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양선희 대기자/중앙콘텐트랩
폭염 앞두고 벌어지는 전기료 공방
어차피 전기요금 오를 수밖에 없어
차라리 시민사회가 인상 수용하고
합리적 요금체계 만드는 게 어떨까
사실 우리 사회는 이런 전기요금의 딜레마를 모르지도 않았고, 해결책을 모르는 것도 아니다. 수면 아래에서 툭툭 불거져 나오는 ‘전기요금의 현실화’는 어쩌면 유일한 해결책이다. 지금 전기요금체계로는 지속가능하지 않다는 말이다. 갈수록 더할 거다. 탈원전과 화석연료 발전은 줄이고 친환경에너지로 전환한다는 에너지 전략은 결국 에너지 생산 비용이 계속 올라갈 거라는 예고다. 물론 에너지전략에 대한 반대 목소리가 높지만 전 세계가 삐걱거리면서도 이 방향으로 가고 있으니 우리만 물러설 수도 없는 일이다. 어쨌든 전기요금을 올려야 한다는 걸 우리는 모두 알고 있다.

선데이 칼럼 6/22
그럼 전기료 인상에 동의하자고? 맞다. 그 말이다. 다만 그동안의 용도별 차별가격제 같은 불합리한 체계를 뜯어고치고 합리적인 선에서 분담하는 인상안을 요구하고, 에너지 극빈계층을 구호할 수 있는 여분을 만들면서 말이다. 그래야 하는 이유는 재정적 문제만이 아니라 우리 공동체의 기본권을 지키려는 것이기도 하다. 에너지기본권이라는 게 있다. 에너지를 충분히 쓰는 계층은 에너지 양이 늘어난다고 효용이 늘진 않지만 에너지 빈곤계층은 한 단위가 늘어남에 따라 삶의 질이 확 올라간다. 이 시대 폭염은 단순한 환경문제가 아니라 환경이 사회적 약자를 공격해 목숨까지 빼앗는 사회문제다. 우리는 누구나 환경의 위해로부터 동등하게 보호받을 권리가 있다. 권리를 지키고 사회문제를 해결하는 데는 공공의식을 가진 시민 공동체가 나서는 게 가장 빠른 길이다. 표 안 되는 일인데 정치인이 나서겠나.
한비자(韓非子)에 이런 구절이 있다. “남에게 기대하면 책망하게 되고, 내 일이라 생각하면 즐겁다. 부자간에는 일하다가도 원망하고 꾸짖지만, 사람을 사서 농사를 지으면 맛있는 국을 끓여낸다.” 여름철 전기요금 조정을 놓고 핏대를 올리며 벌이는 ‘네탓 공방’은 이미 폭염의 불쾌지수를 넘어선 듯하다. 시대도, 날씨도, 가격도 바뀌었는데 누굴 책망한들 답이 나올까. 차라리 내가 먼저 손 들고 나서는 게 어떨까. 어차피 돌고 돌아도 내 문제가 될 일이다.
양선희 대기자/중앙콘텐트랩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