 플러스엠]

680만 관객을 모은 극영화 '범죄도시'로 데뷔, 2년 만에 새 범죄영화 '롱 리브 더 킹:목포영웅'으로 돌아온 강윤성 감독의 촬영 현장 모습. [사진 메가박스중앙 플러스엠]

“제가 멋있다고 생각하는 ‘진짜 남자’가 있어요. 누구를 도와줘도 티 안 내고, 사랑할 땐 무뚝뚝하지만, 먼발치에서 지켜주는 그런 남자.”
2년 전 데뷔작 ‘범죄도시’로 688만 관객을 동원한 강윤성(48) 감독이 전작의 주연 마동석을 잇는 새로운 ‘진짜 남자’와 함께 돌아왔다. 19일 개봉한 새 영화 ‘롱 리브 더 킹:목포 영웅’은 동명 인기 웹툰이 토대. 목포 최대 조직 두목 장세출(김래원)이 첫눈에 반한 변호사 강소현(원진아)의 마음을 얻으려 개과천선, 국회의원 선거까지 출마하는 여정을 코믹하게 그렸다. 조폭이 나오지만 범죄 액션보단 일편단심 순정을 더 달달하게 부각했다.  
 
뺨 맞고 1초 만에 반하는 청정 멜로
영화 '롱 리브 더 킹'에서 목포 건달 세출과 변호사 소현의 첫만남. [사진 메가박스중앙 플러스엠]

영화 '롱 리브 더 킹'에서 목포 건달 세출과 변호사 소현의 첫만남. [사진 메가박스중앙 플러스엠]

개봉 전날 만난 강 감독은 “조폭이지만 동화처럼 착한, 한 인물의 성장기이자 멜로”라며 “원작에서도 세출의 남자다움이 좋았다”고 했다. “요리로 치면 재료가 풍성했죠. 한 여자를 위해 자신이 가진 모든 것을 내려놓고 좋은 사람이 되겠다는 순수한 목표로 정치판에 뛰어든다는 게 조폭이란 전사를 다 잊을 만큼 매력적이었어요. 내 주변에 이런 사람이 있다면 어떨까 상상하며 영화를 만들었죠.”
웹툰이 아니라 원작자가 쓴 110쪽짜리 시나리오 초고를 먼저 읽고 68쪽 분량으로 줄여나갔다. 실제 목포 현장조사를 다니며 시나리오를 13차례 혼자 각색‧수정했다. 만화 같은 이야기를 땅에 발붙이게 하는 데 가장 신경 썼단다.
 
제 인생 영화는 '러브 오브 시베리아'
조폭 두목에서 국회의원 후보로 변신한 세출. 이 모든 게 소현에게 뺨을 얻어맞은 순간에서 시작됐다. [사진 메가박스중앙 플러스엠]

조폭 두목에서 국회의원 후보로 변신한 세출. 이 모든 게 소현에게 뺨을 얻어맞은 순간에서 시작됐다. [사진 메가박스중앙 플러스엠]

영화 시작 장면, 재래시장 재건축 반대 시위를 진압하러 간 세출은 상인들을 돕던 소현에게 따귀를 맞고 그에게 반한다. 순정만화에 흔히 나오는 ‘나한테 이렇게 대한 사람 네가 처음이야’ 같은 판타지적 장면이다. “현실에서도 사랑은 1초 만에도 빠질 수 있잖아요.” 강 감독은 항변했다. 대신 관객이 충분히 동의할 수 있도록 미묘한 감정선에 신경 썼단다. 첫 장면이지만, 촬영 분위기가 한창 무르익은 중반 이후에 찍은 이유다.  
“영화적 기교 없이 담백하게 그 상황에 빠져들게 하고 싶어서, 되도록 끊지 않고 롱테이크로 촬영했어요. 카메라 동선도 리허설 때 촬영기사의 허리를 잡고 장세출의 심리를 좇아 움직이며 만들었죠.”
강윤성 감독의 인생 영화 '러브 오브 시베리아'. 미국 여성 로비스트와 러시아 사관생도의 비운의 사랑을 그렸다. [사진 브에나비스타코리아]

강윤성 감독의 인생 영화 '러브 오브 시베리아'. 미국 여성 로비스트와 러시아 사관생도의 비운의 사랑을 그렸다. [사진 브에나비스타코리아]

이런 낭만적인 구석이 의외라고 하자 그는 ‘인생 영화’가 ‘러브 오브 시베리아’라 했다. 19세기 러시아 배경의 진한 러브스토리다. “이야기란 이런 것, 사람의 감정이란 이런 것이라 생각하게 되는 저만의 영화 교과서죠.”
 
