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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중토크①] 정우성 "'만장일치' 백상 대상, 진심으로 행복했어요"


"진심으로, 행복합니다"

지난 25년간 수 많은 작품을 통해 관객들에게 즐거움을 선사한 정우성(47)이 이번엔 역으로 행복함을 선물 받았다. 제55회 백상예술대상 영화부문 영예의 대상. 정우성의 배우 인생에 또 하나의 의미있는 페이지가 장식됐다. 현재 버전 정우성 수상내역의 시작과 끝을 채우고 있는 백상예술대상이다. 1996년 32회 백상에서 TV부문 신인연기상을 수상한 후 꼬박 23년만에 다시 백상 트로피를 품에 안았다. 영화부문에서는 첫 수상이 곧 대상이 된 셈. 정우성에게는 쌓이고 쌓였을 인기상 트로피조차 백상은 단 한번도 안겨주지 않았다. 오랜 기다림 끝에 '만장일치' 한 방이 있었다.

시상식 후 한 달만에 취중토크를 위해 다시 만난 정우성이다. 대상 기쁨의 회포를 푼 그 장소, 그 자리에 이번에는 '대상 정우성' 이름이 새겨진 진짜 트로피를 들고 앉았다. 사진 촬영 후 트로피를 정리하려는 매니저들의 손을 막아선 정우성은 "기분 좀 내자!"며 인터뷰가 끝날 때까지 손이 닿는 거리에 트로피를 고정시켰다. "이 상이 주는 의미에 대해서는 여전히 결론 내리지 못했다"는 속내와 함께 한 번씩 트로피를 쓰다듬는 정우성의 애틋한 손길과 표정에서 그의 진심을 엿볼 수 있었다.

MBC '전지적 참견 시점'에 출연하며 '정우성 매니저'로 인지도를 높인 아티스트컴퍼니 최혁제 과장도 취중토크 자리를 함께 했다. 정우성 대상 수상 후 백스테이지에서 울컥하며 정우성을 끌어 안은 최혁제 과장의 축하 인사는 관계자들 사이에서 소소한 명장면으로 남아있다. 최혁제 과장의 소감 역시 안 물어볼 수 없는 노릇. 최혁제 과장은 "심장이 터질 것 같기도 했고, 심장이 멎는 것 같기도 했다"며 "당연히 응원하고 있었지만 진짜 이름이 들리니까 나도 모르게 울컥하게 되더라. 참으려고 노력했는데 눈물이 찼던 것 같다"고 털어놔 웃음을 자아냈다.

분위기는 화기애애 했지만 언제나 그랬듯 정우성의 답변은 신중했고, 이야기는 진중했다. 취기에 털어놓은 속내조차 더 깊이 있으면 깊이 있었지 허술함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었다. 나름의 속상함과 고충을 슬쩍 내비치면서도 결국엔 제 책임으로 떠넘겨 버리는 도돌이표다. 정우성의 노력이 뒤섞인 세월의 흔적은 조각같은 외모만큼 그가 풍기는 '사람 냄새'에 주목하게 만든다. 단단하고 옹골찬 마음가짐. 정우성은 어느덧 그 자체로 상징이 됐다.

몇 잔인지, 몇 병인지 헤아릴 수 없을 정도로 맥주와 소주를 번갈아 마시는 목넘김은 그의 미소만큼 시원시원했다. 가만히 있어도 존재감 넘치는 삶, 흘러가는 분위기에 맞춰 게임까지 마다하지 않는 친근함은 오히려 인간적 품격을 느끼게 한다. 가장 빨리 취해 귀가 조치가 앞당졌을 때도 깍듯한 악수와 인사는 잊지 않는 매너에 결국 두 손 두 발 다 들었던 시간. 완벽에 완벽을 덧칠하고 있는 배우 정우성이 걷는 길엔 지지와 응원을 보낼 수 밖에 없다.

 





-취중토크 공식질문입니다. 주량이 어떻게 되나요.

"몇 병으로 세어 본 적은 없어요. 한창 마실 때도 '몇 시간 마셨나' 시간으로 따졌으니까요. 새벽내내 마시다가 해뜰 때 들어가는 경우도 많았죠. 지금은 그렇게까지는 못 마셔요. 식사할 때 반주 정도 걸치는게 대부분이에요. 가볍게. 기분 좋을 정도만요."
 
-주종은요.

"종류는 안 가려요. 있으면 다 잘 마시는 스타일이에요. 아무래도 소주를 제일 많이 마시긴 하죠."
 
-주사도 있나요.

