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eLoad Image preLoad Image
검색 바로가기
주메뉴 바로가기
주요 기사 바로가기
다른 기사, 광고영역 바로가기
중앙일보 사이트맵 바로가기
닫기
닫기

남의 대륙에서 때 아닌 쿠키전쟁, '진짜' 덴마크 쿠키는?

5월 13일, 베이징하이뎬법원(北京海淀法院)은 공식 사이트에 다음과 같은 소송문이 떴다.
 
“황관 덴마크 쿠키(皇冠丹麦曲奇; 영문명, Danisa | 이하, 다니사) 출시 기업, ‘덴마크 다니사 특색식품유한공사(丹麦丹尼诗特色食品有限公司)’와 판매상이 불공정거래를 사유로 ‘덴마크지신란관유한공사(丹麦奇新蓝罐有限公司)’ 등 6 곳의 덴마크 란관(丹麦蓝罐; 영문명, Kjeldsens | 이하, 켈드즌)쿠키의 생산상(生产商), 수출입상(进出口商), 판매상(经销商)을 대상으로 소송을 제기하였다. 또한 피해 보상으로 3천만 위안(약 51억 원)의 배상금을 요구했다.”
다니사(Danisa) 쿠키와 켈드즌(Kjeldsens) 쿠키 [출처 소후닷컴]

다니사(Danisa) 쿠키와 켈드즌(Kjeldsens) 쿠키 [출처 소후닷컴]

법원은 위의 소송 건을 접수하여 조사를 진행 중이다. 다니사와 켈드즌의 ‘덴마크 쿠키’ 상표 전쟁은 오래 전부터 지속되었는데, 앞서 다니사는 켈드즌에게 200만 위안(약 3억 원) 상당의 배상금을 지불한 바 있다.
 
누가 과연 진정한 덴마크 쿠키일까?
 
쿠키 전쟁의 서막
법원 지정만 1년?!
 
다니사와 켈드즌은 중국 시장에 들어온지 수년이 지났지만 포장과 사이즈, 심지어 내용물까지 비슷해 구별이 쉽지 않다. 이들은 2015년부터 상표권 전쟁을 계속하고 있다.  
'우리는 정통 덴마크쿠키'라고 광고하는 다니사 쿠키를 조롱하는 켈드즌 쿠키 공식 웨이보 광고 문구 [출처 켈드즌(Kjeldsens) 공식웨이보]

'우리는 정통 덴마크쿠키'라고 광고하는 다니사 쿠키를 조롱하는 켈드즌 쿠키 공식 웨이보 광고 문구 [출처 켈드즌(Kjeldsens) 공식웨이보]

2015년 켈드즌은 불공정거래를 이유로 다니사 쿠키의 판매상인 유이자(尤益嘉)를 고소했다. 법원의 재정서(裁定书)에 의하면 켈드즌은 “유이자가 수입 판매한 다니사 쿠키가 허위 광고는 물론, 켈드즌 쿠키와 비슷한 포장을 사용하여 지적재산권을 침해했다”고 주장했다.
 
이들의 싸움은 처음부터 심상치 않게 진행된다.
 
처음에 북경지적재산권법원(北京知识产权法院)이 심리를 담당했다. 심리 과정 중 두 브랜드 모두 관할 지역에 대해 문제를 제기했다. 각자에게 유리한 지역에서 담당하길 바란 것이다. 난감했던 법원은 해당 안건을 “1심법원이 위치한 지역의 인민법원(基层人民法院) 으로 넘긴다”고 판결했다.
 
이에 불복한 유이자는 북경시고급인민법원(北京市高级人民法院)에 자사가 있는 관할 지역 법원으로 옮겨 달라고 상소했다. 그러나 북경시고급인민법원은 2016년 1월, 앞서 북경지적재산권법원이 판결한대로 1심법원이 위치한 북경시석경산구인민법원(北京市石景山区人民法院)을 관할 법원으로 지정했다.
 
관할 법원을 지정하는 데만 1년이 걸린 것이다.
 
