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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민 99명 중 22명 암…범인은 500m 옆 비료공장

장점마을 비료공장 내부. 쓰레기 잔재물과 침출수가 흘러 악취가 코를 찌른다. [강찬수 기자]

장점마을 비료공장 내부. 쓰레기 잔재물과 침출수가 흘러 악취가 코를 찌른다. [강찬수 기자]

20일 오전 전북 익산시 함라면 장점마을. 모내기를 막 끝낸 농촌 마을은 한가하고 평화로워 보였다. 하지만 마을 경로당에 모여 있던 마을 주민들 표정은 밝지 못했다. 마을 주민들이 가리키는 500여m 떨어진 마을 뒤편 야산에는 커다란 흉물이 버티고 있었다. 2001년 가동을 시작했다가 2년 전 문을 닫은 유기농 비료공장 금강농산이다. 99명의 마을 주민 가운데 22명이 암에 걸리고, 그중 14명이 사망한 장점마을의 비극을 낳은 곳이다.
 
마을 토박이 김인수(70) 씨의 안내로 찾아간 비료공장은 인적도 없이 조용했다. 파란색 공장 건물은 여기저기 뜯겨 나갔다. 공장 건물 내부로 들어서자 심한 악취가 코를 찔렀다. 치우지 못한 쓰레기가 구석구석 쌓여 있었고, 바닥에는 침출수가 고여 있었다.
 
장점마을

장점마을

김 씨는 “공장에서 연초박(담배를 제조하고 남은 찌꺼기)이나 음식쓰레기를 가져와 처리하면서 남는 것을 태우고, 폐수는 개울로 흘려보냈다”며 “폐기물 태운 재를 공장 주변에 묻는 바람에 나무가 다 죽기도 했다”고 회상했다.
 
연초박은 비료관리법에 따라 유기질 비료 제조에 사용할 수 없는 재료다.
 
그는 “2016년 9월 마을과 공장 사이 작은 저수지에서 물고기가 떼죽음 당했는데, 전북도 환경보건연구원에서는 공장과 무관하다는 결론을 내렸다”고 말했다.
 
그런 사이 마을 사람들 하나, 둘 암에 걸리고 쓰러지기 시작했다.
 
김 씨는 “나도 건강이 별로 좋지 않고, 아내도 암에 걸려 입원 치료를 받고 있다”며 “공장이 파산하고, 사장도 폐암으로 사망했는데, 어디서 보상을 받을 수나 있을까”하고 말했다.
 
이날 국립환경과학원은 장점마을 주민건강영향조사와 관련한 주민설명회를 익산시 국가무형문화재통합전수교육관에서 개최했다. 이번 조사는 장점마을 주민들이 2017년 4월 정부에 청원하고, 국립환경과학원이 환경안전건강연구소에 의뢰하면서 이뤄졌다.
 
조사결과, 금강농산 사업장 내부와 장점마을 주택에서는 발암물질이 검출됐다. 공장에서 가장 가까운 주택 옥상 먼지에서는  다환방향족탄화수소류(PAHs)가 1g 당 680.5㎍(마이크로그램, 1㎍=100만분의 1g)이 검출됐다.
 
또, 마을의 15개 지점 중 5개 지점에서 담배특이니트로사민(TSNAs)이 검출됐다. 검출된 4가지 TSNAs 중 NNN와 NNK는 국제암연구소(IARC)에서 지정한 1급 발암물질(인체 암 발생에 충분한 근거가 있는 물질)이었다.
 
김정수 환경안전건강연구소장은 “비료공장에서 300도 고온으로 연초박을 건조하는 과정에서 나온 TSNAs가 마을까지 날아간 것으로 보인다”며 “공장 직원 중에서도 5명이 암에 걸렸다”고 말했다.
 
마을 암 발생률을 분석한 결과, 전국 대비 모든 암은 2.05배, 피부암은 21배, 담낭·담도암은 16배로 통계적으로 유의하게 높았다.
 
김 소장은 “유기비료 생산과정에서 발생한 발암물질이 마을에서도 검출된 점, 표준화 암 발생비가 전국 대비 높은 점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해 비료공장 가동과 장점마을 주민의 암 발생이 관련 있는 것으로 추정했다”고 밝혔다.
 
환경과학원 측은 “가해 비료공장의 파산으로 가동 당시 배출량과 노출량 파악이 곤란해 인과 관계를 단정하기에는 한계가 있다”고 덧붙였다.
 
환경부는 익산시에 주민 건강 관찰 등 사후관리를 요청하고, 피해주민에 대한 피해구제를 ‘환경오염피해 배상책임 및 구제에 관한 법률’에 따라 추진할 계획이다.
 
익산=강찬수 환경전문기자, 천권필 기자 kang.chans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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