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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00만원 받은 대학생 강연 사업, 수강생 노인뿐

보조금 관련 이미지. [중앙포토]

보조금 관련 이미지. [중앙포토]

#1. ‘지방대학 캠퍼스를 청렴 사회의 거점화로 구축 운동’. 한 시민단체가 지난해 수행한 국고보조사업이다. 이 단체는 지방대학 학생 4000명을 대상으로 청렴을 주제로 한 강연 등을 할 것이라며 행정안전부로부터 국고보조금 3000만원을 받았다. 지난해 6월(강원대)과 10월(서라벌대) 강연을 열기는 했다. 하지만 수강생이 학생들인 건 아니었다. 지인의 부탁으로 강연했다는 강원대의 한 교수는 “학생은 없었고 단체 회원으로 보이는 노인들 이삼십 명이 전부였다”고 말했다. 강원대 측은 “행사가 열린 강의실 대관료는 없었다”고 밝혔다. 이 단체는 서라벌대에서 연 행사에 국악인을 불러 공연까지 했다.  
 
#2. A 기초단체 산하의 B 연구센터는 지난해 ‘지역주도형 청년 일자리 사업’으로 직원 4명을 채용했다. 행정안전부가 추진하는 이 사업은 지역에서 일자리를 찾는 청년에게 2년간 연 2400만원의 임금을 지원하는 국고보조사업이다. 올해 전국 지방자치단체에 지원되는 국비만 2082억원이다. 그런데 B 연구센터에 취업한 청년 4명 중 3명은 이 지역 경찰관과 공무원의 자녀였다. 이들을 채용할 당시 면접관도 A 기초단체 공무원들이었다. 익명을 원한 한 기초단체 관계자는 “누구누구 자녀가 지역주도형 일자리 사업으로 취업했다는 소문이 파다했다”며 “우리 지역만의 문제는 아닐 것”이라고 말했다. 
 
# 장애인 관련 사단법인을 운영하던 C씨는 장애인을 대상으로 관광 정보를 제공하는 사업에 쓴다며 2억원의 국고보조금을 타낸 뒤 다른 업체와 짜고 카드 결제 후 현금을 돌려받는 식으로 3000만원을 빼돌렸다. C씨는 이 돈으로 승용차를 구입했다가 적발됐다. D대학의 한 부총장은 연구비에 써야 할 국고보조금 중 3000만원을 빼돌려 입시 홍보에 사용하라라고 지시한 혐의로 지난해 말 벌금형을 받았다. 
 
국고보조금이 낭비·악용·부정수급 된 사례다. 크고 작은 국고보조사업이 전국에서 진행되지만 '왜 이런데 나랏돈을 지원해야 하는지' 의심되는 사례는 한두 건이 아니다. 중앙정부나 지방자치단체는 관리·감독을 제대로 하고 있을까.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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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탐사하다 by 중앙일보’가 전국 226곳 기초자치단체와 제주특별자치도·세종자치시에 정보공개 청구를 해 국고보조금 부정수급 규모를 파악했다. 조사 결과 5년 동안(2014~2018년) 493억 1095만원이었다.
 
2014년 67억7625만원 수준이던 것이 이듬해 131억5697만원으로 가파르게 늘었다가, 2016년 112억5217만원, 2017년 100억7121만원으로 완만하게 줄었다. 지난해에 발생한 부정수급의 경우 올해 3월까지 파악된 금액만 80억5433만원이다.
 
보조금을 부정하게 수급하면 처벌과는 별도로 해당 금액을 반환해야 하지만, 환수하지 못한 부정수급금 누적액은 점차 늘어나고 있다. [국고보조금통합관리시스템 'e-나라도움' 홈페이지 캡쳐]

보조금을 부정하게 수급하면 처벌과는 별도로 해당 금액을 반환해야 하지만, 환수하지 못한 부정수급금 누적액은 점차 늘어나고 있다. [국고보조금통합관리시스템 'e-나라도움' 홈페이지 캡쳐]

국고보조금을 부정하게 수급한 것으로 밝혀지면 해당 금액은 국고로 환수돼야 한다. 하지만 돌려받지 못한 돈이 5년간 173억2349만원에 달한다. 5년 전, 4년 전인 2014년과 2015년의 미환수금액만 각각 11억6942만원, 62억4824만원이다.
 