웹툰 속 촛불집회·김대중 대통령 바꾼 이유
웹툰 vs 영화. 원작(왼쪽)에서 촛불집회 현장이었던 소현과의 첫만남 장소는 영화(오른쪽)에서 재건축 비리가 얽힌 재래시장 철거 반대 시위 현장으로 바뀌었다. [사진 메가박스중앙 플러스엠]

웹툰 vs 영화. 원작(왼쪽)에서 촛불집회 현장이었던 소현과의 첫만남 장소는 영화(오른쪽)에서 재건축 비리가 얽힌 재래시장 철거 반대 시위 현장으로 바뀌었다. [사진 메가박스중앙 플러스엠]

사실 원작에서 사랑이 싹트는 장소는 촛불집회 현장. 정치판에 뛰어드는 과정에서 세출은 김대중 전 대통령도 만난다. 영화에선 이런 정치색을 다소 걷어냈다. 하필 재건축 반대 시위 현장이란 설정은 “지금의 관객이라면 포용력 넓게 받아들일 수 있으리라 생각했다”면서 “이념적 색안경만큼은 피하고 싶었다”고 했다. “극 중 정당도 이름은 우리민주당, 선거 유니폼은 빨간색을 입혔어요. 장세출은 무소속이니까 아예 흰색, 중립적으로 갔죠. 재미난 오락영화로 즐기게 하고 싶었어요.”
엔딩신을 예상 밖에 뮤지컬 장면처럼 처리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김동률의 감미로운 노래 ‘사랑한다는 말’을 극 중 우락부락한 조폭, 악당들이 이어받아 부른다. “마지막까지 진짜 같아 보이려고 노력한 걸 다 허물고 싶었어요. 관객들이 웃으며 극장을 나서길 바랐죠.”
 
김래원씨, 저에겐 이번 작품의 와이프 같죠
강윤성 감독이 '범죄도시'에 이어 두 번째 만난 배우 진선규와 촬영 장면을 의논하고 있다. 이번 영화에서 세출의 라이벌 조직 두목을 연기한 진선규는 더 작은 역할인 '짱구'도 좋으니, 함께하고 싶다고 강 감독에게 말했다고. [사진 메가박스중앙 플러스엠]

강윤성 감독이 '범죄도시'에 이어 두 번째 만난 배우 진선규와 촬영 장면을 의논하고 있다. 이번 영화에서 세출의 라이벌 조직 두목을 연기한 진선규는 더 작은 역할인 '짱구'도 좋으니, 함께하고 싶다고 강 감독에게 말했다고. [사진 메가박스중앙 플러스엠]

“대사를 명확히 치는 건 중요하지 않다. 진짜 좋은 연기는 연기 안 하는 연기”라는 강 감독은 현장에서 촬영 직전까지 대사와 상황을 고민했다. 정해진 대본대로 찍지 않기에 그의 영화의 배우들은 카메라가 돌지 않는 평소에도 극 중 캐릭터처럼 일상을 보낸다고 했다. ‘범죄도시’도, 이번 영화도 그랬다. 촬영 내내 긴장의 연속일 텐데도 다시 그와 함께하고 싶다는 배우가 줄을 잇는다. 전작 주연에 이어 이번에 카메오 출연한 마동석‧윤계상에 더해 다시 조역에 나선 진선규‧최귀화는 이번 영화 출발부터 함께했다.  
배우 최무성(왼쪽)도 이번 영화에서 강윤성 감독과 처음 만났다. 목포에서 자선을 베풀며 세출(오른쪽)의 멘토 역할을 하는 조폭 출신 정치가 역할을 맡았다. [사진 메가박스중앙 플러스엠]

배우 최무성(왼쪽)도 이번 영화에서 강윤성 감독과 처음 만났다. 목포에서 자선을 베풀며 세출(오른쪽)의 멘토 역할을 하는 조폭 출신 정치가 역할을 맡았다. [사진 메가박스중앙 플러스엠]

이번에 처음 만난 김래원에 대해선 강 감독은 “이번 작품을 같이 잘 만든, 와이프 같다”고 말했다. “사실 장세출이 어떤 인물인지 솔직히 저도 다는 모르거든요. 김래원씨를 통해서 나오는 장세출이 이런 인물이구나, 예측하는 것이죠. 저는 가이드라인을 제시했을 뿐, 래원씨가 본인의 생각‧고민을 통해 장세출을 만들고 성장시켰어요.”
 
