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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머치토커’ 잔소리 특급 박찬호, 그는 아직 할 말이 많다

[이태일의 인사이드피치] 수다쟁이 총대 맨 ‘코리안 특급’
요즘 박찬호(46)가 나오는 광고 두 편이 화제다. “형이 거기서 왜 나와?”라는 부제가 붙은 하나에서 그는 사업에 고민하는 사람, 면접 장소를 묻는 지원자 등을 만나는 장면에서 특유의 수다를 쏟아 낸다.  
 
다른 금융회사 광고도 비슷하다. 캠핑에 간 직장 동료들, 신혼여행을 가는 부부, 은퇴 후 노후를 걱정하는 퇴직 중년 등을 상대로 그는 금융과 관련된 어떤 주제도 자신의 야구 커리어와 연결해 참견해 댄다.  
 
그런데 사람들은 ‘코리언 특급’으로 불렸던 그가 이처럼 수다쟁이라는 것에 대해 짜증을 내기보다 오히려 친근감을 갖는다. 그가 메이저리그라는 별나라에서 온 멀게 느껴지는 야구선수가 아니라, 평범하게 주변에서 만날 수 있는 우리의 중년 아저씨로 느껴지는 덕분이다. 그는 은퇴 이후 예능 프로그램 출연을 통해 대중적으로  ‘말이 많은 형’이라는 이미지로 친근감을 키웠고, ‘투머치토커(Too Much Talker)’라는 별명을 얻었다. 문법으로는 좀 어색하지만 수다쟁이, 잔소리꾼이라는 의미다. 그는 자신의 별명에 대해 굳이 불편한 내색을 하지 않는다.  
 
박찬호는 최근 나도는 정치 참여설에대해 "정치에는 관심 없으며 근거 없는 얘기”라고 말했다.
  
유소년 후배들에게- “실수 겁내지 마라”
 
‘투머치토커’라는 별명을 가진 수다쟁이 박찬호. 기꺼이 이 별명을 감수하겠다는 박찬호는 후배들에게, 스포츠팬에게 아직도 할 말이 많다고 한다. [중앙포토]

‘투머치토커’라는 별명을 가진 수다쟁이 박찬호. 기꺼이 이 별명을 감수하겠다는 박찬호는 후배들에게, 스포츠팬에게 아직도 할 말이 많다고 한다. [중앙포토]

“할 말이 많습니다.” 그는 투머치토커라는 별명이 긍정적인 이미지가 아니더라도 기꺼이 그 별명을 받아들일 의사가 있다고 한다. 그 별명을 감수하고라도 하고 싶은 말들이 많다고 한다.  
 
그는 왜 할 말이 많을까. 그는 자신이 먼저 걸어갈 수 있었던 미국, 일본을 지나 한국으로 돌아온 그 ‘야구의 길’에서 많은 것을 얻고 느꼈으며 자신의 뒤에 그 길을 가는 후배들이 자신이 겪었던 그 시행착오를 되풀이하지 않는 걸 원한다고 했다. 그리고 그렇게 하려면 자신이 그 경험담을 ‘가능하면 많이’ 설명해 줄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그는 2011년부터 경기도 고양시와 협력해 ‘캠프61’이라는 유소년 야구캠프를 8년째 하고 있다. 매년 100여 명의 유소년 야구 선수들이 모여 1박 2일 동안 함께 야구의 시간을 갖는다. 프로 현역에 있는 다른 쟁쟁한 후배들이 함께 강사로 나선다.  
 
박찬호는 이 시간이 되면 빼놓지 않고 하는 얘기가 있다. “자기 생각을 분명하게 말하는 태도를 가지라”는 것이다. 그는 이렇게 말한다.  
 
“제가 어렸을 때 야구를 시작하고 가장 두려웠던 게 저를 좋아하는 사람을 실망시키는 것이었어요. 우선 부모님, 감독님, 선배님… 이런 분들은 제가 실수를 하거나 잘하지 못하면 실망하고 때론 화를 내고, 다시 실패하지 말라고 벌을 주고 그랬습니다. 그럼 저는 자칫 제가 하는 행동이 옳지 않을까 싶어, 혼날까 봐 더 소극적으로 뒤로 숨고 그랬던 것 같아요.  
 
그러나 미국에서 유소년 야구를 접하게 되었을 때 제가 했던 것과 다른 태도를 보고 크게 놀랐습니다. 궁금한 것은 물어보고, 자기 생각을 분명하게 설명하는 태도입니다.  
 
그래서 캠프에 참가하는 유소년 한 명 한 명에게 질문하고 대답하는 시간을 가집니다. 이만수 감독님과 TV 출연을 했을 때도 학생선수들을 상대로 그런 말을 했어요. 답이 맞는지 틀리는지를 가정하지 말고 자기 생각을 분명하게 말하는 것이 중요하다. 실수해도 괜찮다. 더 중요한 가치가 그 과정에 있다는 겁니다.”
 

한화 이글스 후배들에게-“아는 것이 힘”
 
온갖 참견과 수다를 마다하지 않는 박찬호의 이미지를 살린 광고들.

온갖 참견과 수다를 마다하지 않는 박찬호의 이미지를 살린 광고들.