493억은 '빙산의 일각'일까…부정 숨기는 지자체들
실제 규모는 그러나 이보다 클 수 있다.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부정수급을 공식적으로 밝히는 걸 원하는 곳은 없을 것이다”면서 “부정수급에 대해 보고 자체를 하지 않을 유인이 있다”고 말했다. 부정수급 규모를 축소하거나 비공개로 할 수 있다는 얘기다.

 
‘5년동안 부정수급이 한 건도 없었다’거나 ‘부정수급 현황을 알 수 없다’고 답한 곳은 228곳 중 51곳이었다. 경상남도 진주시도 “(부정수급) 해당 사항이 없다”고 답변한 곳이다. 하지만 진주시의회의 2017년 6월 행정 사무감사 회의록을 보면 “2015년부터 현재까지 국민기초생활보장 부정수급자 270명이 발각됐다”는 내용이 있다.  
 
진주시는 5년동안 국고보조금 부정수급 사례가 없었다고 응답했지만, 진주시의회 회의록에는 다른 내용들이 있었다. [정보공개포털 홈페이지 캡쳐]

진주시는 5년동안 국고보조금 부정수급 사례가 없었다고 응답했지만, 진주시의회 회의록에는 다른 내용들이 있었다. [정보공개포털 홈페이지 캡쳐]

진주시 감사팀 담당자는 "기초보장급여는 보조금 신청과 선정절차 등 없이 대상자가 되면 지급되는 것이어서 국고보조사업으로 분류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서울 동대문구도 5년 동안 부정수급이 한 건도 없었다고 답했으나, 2017년 6월과 2016년 11월 행정사무감사 회의록에는 “부정수급 체납분 6538만원이 체납돼 있다”, “부정수급자가 왜 아직도 발생하느냐”는 문답이 등장한다. 동대문구에서는 "국비를 받는 사업 중 사회보장적 성격을 갖는 수혜금에 대해선 국고보조금으로 분류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보조금 어떻게 집행되는지 아무도 관심 갖지 않는다”
애초 관리 책임이 느슨하게 퍼져있다. 그러니 책임을 묻기도 어려운 구조다. 기재부가 보조금을 관리할 책임을 지지만 개별 집행 관리 책임은 각 중앙관서장이 진다. 정부는 2017년부터 국고보조금통합관리시스템 ‘e나라도움’을 만들어 예산 낭비 방지 역할을 하겠다고 했다. 하지만 “부정지급이 의심되는 사업을 추출해 해당 사업에 대해 점검하는 수준”(기획재정부 관계자)에 그친다. 국민권익위원회·감사원·경찰청·검찰청 등에서도 국고보조금 부정수급을 조사·적발하는 역할을 하고 있지만, 민원이나 제보를 통해 사건을 인지하거나 특정 분야를 기획 감사하는 등 문제가 드러났을 때 움직이는 수준이다. 
 
국고보조금 특별수사 경험이 있는 한 경찰은 “평소에는 국고보조금이 어떻게 집행되는지 아무도 관심을 갖지 않는다”며 “경찰이든, 공무원이든 보조금 부정, 비리를 잡아내려는 의지가 없다면 밝혀내기 어렵다”고 말했다. 대구 달서구 김명수 보육팀장은 어린이집 보육료 부정수급 적발에 대해 “주로 내부 고발에서 비롯된 게 많다”며 “원장과 사이가 틀어진 교사가 증거를 모아뒀다가 퇴사한 후에 구청이나 경찰에 고발하는 식”이라고 설명했다. 
탐사보도팀=김태윤·최현주·문현경 기자 moon.h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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