북경시석경산구인민법원은 2018년 1월 드디어 1심 판결을 내렸다. 판결문(判决书)에 따라 유이자는 ‘황가(皇家)’, ‘덴마크 황실 납품(丹麦皇室御用)’ 등 허위 광고 문구를 없애고, 켈드즌에게 200만 위안 상당의 경제적 손실에 대해 배상했다.
 
나만 당하라고? 절대 안되지. “눈에는 눈, 이에는 이”
1년 후, 이번에는 다니사 쿠키가 켈드즌 쿠키와 관련된 기업들을 향해 ‘같은 사유(부정당거래)’로 고소했다. 이른바 맞불작전이다.
 
다니사는 “켈드즌 쿠키가 광고 중 *최상급 표현(极限用语; 극한용어)과 허위사실을 유포한다”고 고소했다. 켈드즌 쿠키는 ‘1933년부터 시작(源自1933年)’ 되었으며, ‘백년 역사(百年历史)’를 지닌 기업이라 광고한다. 이들 주장에는 큰 구멍이 있다. 1933년부터 시작했다 해도 아직 100년(소송 당한 2018년 기준)이 되지 않았다.
 
*2015년 개정된 중국 광고법에서는 최상급 표현을 사용할 수 없다고 밝히며 관련 처벌이 강화되었다. 최상급 표현으로는 '최대, 제일, 유일, 최고, 최저, 최신기술, 최저가, 최신, 절대, 영구, 만능' 등이 있다.
 
게다가 ‘켈드즌 쿠키가 시작된 이래로, 몇 대에 걸쳐 덴마크 황실과 함께 성장했다(丹麦蓝罐自诞生以来,陪伴几代丹麦皇室成长)’고 공식 홈페이지에서 광고하지만, 실제로 켈드즌 쿠키가 덴마크 황실에 납품된 것은 2009년부터다.
 
현재 하이뎬법원은 심리를 진행 중인데, 앞서 진행되었던 소송이 3년에 걸쳐 판결이 난 것을 생각하면 이번에는 과연 얼마나 기다려야 할지 알 수 없다.
 
그래서.. 누가 진짜 '덴마크산'인데?
인도네시아에서 건너 온 ‘덴마크 쿠키’
다니사(Danisa) 쿠키 [출처 다니사(Danisa) 중국 공식 홈페이지]

다니사(Danisa) 쿠키 [출처 다니사(Danisa) 중국 공식 홈페이지]

법제만보(法制晚报)에 따르면 1988년 5월 1일 다니사가 덴마크에 상표를 등록했다. 당시 기록에 ‘인도네시아 식품업체 마요라(Mayora Group)가 덴마크 기업으로부터 모든 판권을 인수받았다’고 했다. 재미있는 점은 마요라가 다니사를 중국에 들여와서 ‘황관(皇冠)’이라는 중문명으로 등록한 것은 1986년이다.
 
덴마크 쿠키라고 자부하는 기업의 중국 상품 등록일이 덴마크 상표 등록일보다 2년이나 앞서다니, 이게 무슨 모순이란 말인가. 문제점을 인식한 것인지 해당 내용은 이미 공식 홈페이지에서 사라졌고, 현재는 ‘20세기 중국에 들어온 쿠키’라고 간단히 소개한다.
 
다니사 공식 홈페이지에서 다니사 쿠키를 만드는 글로벌 공장은 단 2개뿐이라고 한다. 하나는 인도네시아에서 마요라 주관 하에 생산되고, 나머지는 덴마크에 있다. 다니사는 인도네시아 공장의 제조 공정은 덴마크와 똑같다고 주장한다. 이렇게 인도네시아에서 생산된 쿠키는 주로 중국을 비롯한 아시아에 유통 된다.
 
유통 비용을 절감하기 위해 인도네시아 공장을 이용하지만 생각보다 효과가 크지는 않은 듯 하다. 중국 산둥(山东)성 제남(济南)시 제양(济阳)현 정부는 얼마 전 덴마크의 다니사 본사와 협약을 맺어 제양현에 공장을 짓기로 했다. 공장 설립 후 중국인들은 더 저렴하고 신선한 쿠키를 맛볼 수 있겠지만, 중국에서 생산한 덴마크 쿠키를 소비자들이 반길지는 보장할 수 없다.
 
