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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수대] 노인에게 디지털을 강요말라

이소아 이노베이션랩 기자

이소아 이노베이션랩 기자

“사지 마세요. 제가 사서 보내드릴게요.”
 
스마트폰으로 이것저것 다 하는 시대가 되고 보니 종종 부모님 물건을 구매대행하는 효녀가 돼 가고 있다. 대형 쇼핑몰이라고 해도 가격과 상품 구성이 ‘이건 아니다’ 싶을 정도로 온라인에 뒤처지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디지털 정보격차 현상은 늘 있어왔지만 한국에선 인구 고령화와 경제 기반의 디지털화에 함께 속도가 붙으면서 노인들의 디지털 소외현상이 두드러진다. 명절에 젊은이들은 열차예매 앱으로 빠르게 좌석표를 확보하는 반면 노인들은 새벽부터 줄을 서도 입석표밖에 구하지 못하는 사례가 대표적이다. 영화나 공연도 앱을 사용하지 않으면 원하는 시간대와 좌석을 구하기 어렵다. ‘반값 핫딜’, ‘24시간 한정 특가’ 등 유통 업계의 각종 할인 이벤트도 마찬가지다. 노인층이 실질적으로 경제적 차별을 받고 있는 셈이다.
 
문제는 이런 디지털 무인화가 특정 산업 분야가 아니라 장보기·외식·문화생활·병원·은행업무·대중교통 등의 일상에서 빠르게 대세가 돼 가고 있다는 사실이다. 은행만 해도 창구가 있는 지점수를 점점 줄이고 2020년 9월부터는 사실상 종이통장 시대의 종언을 고한다. 사회는 노인 디지털 금융교육, 스마트폰 활용교육 등을 강조한다. 하지만 교육만으론 한계가 있다. 어떤 지식이든 배울 순 있지만 익숙해지는 건 다른 문제다. 어려서부터 스마트폰을 제 몸의 일부처럼 다루며 지낸 젊은 세대와 컴퓨터라곤 중년이 돼서 처음 본 70대 이상이 같을 순 없다. 눈도 침침하고 용어도 낯선데 ‘왜 배워서 잘하지 못하느냐’고 독촉하는 것 자체가 노인들에겐 스트레스고 폭력이 될 수도 있다.
 
대안은 단순하다. 디지털 시대에도 훌륭한 오프라인 매장과 사람이 대응하는 시스템을 유지해야 한다. 인간의 일상생활, 삶의 질과 직결된 분야에선 더욱 그렇다. 오프라인이라고 구색만 갖춰놓을 게 아니라 온라인과 비슷한 수준의 할인 혜택을 주고 상품 구성도 시기마다 트렌드를 반영하고 다양화해야 한다. 디지털 시스템으로 돌아가는 매장이라면 직원을 통해 아무런 불편 없이 제품을 사고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게 하는 게 현실적이다. 정부도 민간 기업에 억지로 일자리를 만들어 내라고 할 게 아니라 기업들이 비용 부담을 줄이며 계속 오프라인 부문을 운영할 수 있도록 보조금 등 지원 정책을 마련하는 게 ‘혁신적 포용국가’를 위해 할 일이다.
 
이소아 이노베이션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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