"많이 마실 때는 무조건 잠들었고, 요즘에는 그 직전에 고개를 푹 숙인 채 '들어가자~' 해요. 그리고 신나면 옆에 있는 남자들한테 그렇게 뽀뽀를 하죠. 하하. 우리 매니저들 중에서 제 뽀뽀 안 받아 본 사람이 드물걸요.(웃음)"
 
-3년을 기다린 취중토크예요. 트로피와 맞바꿀 수 있는 자리였네요.

"하하. 그럼 제 수상을 3년간 응원해 주신건가요? 감사해요."
 
 

-55회 백상예술대상 영화부문 대상 주인공이 됐죠. 조금은 예상 했나요.

"아뇨. 진심으로 전혀요. 최우수남자연기상 후보에 올랐기 때문에 딱 거기까지만 생각했어요. 후보에 올랐으니 누구든 '혹시?' 할 수 있잖아요. 저도 그런 마음이었죠. 이성민 씨 이름이 불리면서 그 때부터는 '오늘도 조용히 집에 가자, 가기 전에 소주 딱 한 잔만 하자'고 혼자 다짐하면서 홀가분하게 다 내려놓고 있었죠. 김혜자 선생님의 너무나 멋진 수상 소감에 몰입도는 최고였어요. 그 후에 제 이름이 불려서 당황하기도 했고요."
 
-호명 된 순간은 어땠나요.

"잠시 멈칫 했던 것 같아요. '무슨 일이 일어난거지?' 하면서 주변을 슬쩍 둘러보게 되더라고요. 사실 대상이 TV부문과 영화부문으로 나뉘어져 있다는 걸 미처 생각하지 못했어요. 혜자 선생님이 호명되고 무대에 올라가셨을 때 '이제 끝났다' 하면서 소감을 경청하고 있는데, 어느 순간 갑자기 혜자 선생님 뒤쪽 화면에 'TV부문'이라고 쓰여진 글자가 엄청 크게 보이는 거예요. 하하. 왜 그랬나 모르겠어요. 근데 그때도 '아, 영화부문은 따로 있었지. 하나 더 남았네'라고만 생각했지 그 이상의 뭔가는 상상조차 못했죠. 내가 놀랐다는 것도 모를 정도로 놀란 순간이었어요."
 
-그럼에도 멋진 수상소감을 남겼죠. 특히 향기 씨에게 남긴 '너는 그 어떤 누구보다도 완벽한 나의 파트너였어'라는 한 마디가 큰 화제를 모았어요.

"그런가요? 다행이네.(웃음) 전 머릿속에 혜자 선생님이 너무 강렬하게 남아 있어서 그 뒤에 받는다는게 굉장히 부담스러웠어요. 어쨌든 제 이름이 불렸고, 저는 걸어 나가고 있었고, 그 찰나의 시간 '정신 차리자. 해야 할 말 빨리 정리하자' 했죠. 하하. 우리 향기 씨에게 했던 말은 사실 최우수남자연기상을 받게 된다면 꼭 해주고 싶어 준비해뒀던 유일한 소감이었어요. 제 진심이기도 했고요. 그걸 대상 무대에서 하게 될 줄은 몰랐지만요."
 
 

-향기 씨의 눈물이 수상의 기쁨을 더했죠.

"향기가 그렇게까지 울고 있는 줄은 몰랐어요. 나중에 알고 많이 고마웠죠. 작품에서 함께 연기한 선배가 상을 받아 기쁜 것도 있었겠지만, 영화 속 지우의 마음으로 저를 바라봐 줬던 것 아닌가 싶어요. 우리는 같이 연기를 했으니까 어떤 마음이었는지 잘 알잖아요. 아, 무대에서 우리 팀 자리를 보는데 향기 얼굴만 이~만큼 크게 보이는 거예요. 못 찾을 줄 알았는데 한 번에 보여서 신기했어요."
 
-상 복 없는 배우 중 한 명이었어요. 연기상보단 인기상을 더 많이 수상했죠.

"그걸 이렇게 한 방에 터뜨릴 줄이야.(웃음) 시상식 끝나고 얼마 후에 (설)경구 형과 오랜만에 술을 마실 기회가 있었어요. '너무 일찍 받은 것 같다'고 하니까 형이 그러더라고요. '난 신인상 받고, 바로 대상 받고, 다시 주연상 받을 때까지 10년 넘게 걸렸다. 넌 더 빠르게 하나하나 채우게 될거다.' 누구나 상이 목표는 아니지만 많은 걸 내포하고 있는 말이었어요. 형은 신인 때부터 엄청나게 강렬한 주목을 받았잖아요. 그 후 시간들이 형에게는 어떤 의미였을지, 또 지금까지 내 시간들은 어땠는지 되돌아 볼 수 있었죠."
 
-정우성의 대상, '증인'이라는 작품으로 받은 대상은 분명 '센세이션한 결과'였다는 평도 많아요. 