‘정통성’을 지닌 덴마크 쿠키
왼쪽부터 켈드즌(Kjeldsens) 쿠키 [출처 켈드즌 공식 홈페이지] / 덴마크 여왕 마르그레테 2세(Margrethe II) [출처 바이두백과]

왼쪽부터 켈드즌(Kjeldsens) 쿠키 [출처 켈드즌 공식 홈페이지] / 덴마크 여왕 마르그레테 2세(Margrethe II) [출처 바이두백과]

복잡한 역사를 가진 다니사에 비해 켈드즌은 상대적으로 ‘정통성’을 지녔다.
 
켈드즌 쿠키의 브랜드는 덴마크 식품 기업 켈슨(Kelsen)에 속하며, 아시아 시장이 주요 타깃이다. 덴마크 공식 여행 홈페이지에 켈슨은 “세계적으로 유명한 덴마크 쿠키 생산 기업”이라고 표현되어 있다. 켈슨은 ‘로얄단스크(Royal Dansk), 코펜하겐(Copenhagen) 등 유럽과 미국 시장을 겨눈 쿠키 브랜드’도 보유하고 있다.
 
켈드즌 쿠키 본사는 홍콩에 있으며, 중국 명은 단마이치신란관취지홍콩유한공사(丹麦奇新蓝罐曲奇香港有限公司)로 1982년 2월 26일 설립되었다. 다니사 쿠키보다 중국에 ‘먼저’ 들어왔다고 할 수 있다. 켈드즌은 황실 납품 사실을 증명이라도 하듯이 2009년 덴마크 여왕 마르그레테 2세(Margrethe II)에게 납품 사실을 인정 받았다. 켈드즌 쿠키가 ‘진짜’ 정통성 있는 덴마크 쿠키임이 드러난 셈이다.
 
그런데 아이러니한 상황이 연출된다. 중국에서 ‘정통 덴마크 쿠키’가 밀리고 있다.
 
다니사 쿠키는 2009년 잡지가 선정한 ‘상하이시 일용소비재 베스트셀러(上海市快速消费品年度畅销金品)’ 자리를 차지했다. 연 매출 수억 위안을 기록하며, 중국 시장에 먼저 진출한 쿠키 기업들의 매출액을 제쳤다. 닐슨(Nielson)과 어우루이(欧睿) 등에 따르면 다니사 쿠키의 중국 판매량은 2012년부터 연속 상위권을 차지했다.
 
매출뿐만이 아니다. 2015년부터 다니사 쿠키는 덴마크 국가 배드민턴 팀의 공식 파트너가 되었다.
2016년 중국 오픈 베드민턴 덴마크(2016 China Open Badminton Denmark) 공식 파트너 다니사(Danisa) 쿠키 [출처 봉황망]

2016년 중국 오픈 베드민턴 덴마크(2016 China Open Badminton Denmark) 공식 파트너 다니사(Danisa) 쿠키 [출처 봉황망]

‘진짜’ 덴마크 쿠키라는 진위 여부를 두고 서로 겨루는 와중에 켈드즌 쿠키의 모회사 켈슨은 2013년 8월 미국의 유명 기업 캠벨수프(Campbell Soup Co.)에 인수되었다. 캠벨은 켈슨을 인수한 후, 란관진바오상해관리유한공사(蓝罐金宝上海管理有限公司)를 설립하여 중국 유통을 담당했다. 나름 정통성을 자부했던 이들도 더 이상 완전한 ‘덴마크 쿠키’라고 부를 수 없게 되었다.
 
이들의 인수 배경에는 켈드즌의 중국 시장 점유율이 있다고 하는데, 생각보다 중국 실적이 그다지 좋지 못하자 캠벨은 슬슬 발을 빼고 있다. 그런데 다니사가 그새를 참지 못하고 맞불작전으로 소송을 한 셈이다. 이미 중국 시장에서 몸집을 키운 다니사로부터 켈드즌이 정통성을 지킬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글 차이나랩 이주리 에디터 
AD
온라인 구독신청 지면 구독신청

PHOTO & VIDEO

shpping&life

많이 본 기사

댓글 많은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