한화 이글스 시절 그는 후배 투수들과 덕아웃에서, 불펜에서 틈만 나면 대화를 했다. 투머치토커와 관련된 포스팅에 자주 인용되는 사진도 있다. 그는 말한다.  
 
“‘포심 패스트볼과 투심 패스트볼이 어떻게 다르지?’라고 제가 물으면 대부분 대충 대답했습니다. ‘포심은 떠오르고, 투심은 가라앉는 거 아닌가요?’라고 되묻는 정도였어요.  
 
그러면 제 차례가 됩니다. 그때부터 투머치토커가 되는 거죠. 공을 쥐는 손동작과 함께 설명합니다. ‘포심 잡은 공이 한 바퀴 회전할 때, 공의 실밥이 공기와 만나는 횟수가 네 번이 되잖아. 투심은? 실밥을 나란히 잡으니까 공이 한 바퀴 돌 때 공기와 실밥이 두 번 만나지. 그래서 포심은 공이 똑바로 가고, 투심은 가라앉게 되는 거야’라는 식이죠.  
 
우리 선수들은 어떤 변화구가 어떤 상황에서 필요한지는 알아도, 그 공의 구질이 왜 그렇게 변하는지를 제대로 알 기회가 없었던 것 같습니다. 그저 커브는 떨어지고, 슬라이더는 휘어진다. 그 공은 이렇게 던진다 이 정도에요. 중요한 것은 그 이론을 알면 창의력이 생겨서 나만의 변화구를 이렇게 저렇게 시험해 보고, 스스로 자신에게 맞는 또 다른 패턴을 찾을 수 있다는 겁니다.  
 
요즘 자랑스러운 후배 류현진이 던지는 체인지업, 커터 등은 그 구질에 대한 충분한 이해를 바탕으로 자신만의 노하우가 보태져 더욱 위력적인 것 같습니다. 그래서 아마도 경기를 거듭할수록 류현진의 위력은 더 강해질 겁니다.  
 
우리는 쉽게 멘탈, 멘탈 하는 데 제가 이해하는 그 멘탈은 지식이 기초가 되지 않으면 그저 근성에 지나지 않습니다. 뭐든 제대로 알고 그 정보를 지식으로 만들어야 그다음 레벨로 올라갈 수 있고, 그 맨 꼭대기가 메이저리그라고 봅니다. 실제로 메이저리그 선수들은 엄청난 노력을 하고 그 대부분은 맹목적인 훈련이 아니라 구체적인 공부를 합니다.”
  
스포츠 팬에게- “품격있는 응원 문화를”
 
지난달 박찬호가 한국에 왔을 때 참가한 한 행사에 한 무리의 야구선수들이 길게 줄을 섰다. 레전드로 불리는 그의 사인을 받기 위해서였다. 박찬호는 그 숫자가 아무리 많아도 한 명 한 명 사인해 주는 것으로 잘 알려져 있다. 그런 그가 그날은 사인해 주다가 돌아서는 선수를 다시 불러 세웠다. 그리고는 훈계처럼 따끔하게 한마디를 했다. “따라 해 봐, ‘고맙습니다!’” 그 선수는 박찬호가 시키는 대로 “고맙습니다”라고 말한 뒤에 자리로 돌아갔다. 그냥 넘어갈 수도 있는 데 역시 투머치토커다운 행동이었다. 이 장면에 관해 물었다. 굳이 그렇게 한 이유가 뭐냐고.  
 
“많은 팬들이 선수들의 사인 문화에 대해 지적합니다. 맞는 지적이지만 한편으로는 사인해 주는 사람의 입장도 생각해 주면 더 고마울 것 같아요. 자신이 필요한 사인을 받았을 때 감사한 마음을 갖는 것, 그리고 그 마음을 표현해서 상대를 배려하는 것은 아주 자연스러운 주고받음, 나눔 아닐까요.
 
미국에서 유학생들에게 사인해 주면서 잔소리도 자주 했습니다. 서로 위해 주고 아껴 주는 게 애국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제 한양대 선배 류중일 LG 감독님도 그런 말씀을 하신 적이 있습니다. 우리 프로야구 선수들이 팬 서비스에 대해 좀 더 친절할 필요도 있지만, 사인을 받거나 사진을 찍는 팬들 역시 기본적인 예의는 지켜 주면 좋겠다는 의견이셨죠. 그렇게 서로를 배려하는 에티켓에서 성숙한 야구 문화가 만들어지고, 우리 프로야구도 발전한다고 봅니다.”
 
아주 당연한 말들이다. 그러나 나서서 말하는 사람은 많지 않은 게 현실이기도 하다. 그는 유소년의 야구환경부터 프로야구의 팬 문화까지 자신이 경험한 곳의 좋은 점을 배우고 우리가 부족한 점을 채워서 더 좋게 만들기를 원한다. 그래서 끊임없이 말하려 한다. 그가 투머치토커라는 ‘우리 시대의 피에로’를 자청한 이유다.
 
이태일 전 중앙일보 야구전문기자
중앙일보 야구전문기자를 거쳐 인터넷 네이버 스포츠실장을 지냈다. 프로야구 NC 다이노스 대표이사로 7년간 재직한 뒤 지금은 데이터업체 스포츠투아이 대표로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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