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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재의 시시각각] 자영업자를 위한 최저임금은 없다

이정재 중앙일보 칼럼니스트

이정재 중앙일보 칼럼니스트

한국 자영업의 비극이 나라 밖에서도 주목받게 된 건 6년 전부터다. 2013년 9월 월스트리트 저널은 한국 가계부채의 위험을 경고했다. 치킨집을 예로 들었다. 2013년 현재 3만6000개, 10년 새 3배 늘었다고 했다. KB금융그룹의 자료를 인용했다. 매년 7400개의 치킨집이 생기고 5000개가 망하는데 절반이 3년 내 실패하고 80%는 10년내 문을 닫는다고 했다.
 
소득주도성장을 밀어붙인 이 정부 들어서는 사정이 좀 나아졌을까. KB금융그룹에 따르면 지난해 치킨집 창업은 6200곳인데 폐업은 8000개가 넘었다. 새로 생기는 곳보다 문 닫는 곳이 많아진 게 벌써 4년째다. 숫자를 보니 이유는 자명하다. 비용이 늘고 이익이 줄었기 때문이다. 2011년 6200만원이던 영업비용은 2017년 1억1700만원으로 거의 두배로 늘었다. 같은 기간 영업 이익은 2000만원에서 1400만원으로 32% 줄었다.
 
자영업의 비극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국내에선 더 많은 지적이 있었다. 김병준 국민대 교수는 5년 전 ‘이 좋은 계절에 허전하기만 한 자영업자’란 칼럼에서 이렇게 적고 있다. ‘자영업자의 가구소득은 10년 전이나 지금이나 월 300만원 정도다. 반면 이들 소득보다 뚝 떨어져 있던 임금 근로자의 가구소득은 월 400만원까지 올라와 있다. 역전도 보통 역전이 아니다… 빚도 많다. 이들이 금융권에 지고 있는 빚은 평균 1억2000만원으로 임금 근로자의 4000만원의 3배다. 50대 자영업자의 빚은 1억8000만원으로 위험 수준이다.
 
소득주도성장을 밀어붙인 이 정부 들어서는 좀 나아졌을까. 올 1분기 근로자외 소득(자영업, 무직)은 월 333만5350원으로 5년 전보다 찔끔 늘었다. 반면 임금 근로자의 소득은 월 486만원으로 크게 올랐다. 역전도 보통 역전이 아니다. 자영업자의 금융권 빚은 2018년 현재 평균 1억4433만원으로 5년 전보다 20% 넘게 늘었다.
 
이게 모두 소득주도성장 탓은 아닐 것이다. 그러나 최저임금의 급격한 인상이 자영업을 쓰나미처럼 덮친 것은 틀림없다. 문재인 대통령은 “최저임금 인상의 긍정적 효과가 90%”라고 했다. 90%가 어느 쪽인지는 알 수 없지만, 나머지 10%가 어딘지는 분명하다. 우리 경제의 가장 약한 고리, 자영업이다.
 
한국의 자영업 비중은 지난해 25.1%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4위다. 일하는 사람 넷 중 하나가 자영업자다. OECD 평균보다 9.6%포인트, 미국의 6.3%나 일본의 10.3%보다 월등히 높다. 그만큼 경쟁이 치열한 생태계란 뜻이다. 이런 곳에 최저임금 폭탄을 던졌으니 살상 반경이 넓고 클 수밖에 없다. 급기야 이틀 전엔 15개 중소기업 단체가 내년 최저임금을 ‘최소한’ 동결해달라고 긴급 성명을 발표했다. 오죽하면 변변한 노조도 없고 조직도 엉성한 자영업자들이 한뜻으로 머리띠를 둘러멨겠나.
 
이쯤 되면 원점 재검토가 필요하다. 최저임금을 동결하거나 아예 하향 조정할 필요가 있다. 전례가 없다지만, 이 정부가 전례 없이 밀어붙인 정책이 하나둘인가. 이미 여당 내에서도 동결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지난달 송영길 의원이 “내년 최저임금 동결”을 주장한 데 이어 홍영표 전 원내대표, 박영선 중소벤처기업부 장관도 ‘동결 검토’에 가세했다. 최운열 의원은 아예 “동결을 당론으로 정하자”고 했다.
 
이왕 전례를 깬다면 동결보다는 하향 조정이 낫다. ‘노동보다 경제’, 속도·방향 전환의 메시지를 분명하게 던질 수 있다. 경제는 말할 것도 없고, 정치적으로도 이득이다. 당장 내년 총선을 생각해도 그렇다. 노조가 크게 반발하겠지만, 어차피 집토끼다. 최저임금 때문에 자유한국당을 찍을 리 없다. 반면 681만 자영업자 표가 야당으로 넘어가는 건 막을 수 있다. 속마음이야 이번에도 정부가 최저임금을 크게 올려 경제가 확 주저앉고 내년 총선에서 여당이 일패도지하는 모습이 보고 싶지만, 그 전에 나라가 정말 망가질까 봐 차마 주장은 못 하겠다.  
 
이정재 중앙일보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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