"250만 관객 분들에게도 드리는 말이지만, 좋은 작품의 가치를 놓치지 않아줘서 감사해요. '증인'은 일말의 고민도 없이 선택한 영화였고, 배우라는 직업을 떠나 사람으로서 많은 것들을 깨우치고 배울 수 있는 작품이었어요. '중졸이 무슨 변호사야'라는 말도 많이 들었지만(웃음) 진심에 학벌이 무슨 소용이에요. 그 또한 편견이죠. 표현은 누구나 할 수 있어요. '증인'이 담은 메시지처럼 조금이나마 편견의 경계가 낮아질 수 있다면 그것만으로 그 가치는 충분하다고 생각해요.

그리고 상은 심사위원들의 성향에 따라 늘 달라질 수 있잖아요. 후보에 올랐을 땐 이미 저마다의 이유와 강점이 있을 것이고 그 높낮이는 큰 차이가 없을 거예요. 다만 어느 쪽에 조금 더 중점을 두느냐에 따라 결과가 판가름 나겠죠. 때론 오로지 연기가 될 수도 있고, 때론 시대 정신 혹은 의미나 메시지, 작품과의 융화 등이 될 수도 있을 거예요. 그럼에도 저 역시 예측못한 결과는 센세이션 맞네요.(웃음)" 
 
-'만장일치 대상' 심사평은 혹시 봤나요.

"정독했죠. 하하. 저 솔직히 그거 보면서 되게 기분 좋았어요. 그 전까지는 계속 어안이 벙벙 했는데 그 걸출한 작품들과 배우들 가운데 만장일치라뇨. 혼자 히죽히죽 웃었네요. 이제 더 바랄게 없어요."
 
-영화계에서 정우성은 어떤 상징적 존재가 된 것 같아요. 많은 분들이 이번 수상을 본인 일처럼 기뻐했고요.

"내가 너무 오래 기다리게 했나? 하하. 알게 모르게 생방송으로 다 지켜보고 계셨더라고요. 진짜 감사하죠. 애정을 주고 받는다는건 그만큼의 신뢰가 필요한 일이기도 하니까요. 다만 어떤 틀에 갇히고 싶지는 않아요. '넌 이렇게 해 왔고, 사람들이 이렇게 바라보고 있으니까 이렇게만 해야 돼'라는 건 계속 탈피하고 싶어요. 책임감은 느끼지만 그걸 강박으로 받아 들이지는 않으려고요. 결국 제가 해야 하고 할 수 있는 건 작품과 연기니까요."
 
 

-올해는 트로피도 바뀌었고 상금도 생겼어요.

"그러니까요. 트로피가 달라져서 계속 한번씩 쳐다보게 되네요. 날카로워졌어.(웃음) 상금은 받은 액수만큼 의미있는 곳에 기부 하려고 해요. 어디에 어떻게 할지는 아직 고민 중이에요. 소속사 식구들에 대한 고마움은 사비로 보여주면 되죠. 기대해. 하하."
 
-상의 무게감을 알아주는 것 같아 고맙기도 했어요. 정우성에게 이번 대상은 어떤 의미로 남게 될까요.

"모르겠어요. 거기에 대해선 아직 명확한 정답을 내리지 못했어요. 사실 수상 후 현장의 기억이 온전히 남아있지는 않아요. 축하 인사를 받고 사진을 찍는데도 실감이 나지 않았거든요. 백스테이지로 내려와 기다리고 있던 소속사 식구들과 인사 하려는데 (최)혁재 매니저가 울먹이는 얼굴로 저에게 팍 안기더라고요. 그 때 '아!' 했던 것 같아요.

당일 뒤풀이 장소로 향하는 차 안에 올라 타서야 많은 질문들이 떠올랐어요. '지금 이 상을 주면 나한테 어쩌라는거지?' '난 어떻게 해야 하지?' 마냥 기뻐할 수도 없어서 '당분간 술자리 많겠다'는 말을 많이 들었지만 오히려 더 조용히 지냈죠. 아마 앞으로도 큰 변화는 없을 것이고, 현재까지는 '살던대로 살자'가 결론이에요.(웃음) 살던대로 살다 보면 또 좋은 날이 있겠죠. 무엇보다 그 의미는 저를 지켜보는 분들이 찾아 주는게 맞는 것 같기도 하고요. 제가 보여드릴 행보가 곧 답이 되지 않을까요."
 
-스스로 조각피자가 된 문세윤 씨에게 한 마디 한다면요.

"본인을 낮추어 앞에 있는 사람을 띄워 준 문세윤 씨는 그 어떤 조각보다 '멋진' 남자입니다!"




>>[취중토크②] 에서 계속

조연경 기자
사진·영상=박세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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