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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 “미국과 마주 보고 해결”…북·미 실무협상 재개할 듯

북·중 평양 정상회담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21일 평양 모란봉 기슭에 있는 북·중 우의탑을 찾아 참배하고 있다. 시 주석은 국빈방문을 마치고 이날 오후 귀국했다. [CCTV 캡처, 연합뉴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21일 평양 모란봉 기슭에 있는 북·중 우의탑을 찾아 참배하고 있다. 시 주석은 국빈방문을 마치고 이날 오후 귀국했다. [CCTV 캡처, 연합뉴스]

20~21일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의 첫 방북이 마무리되면서 지난 2월 하노이 ‘노딜’ 이후 4개월 만에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애프터 하노이 구상’이 윤곽을 드러냈다.
 
지난 20일 중국 CCTV 보도에 따르면 김 위원장은 방북한 시 주석의 두 가지 권유를 받아들인 것으로 보인다. 김 위원장은 회담에서 “조선은 인내심을 유지할 것”과 “유관국(미국)과 마주 보고 반도(한반도) 문제가 해결돼 성과가 있기를 원한다”고 말했다. 이를 두고 전직 고위 외교관리들은 오는 28~29일 일본 오사카에서 열리는 G20(주요 20개국) 정상회의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을 만나는 시 주석에게 김 위원장이 지난 5월 단거리 미사일 시험 발사와 같은 핵·미사일 도발을 당분간 하지 않을 것이며, 미국이 제안해온 비핵화 실무협상에 응하겠다는 의사를 전해 달라고 요청한 것이라고 평가했다. 21일 조선중앙통신 보도에 소개되지 않은 이 같은 발언은 김 위원장이 시 주석에게 준 일종의 ‘선물’인 셈이다.
 
이에 화답해 시 주석은 김 위원장에게 안전 보장과 경제 지원을 약속했다. “중국은 조선이 자신의 합리적 안보 및 발전에 관한 관심사를 해결할 수 있도록 힘이 닿는 한 도움을 주겠다”는 시 주석의 발언이 그것이다. 제재 국면에서 김 위원장에게 가장 시급한 중국발 대북 경제 지원이 예상되는 이유다.
 
북핵과 관련한 상황 관리가 절실한 트럼프 대통령에게 김 위원장의 약속은 일정 부분 긍정적 메시지일 수 있다. 위성락 서울대 객원교수는 중앙SUNDAY에 “시 주석은 트럼프 대통령을 만나 자신이 방북을 통해 포지티브한 기여를 했다는 점을 부각할 것”이라며 “하지만 숨은 메시지는 중국이 비핵화 협상에 지분이 있다는 걸 자연스럽게 보여주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부정적인 측면도 있는 양날의 칼일 수 있다는 얘기다.
 
이성현 세종연구소 중국센터장도 “시 주석의 방북은 미·중 갈등 양상에서 ‘북한 카드’를 사용하려는 중국의 필요 때문에 이뤄진 것으로 미국은 내심 불쾌했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실제 미국은 시 주석 방북 전날인 지난 19일(현지시간) 북한의 제재 회피를 도운 혐의로 러시아 금융회사에 대한 제재를 발표한 데 이어 20일엔 북한과 중국을 최악의 인신매매 국가로 지정하는 ‘2019년 인신매매 실태 보고서’를 발표했다. 미국에 맞선 북·중·러 3자 연대에 일종의 ‘견제구’를 날린 것이다.
 
그동안 한·미가 공들여온 북·미 비핵화 실무협상은 시 주석 방북 결과를 볼 때 이르면 트럼프 대통령의 방한 직후 성사될 가능성이 있다. “대화의 동력을 살리는 데 북·중 간 대화가 도움이 될 것”이란 지난 18일 청와대의 평가대로다. 이와 관련, 방미 중인 이도훈 외교부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은 지난 20일(현지시간) 특파원 간담회에서 “북·미 간 실무협상을 빨리 재개해야 한다는 게 현시점에서 가장 중요한 화두”라며 “6~9월이 한반도 상황과 관련해 일종의 ‘관건적 시기’”라고 밝혔다. “최근 한·미가 공히 북한에 대해 빨리 협상으로 나오라고 강조하고 있다”고 소개하면서다.
 
하지만 실무협상 재개가 곧바로 합의 도달과 3차 북·미 정상회담 개최로 이어질 것으로 속단하기는 쉽지 않다는 게 외교안보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하노이 정상회담에 확인된 미국의 일괄타결식 빅딜과 북한의 단계적·병행적 접근이란 기본 입장에 변화 조짐이 보이지 않아서다.
 
조태용 전 외교부 차관은 중앙SUNDAY에 “미국도, 북한도 하노이에서 밝힌 입장을 바꾸기는 쉽지 않다”며 “이럴 경우 향후 협상에선 서로 더 큰 것(big for big), 더 많은 것(more for more)을 맞바꾸자는 흐름이 될 소지가 많다”고 전망했다.  
 
북한이 제재 완화를 원한다면 미국은 ‘영변 플러스 알파’에서 더 많은 알파(핵시설·핵물질·핵무기 포기)를 요구하게 되고, 이럴 경우 북한은 자신의 안보 우려까지 해소해야 한다는 ‘제재 완화+안보 우려 해소’를 요구하면서 협상이 꼬일 수 있다는 얘기다.
 
위 교수도 “이번 방북을 통해 시 주석은 지난 1년간 북한이 취한 정책 방향에 동조했다”며 “북한이 중국의 입장 조정을 거친 뒤 협상에 나온다고 보기 어려운 만큼 실무협상을 낙관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차세현 기자 cha.sehye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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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