'범죄도시' 흥행 부담 없다 생각했는데…
전작이 큰 흥행을 거둔 만큼 부담감도 있었을 터. 그는 “없다고 생각했는데 개봉 일주일 전부터 살이 떨리더라”고 했다. 첫 시사를 앞두곤 갑자기 복막염이 터져 소장에 생긴 혹과 맹장을 잘라내는 수술까지 했다.  
“액땜했다고 생각해요.” 아무렇지 않다는 듯 그가 웃었다. 지난 20년간 준비하던 영화가 수없이 좌절되는 경험을 극복하며 얻은 여유라 했다.  
 
데뷔까지 무명 17년, 아내와 옷가게도
이번 영화 현장에서 직접 카메라를 잡은 강윤성 감독. [사진 메가박스중앙 플러스엠]

이번 영화 현장에서 직접 카메라를 잡은 강윤성 감독. [사진 메가박스중앙 플러스엠]

“장편 시나리오는 수도 없이 썼어요. 맨 처음은 미국 유학 시절 동명 만화를 토대로 쓴 ‘바벨 2세’ 영문 시나리오였죠. 서른 살에 한국에 들어와 데뷔하려던 공포영화 ‘뫼비우스’도 1년 만에 부분투자가 무너졌죠. 영화가 엎어질 때마다 내가 열심히 안 했기 때문이야, 하며 더 열심히 썼어요. 먹고 살기 위해 홍보영상 등을 작업하며 현장을 컨트롤하는 건 전혀 두렵지 않게 됐죠.”  
소개팅으로 만나 2년 연애 끝에 그가 서른셋에 결혼한 아내는 결혼하고 1년만 기다리면 감독 데뷔할 줄 믿었단다.  
“근데 17년 걸렸죠. 아내와 삼청동‧광화문에서 6년 정도 신발가게, 옷가게 한 게 나름 잘 됐어요. 7.5평 공간에 매일 갇혀있는 게 너무 힘들다고 해서, ‘범죄도시’ 2년째 준비하던 때쯤 가게를 접었죠.”
 
누나는 게임 아트디렉터, "재미난 장르 확장 꿈꿉니다"
지금은 웃으며 돌이킬 수 있는 과거다. 그는 세계적 게임사 EA‧액티비전 등에서 활동해온 아트디렉터 제니 류와 남매지간이기도 하다. 최근 인기 얻은 ‘콜 오브 듀티’도 그의 누나 작품. “삶의 태도에 영향을 많이 받았다”는 그는 누나가 먼저 다닌 미국 샌프랜시스코예술아카데미대학교에서 뒤따라 유학하며 동문이 됐다.  
강윤성 감독의 장편 극영화 데뷔작 '범죄도시'. 마동석(맨 앞)을 비롯한 출연 배우들이 이번 영화에도 크고 작은 배역으로 등장한다. [사진 메가박스중앙 플러스엠]

강윤성 감독의 장편 극영화 데뷔작 '범죄도시'. 마동석(맨 앞)을 비롯한 출연 배우들이 이번 영화에도 크고 작은 배역으로 등장한다. [사진 메가박스중앙 플러스엠]

“스물여덟 살에 미국에서 차렸던 영상제작사 이름이 ‘4 엔터 필름스’라고, ‘당신의 즐거움을 위하여(for your entertainment)’의 약자였어요.” 이렇게 말한 그는 “그때부터 지금까지 한결같은 꿈이 재미난 영화를 만드는 것”이라 했다. 다만, 마동석과 재회가 기대됐던 ‘범죄도시2’ 연출은 맡지 않기로 했다. 그가 연출로 거론돼온 영화 ’힙대디’도 확정된 것은 아니라고. 
“제가 잘하고 좋아하는 스릴러‧범죄‧액션 말고도 멜로나 뮤지컬 영화 등으로 장르를 확장하고 싶어요. 계속 공부하고 도전해보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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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원정 기자 na.wonje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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