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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을 망각한 자, 평화 논할 자격 없다

이런 전쟁

이런 전쟁

이런 전쟁
TR 페렌바크 지음

최고의 6·25 책 『이런 전쟁』
“미국 전쟁 준비·의지 부족했다”

최필영·윤상용 옮김
플래닛미디어
 
6·25전쟁에 뛰어들었던 중공군 수뇌부가 가장 두려워했던 적장(敵將)이 있다. 1950년 12월 교통사고로 숨진 월튼 워커 미8군 사령관의 후임으로 한국에 온 매슈 리지웨이다. 그는 공수부대 사령관 출신이다.
 
아주 매서운 공격력을 지녔던 사람이다. 그는 중공군 참전으로 압록강 진출이 좌절한 뒤 38선을 다시 내줬던 아군 진영에 새로운 개념의 전투를 지시한다. 땅의 확보보다는 적의 병력을 살상하는 데 주력하라는 지침이었다. 당시 서울까지 빼앗기고 북위 37선까지 밀렸던 1951년 1월 이후의 이 전투 전환 지시는 아군에게 큰 효력이 있었다.
 
그의 강력한 공격력으로 인해 우세(優勢)를 점했던 중공군은 급기야 열세(劣勢)로 몰린다. 번개와 천둥, 쇠톱… 이런 용어가 리지웨이의 작전명에 붙었다. 뛰어난 화력으로 살상력을 높인 미군의 공격으로 전세는 큰 전환점을 맞는다.
 
그 리지웨이의 한국 도착 첫 소감이 있다. “인분 냄새 가득한 이 나라를 왜 지켜야 하는지 잘 모르겠다….” 아울러 그는 공세 전환 뒤에 ‘합법적인 미국 정부의 합법적인 명령’을 충실히 따른다. 38선을 넘어선 뒤에는 정작 더 나아가려 하지 않는다.
 
한반도 전쟁의 확산이 제3차 세계대전으로 이어질까 늘 전전긍긍했던 미국 행정부의 입장을 전적으로 따랐기 때문이다. 이런 리지웨이는 압록강까지 진격해 조국을 통일코자 염원했던 한국인에게 늘 불만이었다. 중공군 공세를 꺾는 데 혁혁한 공을 세웠지만 더 나아가 ‘적’을 소탕하는 데 주저하는 미8군 사령관의 이중적인 태도 때문이었다.
 
6·25전쟁의 역사를 관심 있게 들여다보는 사람들에게는 이 부분이 참 궁금하다. 미국은 도대체 어떤 생각으로 한반도에서 벌어진 공산주의 침략에 맞섰을까라는 점이다. 그 참혹했던 전쟁 전체의 큰 흐름, 각 주요 전투의 이면을 고루 들여다볼 수 있는 책이 드디어 한국어로 ‘완전히’ 옮겨졌다.
 
『이런 전쟁(This kind of war)』이다. 6·25를 다룬 저서 중에는 가장 유명한 책이다. 1963년에 첫선을 보였다. 한국어판도 1960년대 세 번에 걸쳐 이미 나온 적이 있다. 대단한 작업이기는 했지만 완역(完譯)이 다시 필요했다.
 
823쪽에 달하는 방대한 분량으로 다시 우리 시선에 오른 이 책의 가장 큰 미덕은 당시 싸움에서 아군 진영에 가장 큰 전력을 보탰던 미국이 어떤 시각과 입장에서 전쟁을 수행했느냐를 매우 선명하게 들여다볼 수 있다는 점이다.
 
‘미국은 싸움에 나섰지만 싸움의 의지가 부족했다.’ 이 책의 전체 흐름을 요약하면 나오는 결론이다. 공산주의 진영의 세력 확산에 대응하려는 자세는 지녔으나 뒤에서 버티고 있는 소련과의 세계대전이 두려워 공세에 나섰어도 그 공세를 제대로 지속하지 못한 미국의 속내가  이 책에서 자세히 드러나고 있다.
 
저자는 6·25전쟁 때 72 전차 대대의 장교로 참전했다. 이어 미국의 각종 공식 문서, 참전한 동료들의 증언, 방대한 일기와 회고록을 모두 섭렵하면서 이 책을 썼다. 6·25전쟁에서 벌어졌던 각종 주요 전투가 다른 어느 저작에 비해 생생하게, 입체적으로 그려진다.
 
미국은 준비 없이 전쟁을 맞았다. 제2차 세계대전 때의 100여 개 사단이 10개로 줄었고, 6·25전쟁 선견대로 온 일본 주둔 ‘스미스 부대’는 해변에서 거의 ‘휴가’ 수준의 시간을 즐기다가 느닷없이 전쟁에 뛰어들었다가 북한군에 참패를 당한다.
 
미 2사단이 예하 2개 연대를 참혹하게 잃었던 ‘군우리 전투’, 영하 30도 이하의 개마고원에서 벌어지는 미 1해병사단의 ‘장진호 전투’, 중공군의 예기를 꺾는 ‘지평리 전투’ 등이 영화처럼 살아 숨 쉬는 장면으로 부활해 시선으로 들어온다. 그만큼 전쟁의 저변(底邊)을 훑고 또 훑어 이끌어낸 성과다.
 
개성을 확보하기 위해 예성강을 공격하자는 한국군의 제안, 금강산 일대를 빼앗으려 세웠던 강원도 통천 고저(庫底) 공격에 관한 밴 플리트 미 8군 사령관의 계획이 왜 모두 수포로 돌아갔는지를 이 책은 짐작케 해준다. 전쟁을 지휘했던 미 행정부의 각종 문건 등을 살피고 또 살핀 결과다.
 
책의 과거형 메시지는 ‘미국은 준비 없이 전쟁을 맞았다’는 점이고 미래형의 그것은 ‘모든 종류의 전쟁에 대비하지 않는 국가는 국가 정책에서 전쟁을 포기해야 한다’는 점이다. 이어 저자가 이끌어내는 교훈이 예사롭지 않다. “싸울 준비가 되지 않은 국민은 정신적으로 항복할 준비를 해야 한다… 이는 미국이 반드시 배워야 하는 교훈”이라고 일갈한다.
 
전쟁을 잊고, 전쟁의 가능성에 대비하지 않는 사람이 평화를 읊조릴 자격은 있는가. 미국의 경우만이 아니다. 북한과 맞서 있는 우리의 가슴 큰 구석을 울리는 외침 아닐 텐가. 얼마 전 물러난 미 국방장관 제임스 매티스 장관이 일독을 권하면서 이 책은 다시 유명세를 탔다. 미 육군사관학교, 미 육군 지휘참모대학 필독서에 이 책이 오른 이유 또한 분명하다. 사느냐 죽느냐가 갈라지는 길목, ‘전쟁’을 넓고 정밀하게 성찰한 저자의 간고한 노력 덕분이다.
 
유광종 중국인문경영연구소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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