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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 인터뷰] 은퇴하는 이범호, "20년 뛰었기에 미련없이 떠난다"


"눈물은 은퇴식에서 한 번만 흘리겠습니다." 

은퇴를 선언한 KIA 이범호(38)는 담담하고 의연했다. 밝은 표정과 특유의 유머로 아쉬운 마음을 감췄다. 

이범호는 은퇴 발표 다음날인 19일 광주 SK전에 앞서 1군 선수단에 합류했다. 프로에서 1995경기를 뛴 뒤 은퇴 결심을 굳힌 그는 곧 1군 엔트리에 합류해 통산 2000경기까지 남은 5게임을 채울 예정이다. 박흥식 KIA 감독대행은 "2000경기는 선수에게 의미 있는 기록이고 더 이상 그라운드에서 뛸 수 없으니, 야구장을 돌면서 추억을 되새길 기회를 주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이범호는 다음달 13일 친정팀 한화와의 홈 경기 때 은퇴식을 열고 팬들에게 작별을 고하게 된다. 그는 "눈물은 그때 한 번만 흘리겠다"며 "그때 진짜 나의 마지막 인사를 준비하겠다"고 했다. 

-은퇴를 발표하고 나니 기분이 어땠나. 

"구단과 얘기를 다 마친 상황이었지만, '이제 기사가 나갈 것이다'라는 얘기를 들으니 기분이 묘하더라. '더 이상 돌이킬 수 없다'는 생각도 들었다. 이제 마지막을 준비해야 한다는 마음이다. 현재로서는 가장 현명한 선택이 아닌가 싶다. 잘 결정한 것 같다." 

-은퇴를 결심하게 된 계기는? 

"팀 상황이나 분위기, 1군에 올라왔을 때 내 경쟁력이 얼마나 되는지 등을 고려했다. 다른 사람이 판단해줄 수 없으니 나 스스로 경쟁력이 없다고 판단하면 과감하게 내려와야겠다는 생각을 계속 해왔다. 올 시즌 스프링캠프가 끝나고 2군으로 내려 가면서 '이제 그만 해야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2군에서 준비하고 올라가면 어느 정도 시간이 걸릴까, 선수 생활을 길게 하면 어느 정도까지 할 수 있을까를 고민했다. 그러자 '길어야 내년까지'라는 답이 나왔다. 그렇다면 올해 정리하는 것이 낫겠다는 생각이 들었고, 결심을 했다. 

-목표했던 2000경기 출장은 이루게 됐지만, 그래도 가장 아쉬운 부분이 있다면.

"난 여러 면에서 뛰어난 선수는 아니었다. 다만 선수 생활을 하면서 홈런 수만큼은 욕심을 냈다. 이승엽 선배 기록은 넘지 못할 것 같고, 양준혁 선배 기록인 351개에는 도전하고 싶었다. 그런데 아홉수에 걸려서 (통산 329개에서) 성공하지 못했다. 그 점을 제외하면 아무 것도 아쉽지 않다." 

-가족들이 많이 아쉬워했을 것 같다.

"아내는 한 번 더 고민해보라고 했다. 내가 '더 해야 내년까지이고, 다른 팀에서 더 하기도 어려우니 올해가 마지막이면 좋을 것 같다'고 설득했다. 그랬더니 '그동안 고생 많이 했다'면서 제2의 인생을 준비하자고 하더라. 아내에게 가장 미안하고 고맙다." 

 


-현역 생활 마지막 타석을 그려본 적이 있나. 

"20년 프로 생활을 하면서 언젠가는 마지막이 올 거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어떤 상황에서 어떤 타석에 들어서면 좋겠다는 상상은 해본 적이 없다. 그냥 마지막 타석에 들어갔을 때 팬들이 박수를 많이 쳐주시면 그게 가장 좋을 것 같다." 

-만루에 강한 선수였다. 박흥식 감독대행은 만루 상황 대타도 고려하고 있다던데. 

"도전해보는 것도 좋긴 하겠지만, 팀에 피해를 줄 상황이라면 안 될 것 같다. 점수 차가 많이 날 때 만루 찬스가 와서 내보내주신다면 감사하다. 하지만 그렇지 않은 상황이라면 은퇴하는 나를 배려해주는 건 아니라고 본다. 감독님이 어떤 상황에 내보내주실 지 모르지만, 훈련을 하면서 잘 칠 수 있는 몸을 만들어 놓겠다." 

-타 구단 출신 선수로는 처음으로 KIA에서 은퇴식을 열게 됐다. 

"그런 부분에 뿌듯함을 느끼고 있다. 명문 팀에서 은퇴를 하게 돼 영광으로 생각하고, 타이거즈 출신이 아닌 선수에게 은퇴식 기회를 주셔서 정말 좋다. KIA에 와서 한 단계 올라가고, 성숙해지고, 이미지가 좋아진 것 같다. 광주에 와서 내 실력 이상의 환대를 받는 느낌이 들었다. KIA에서 마지막을 맞고 싶다는 생각에 결정도 빨리 내릴 수 있었다." 

-프로 생활 20년간 잊지 못할 순간이 있다면.

"처음 프로에 들어왔던 때가 생각난다. 고등학교(대구고)를 졸업하고 한화에 지명됐다는 소리를 들었을 때, 거짓말인 줄 알았다. 시골 팀에 있는 선수를 2차 1라운드에 지명했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의 감동이 생각난다. 프로에 못 올 줄 알았는데 지명받을 수 있었던 것이 마지막에 자꾸 떠오르는 것 같다. 2017년 한국시리즈 우승할 때 만루홈런도 기억에 남는다." 

-'꽃범호'라는 별명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나. 

"그 별명이 어디로 사라지는 건 아니지 않나. 야구인으로서 다시 어떤 일을 할 지 모르지만, 지도자가 되거나 다른 쪽 일을 하게 되더라도 영원히 나와 함께할 것 같다. 좋은 감정으로 마음 속에 새기고 있겠다." 

-향후 계획은 어떻게 되나. 

"아직은 확실하지 않다. 오는 9월 일본으로 건너가 지도자 공부를 한 뒤 내년엔 미국에서 1년 정도 연수를 받고 싶다. 내가 선수 생활을 하면서 얻은 지식이 맞는 것인지 검증해야 할 필요가 있다. 사람을 대하고 젊은 친구들과 소통하는 방법도 배워야 한다." 

-어떤 선수로 기억되고 싶나. 

"나는 화려한 선수가 아니었다. 3할 타율도 많이 못 쳐봤다. 다만 중요할 때 한 방씩 쳐줬던 선수로 기억되고 싶다. 야구를 너무 좋아했고, 20년 동안 프로 생활을 했던 '평범한' 선수로 기억되는 게 가장 좋을 것 같다. 만약 19년만 했다면 은퇴하지 않았을 것이다. 20년을 채웠기 때문에 은퇴한다. (웃음)" 

광주=배영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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