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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폐지권고 받은 보훈회관 사업, 올해도 32억 배정

‘무함마드 무르시 이집트 전 대통령 사망 관련 안전공지’, ‘중국 충칭 지진 발생 관련 안전공지’….
 
외교부의 ‘해외안전여행’이나 한국관광공사의 ‘지구촌 스마트여행’ 웹사이트에서 공히 볼 수 있는 내용이다. 해외안전여행이 상대적으로 안전에, 스마트여행이 여행 정보에 치중했다는 게 차이라면 차이다. 2004년 말부터 운영된 해외안전여행과 달리 스마트여행은 2013년 9월 개통됐는데 문화체육관광부의 국고보조사업(대국민 국외여행 공적서비스) 형식이었다.
 
국고보조사업을 평가하는 ‘국고보조사업평가단’은 2015년 이 사업을 이듬해까지 폐지하라고 평가했다. “혜택·대상이 제한적이고 외교부의 업무와 중복성이 있다”는 등의 이유였다. 문체부는 그러나 지난해에도 5억4300만원의 보조금을 투입했다. 그 돈으로 관광공사는 모바일 앱을 개통하고 글로벌 에티켓이 담긴 7쪽짜리 홍보 책자(1만7000개)와 홍보 영상(1개)을 만들었으며 여행사들과 세 차례 간담회를 했다.
 
왼쪽부터 외교부의 ‘해외안전여행’, 한국관광공사의 ‘지구촌 스마트여행’ 웹사이트.

왼쪽부터 외교부의 ‘해외안전여행’, 한국관광공사의 ‘지구촌 스마트여행’ 웹사이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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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행 국고보조사업의 절반은 폐지하거나 사업 방식을 바꿔야 한다는 평가를 받았다. 하지만 폐지 평가에도 사업을 지속하거나 되레 보조금이 늘어난 사업이 있었다. 사업 이름만 바꿔 운용하기도 했다. ‘탐사하다 by 중앙일보’가 2015년부터 5년간 국고보조사업평가단이 작성한 국고보조사업 운용평가 보고서를 분석한 결과다.
 
기획재정부가 꾸린 평가단은 교수·연구원 같은 각 분야의 민간 전문가로 이뤄진다. 사업별로 3년마다 해당 사업을 지속할 것인지 점검하는데 매년 전체 사업의 평균 30% 정도를 평가한 보고서를 작성한다. 기재부는 이 보고서를 실제 예산 책정의 토대로 삼는다. 기재부 관계자는 “평가단의 보고서는 ‘권고’ 역할을 하지만 다음 해 예산 책정의 기본 자료로 활용하고 지적 사항은 확인한다”고 말했다.
 
지난 5년간 평가단이 ‘손을 봐야 한다’고 판단한 사업은 전체 평가 대상 사업(2933개)의 55.2%다. ^보조금 규모를 줄여야 한다는 ‘감축’은 23.5% ^사업 방식을 바꾸거나(21.6%), 통·폐합(3.2%)해야 한다고 본 사업이 24.8%였고 ^즉시(2.7%) 또는 단계적(4.2%)으로 폐지해야 한다는 사업도 6.9%(202건)였다.
 
이중 폐지 권고를 받은 202건의 10% 정도는 여전히 유지되는 것으로 파악됐다. 국가보훈처에서 진행하는 ‘지방 보훈회관 건립’ 사업은 2015년 당시 지난해까지 폐지하는 평가를 받았다. 평가단은 “수혜자가 한정적이고 사업선정 기준에 맞는 적절한 지원 대상 선정이 이뤄지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지만 이 사업엔 올해에도 32억5000만원의 예산이 책정됐다. 국가보훈처 담당자는 “일시급으로 지급하던 사업비를 2년에 걸쳐 나눠 지급하는 식의 변화가 있었다”고 말했다.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문체부가 지난해 8억8700만원을 쓴 ‘크루즈 관광활성화 사업’도 ‘폐지’ 꼬리표가 붙은 사업이다. 2015년 평가단은 “마케팅 활동 비용이 과다하고 크루즈 관광 사업의 수혜가 일부 지자체에만 집중됐다”며 2018년까지 폐지해야 한다고 권고했었다. 이 사업엔 그러나 올해에도 8억6700만원이 투입된다.
 
변호사시험 합격자를 대상으로 6개월간 실무연수를 지원하는 사업은 2015년 즉시 폐지하라는 평가를 받았다. ‘공적 지원금의 근본 목적에 비추어 변호사라는 개별 직업군에 국고보조지원의 필요성이나 다른 직업군과의 형평성에 의문이 든다’는 이유였다. 그러나 4년이 지난 올해도 여전히 예산(1억2750만원)이 잡혀있다. 그러는 사이 사업명은 변호사시험 합격자 실무연수지원에서 대한변호사협회 변호사시험 합격자 실무연수지원으로 바뀌었다. 법무부 담당자는 “국회에서 사업 종료까지 유예기간을 줬다”고 답했다. 
 
이들 사업이 ‘생존’할 수 있는 건 평가단의 결정에 강제성이 없어서다. 익명을 원한 기재부 관계자는 “기재부 내에서도 보조사업을 평가하는 부서와 집행하는 부서가 따로 있어 집행 부서와 협의가 잘 되면 사업 존속 여부나 예산 규모가 달라질 수 있다”고 말했다. 송상훈 경기연구원 공존사회연구실장은 “성과 평가를 해서 원래 목표와 달리 운영이 제대로 되지 않는다면 바로 사업을 중지할 수 있도록 출구전략이 있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평가단 운영 방식의 개선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있다. 현재 평가위원 한 명당 평균 7~8개 사업을 6개월 만에 평가한다. 익명을 요구한 한 평가위원은 “기존 업무를 하면서 업무 외 시간에 평가를 위한 조사를 해야 하는데 시간이 부족하고 최종 결정은 간사와 단장이 하는 구조라 평가 자체에 책임감이 떨어지기도 한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보조금 사업을 신설할 때부터 신중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한번 만들어진 사업은 없애기 쉽지 않아서다. 예컨대 사업이 없어지면 해당 사업을 담당했던 부서도 없어져 담당 공무원의 반발이 거세다. 보조금을 받아온 민간단체의 저항도 심하다. 
 
송헌재 서울시립대 교수는 “사업 운용 방식이 많고 보조금 사업 밑에 내역 사업, 세부 사업 등 가지 쳐 나가는 사업이 많아 관리가 어려운 만큼 단순화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김서용 아주대 행정학과 교수는 “사업 평가·시행 등이 각각 이뤄지고 있는데 전체를 보고 방향성을 잡아 큰 그림을 그릴 수 있도록 업무를 총괄할 수 있는 컨트롤타워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탐사보도팀=김태윤·최현주·문현경 기자 chj80@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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