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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민간 소유의 공공 공원’은 불가능한가

황두진 건축가

황두진 건축가

‘공원 일몰제’의 시침이 째깍째깍 돌아가고 있다. 2020년 7월 1일이 되면 도시계획시설인 공원으로 지정되고도 공원 조성 사업이 진행되지 않은 곳은 지정 자체가 취소된다. 전국의 도시공원 결정 면적은 643㎢인데 미조성면적은 약 516㎢이나 된다. 사회적 여파가 워낙 큰 문제라 지금 논란이 한창 진행 중이다. 이 과정에서 공원의 존재 방식에 대한 다양한 의견이 나오고 있다. 지금까지 공원은 오직 공공 소유로만 여겨져 왔다. 이제는 민간 소유이면서 공원의 공공적 기능을 유지하는 대안도 논의되고 있다.
 

내년 7월 시행 앞둔 공원일몰제
다양한 공원 존재방식 논의하자

해외 사례를 보자. 페일리 공원(Paley Park)은 미국 뉴욕 맨해튼 한복판의 작은 공원이다. 면적은 390㎡이지만 아마도 세계에서 면적 대비 가장 유명한 공원일 것이다. ‘미국에서 가장 성공적인 도시 공간’으로 평가받는다.  
 
낮은 계단을 오르면 엄청난 폭포가 시야를 꽉 채운다. 시원한 물소리가 도시의 소음을 잠재운다. 바닥은 작은 돌로 포장돼 있고 나무들 사이에 이탈리아 디자이너 해리 베르토이아의 야외용 의자가 여러 개 놓여있다. 작지만 품격이 넘치는 곳이다.
 
놀랍게도 이 공원은 사유지다. 1967년 방송인이었던 윌리엄 페일리가 아버지를 기려 만든 곳으로 지금도 아들의 이름을 딴 재단의 소유다. 물론 순수한 개인적 미담으로만 볼 수는 없다. ‘사적 소유의 공공 공간’(POPS)에 다양한 혜택을 주는 법령이 뉴욕에 도입된 것은 1961년이었다. 페일리 공원도 그 덕분에 만들어진 많은 사례 중 하나다. 좋은 제도가 낳은 좋은 결과물이다.
 
또 다른 도시 소공원 사례는 같은 뉴욕의 ‘엘리자베스거리 정원’이다. 페일리 공원보다 주거지 공원의 성격이 훨씬 강하다. 면적은 4000㎡가 조금 넘는다. 토지는 뉴욕시가 소유하지만 특이하게도 한 시민단체가 임대해서 운영하고 있다. 지금 이 공원은 뜨거운 논란의 중심에 있다. 뉴욕시가 이곳에 저소득층 주거시설을 지으려고 하기 때문이다. 양측의 대립은 소송으로 비화했다.
 
최근 필자가 방문했을 때 입구에는 ‘이 정원을 살려주세요’라는 플래카드가 걸려 있었다. 제법 넓은 공원의 내부는 사람들로 붐볐다. 여기저기에 오래된 조각들이 놓여 있었는데 1991년에 이 공원을 만든 골동품상 앨런 리버가 갖다 놓은 것이었다. 마침 공원에서 그를 우연히 만날 수 있었는데 “뉴욕시가 공원을 없애려고 한다”며 분노했다. 공공 소유라도 공원의 미래를 보장하지는 못한다는 사실을 보여주는 사례다.
 
2017년 1월 24일 필자는 위기에 빠진 서울 종로구 ‘통의동 마을 마당’을 구하기 위해 중앙일보에 ‘공원은 시민의 공유지다’라는 글을 기고했다. 그 글에 등장했던 미국 코네티컷 주 ‘뉴 헤이븐 그린’(New Haven Green)은 몇백 년 동안 시민 대표로 구성된 위원회가 소유해 온 사유지 공원이었다.  
 
그런데 이 공원을 둘러싸고 시청으로 소유권을 넘기라는 주장과 공공기관을 믿을 수 있냐는 주장이 맞서고 있다. 물론 이곳이 앞으로도 영원히 공원일 것이라는 데 대해서 아무도 토를 달지 않는다.
 
이런 사례들은 현대 사회에서 공원의 성격이 얼마나 다양해지는지를 보여준다. 이제 소유의 주체만으로 공원의 운명이 결정되지 않는다는 사실을 받아들여야 한다. 논의의 핵심은 점점 더 사회적 합의 쪽으로 이동하고 있다. 이 모든 현상은 결국 공원이 사회에 존재하는 방식이 지금보다 훨씬 더 다양해진다는 것을 의미한다. 사회적 합의의 가능성이 커지고, 이를 법과 제도가 지원해야 공원의 미래가 있다. 공원지정지가 송두리째 사라질 수도 있는 공원일몰제 시행이 불과 1년 앞으로 성큼 다가왔다. 이것이 역설적으로 공원을 살리자는 논의의 본격적인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
 
황두진 건축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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